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TJ의 사랑
ISTJ는 집에 들어오면 소파에 누워서 텔레비전을 켜고 누워 있었다.
INFP는 집에 오면 씻고 나서 빨랫감부터 세탁기에 넣었다.
INFP는 집에만 오면 누워만 있는 ISTJ를 보면 쌓였던 말들이 거세게 튀어 나왔다.
- 나 혼자 집안일 다 해? 청소라도 좀 하라고!
- …
- 못 들었어? 나갔다 왔으면 좀 씻고!
- 응.
ISTJ는 건성으로 대답만 하고 텔레비전에 시선을 고정한 채 아까 그 자세 그대로 누워있다.
정신과 박사 오은영이 말하길, 집에 와서 늘 누워 있는 아이는 게으른 게 아니라 외부 자극에 대한 긴장도가 높은 거라고 했다.
밖에서 긴장했던 마음을 집에서 몸과 함께 누이는 거다.
현실에서는 어렵지만 서로를 이해하는 이상적인 대화를 위해서는 이렇게 말했어야 했다.
- ISTJ, 나 피곤한데 혼자 집안일하고 있어. 자기는 언제 청소할 수 있어?
- 아, 이거 한 시간만 보고 내가 청소기 돌릴게. INFP 피곤하면 방에서 쉬어.
- 나는 피곤해도 이거 끝내고 자기랑 같이 쉬고 싶어서 그래.
- 그런 줄 몰랐어. 나 그럼 30분만 TV 보고 같이 할게.
돌아서서 설거지하는 INFP는 눈물이 난다.
내가 이러려고 결혼했나.
임신해서 직장 다니는 것만도 힘든데 매주 주말에는 시가식구들 만나야 하고 집에 와서 혼자 집안일 다 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사기 결혼이다. 본인 집 제사 많다고 집안일은 다 자기가 한다더니, ISTJ는 나를 골탕 먹이려는 사기꾼임이 분명하다.
또 깊은 감정의 동굴을 판 INFP는 복합적인 감정에 어깨까지 들썩이며 울다가, 하던 설거지를 놓고 방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방에 들어가서도 감정이 추스러지지 않는다. 저 나쁜 놈, 우느라 목소리도 안 나와서 길고 긴 편지를 쓴다.
다 쓰고 나니 감정이 가라앉았다.
INFP는 쿵쿵 걸어가서 2시간째 텔레비전만 쳐다보고 있는 ISTJ에게 편지를 집어던졌다.
ISTJ는 ‘또 왜 저러나.’ 싶은 눈으로 쳐다보더니 편지조차 건성으로 읽고 만다. 한다는 말이.
- 나 좀 쉬게 두면 안돼?
ISTJ가 소파에 누워있는 것은 INFP를 골탕 먹이려는 게 아니었다. 그런데 INFP야 말로 나를 괴롭히려고 안달이었다. 소파에 누워있었다고 사기결혼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성격차이’가 여실히 드러난다.
연애할 때는 한겨울에 INFP가 ISTJ의 니트 아래로 차가운 손을 넣고 비벼도, ISTJ는 아무렇지 않다고 그랬었다. INFP는 ISTJ의 그 따뜻함과 무던함이 무척 좋았다. 자신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라고 느꼈다.
결혼하고도 여전히 등을 내어주던 그였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ISTJ는 다 계획이 있었다.
소파에 누워 있다가 저녁 먹을 시간에 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나온 맛집을 찾아갈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