이해하려는 태도
우리 부부는 같은 회사에 다닌다.
대학 때 캠퍼스 커플처럼 시간표를 같이 짜고 점심을 같이 먹진 않지만, 회사 동료니까 다른 곳에 근무하더라도 모든 동료들이 우리가 부부인 것을 안다.
- INFP! 정말 미안하다. 내가 ISTJ가 그런 애인 줄 알았으면 너를 안 보내는 건데!
남자 동기들이 나를 보면 우스갯소리로 그런 말을 했었다.
‘그런 애’란 잦은 야근과 퇴근 후 매일 술자리를 하는 사람을 말한다.
결혼하자마자 임신한 INFP는 입덧으로 외출도 어려웠지만 ISTJ는 분가의 자유를 누리려는 듯 마음껏 나다녔다.
매일 밤 집 앞에 찾아오던 덩치 큰 댕댕이는 더 이상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감정 기복 심한 INFP의 감정은 인생에서 겪어 보지 못한 초절정의 절망의 상태로 이어졌다.
INFP는 같은 말을 반복하며 싸웠다.
- 나 당신 때문에 살고 싶지가 않아! 지금 너무 불행해. 결혼이 나를 너무 비참하게 만들었어. 다 당신 때문이야! 안 그럴 수 없어?
ISTJ는 그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 나보고 대체 어떡하라는 거야.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 내가 무슨 도박을 했어, 딴살림을 차렸어!
INFP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십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요즘은 남자 동기들이 하는 말이 달라졌다.
- INFP, 너는 다 이해해주니까 ISTJ는 진짜 좋겠다. 우리 와이프는 도대체 왜 그러지? 숨을 쉴 수가 없어.
- 내가 못 나가 놀면 남편이라도 놀게 해 줘야지. 둘 중 한 명이라도 자유로워야 할 거 아냐.
- 이야. 넌 정말 神급이다. 천상계 와이프야.
INFP가 괴로웠던 임신 초기, 돌이켜 보면 ISTJ는 대답하기 싫었던 게 아니라 할 말을 못 찾은 거였다. 해결해 줄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사랑하는 여자가 나 때문에 불행하다니, ISTJ는 또 다른 절망감을 느꼈다.
현실에서는 어렵지만 서로를 이해하는 이상적인 대화를 위해서는 이렇게 말했어야 했다.
- 임신은 내 마음을 불안하고 힘들게 만들어. 몸도 망가지고 시도 때도 없이 속이 울렁거려. 밤에 당신이 늦으면 내가 온갖 상상을 하느라 더 불안해. 내가 당신한테 바라는 건, 옆에서 손잡아주는 거야.
- 나는 결혼해서 엄한 부모님 떠났으니 이제 좀 자유롭게 살고 싶었어. 당신이 혼자 있는 게 그렇게 힘든 줄 몰랐어. 남자는 가만히 있어도 아빠가 될 수 있을 줄 알았지. 뭘 해줘야 되는지 몰랐어.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