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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은 즉흥적으로 준비는 계획적으로

#2. 포르투갈 여행계획 세우기

by 라헤

즉흥적인 선택에는 구체적 실행계획이 따라야 한다. 이번 포르투갈 여행도 그랬다. “다음 주에 포르투갈 가겠습니다.”라며 여행 결정은 즉흥적으로 했지만, 일주일 밤낮으로 여행계획을 세워야만 했다.


사실 나는 여행 계획 세우는 것을 즐긴다. 그래서 다음 연재는 "언젠가 떠날 세계 여행 계획"으로 해볼까 한다. 계획을 세운 뒤 언젠가 그 나라를 여행하게 된다면 미리 세워둔 계획과 실제 여행이 얼마나 다른지 비교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Step 1. 여행책 구매

나는 여행 계획 수립을 여행책 구매로 시작한다. 이번에는리얼 포르투갈(우지경)"을 구매했다. 혹자는 인터넷 속 공짜 정보가 넘치는 세상에 웬 책이냐고 묻는다. 나는 정보의 바다에서 가장 신뢰성 높은 정보를 얻는 효율적인 방법은 돈을 주고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출판사의 선택을 받은 여행 전문 작가는 수차례 여행지를 오가며 정보를 모으고 그중 사실에 기반한 양질의 내용을 쓴다. 이후 편집자와 수차례 수정 끝에 책을 완성한다. 여기저기 산재된 옳고 그른 여행정보를 여행 전문가가 책 한 권으로 정리해 주는 것이다. 여행 정보를 얻기에 이보다 편하고 정확한 수단이 있을까 싶다.


물론 단점도 있다. 너무 정확한 정보만 제공하여 때론 그 내용이 뻔하기도 하고, 범위가 한정적이며 시의성이 조금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여행책을 여행지의 역사, 특징과 주요 여행정보를 중심으로 여행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에 주로 활용한다. 부족한 부분은 인터넷 서칭으로 보완한다.


Step 2. 도시에 며칠씩 있을지 결정

여행에 대한 밑그림을 그린 후에는 언제 무엇을 할지, 도시마다 며칠 머물지를 정한다. 보통 포르투와 리스본 모두 3~4일 정도면 충분하다고 한다. 책, 카페나 블로그 모두 비슷한 의견이다. 근교 투어를 하루 정도 할 예정이니 여기에 하루씩 추가했다. 그렇게 포르투와 리스본에 각각 4박 5일씩 여행하기로 했다.


Step 3. 숙소 예약

일정을 정한 후, 이제 숙소를 예약한다. 숙소는 보통 유명 호텔 체인이 몰려있는 주변으로 정한다.(대기업의 입지 선정 능력을 믿는다.) 구글맵을 켜고 호텔 체인이 몰려있는 곳을 중심으로 원하는 가격과 별점으로 필터링한다. 나는 가격 30만 원 이내, 구글 별점 4.5 이상, 4성급 이상 호텔을 기준으로 필터링했다. 이후 구글 리뷰로 한번 더 거른다. 숙소 후보가 4개로 추려졌다. 블로그나 카페에서 해당 호텔을 검색해 보고 리뷰를 확인하면서 숙소 후보를 2개로 추렸다. 최종 선택은 여행을 함께하는 가족의 의견으로 정한다.(이렇게 숙소 선택에 대한 책임을 나눈다.)


리스본은 아우구스타 거리나 헤스타우라도르스 광장(Monumento aos Restauradores) 주변에 숙소가 몰려있고 여행하기도 편하다. 다만 헤스타우라도르스 광장 쪽은 호텔은 비싼 편이다. 그래서 나는 아우구스타 거리 안에 있는 작은 5성급 호텔인 Dare Lisbon House로 숙소를 정했다.

포르투는 상벤투역 인근과 히베이라 광장 쪽에 숙소가 몰려있다. 두 다리 튼튼하고 낭만 있는 여행을 원하는 배낭여행객이라면 히베이라 쪽을 추천하고 낭만보다 여행 편의성을 추구한다면 상벤투역 쪽이 낫다. 숙소 옮기는 것이 귀찮지 않다면 두 군데에 나누어 숙박해도 괜찮다. 히베이라광장 뷰와 그 분위기를 끝까지 포기하기 힘들었지만, 여행은 편하게 하자는 주의인지라 상벤투 역 근처 Pestana Porto A Brasileira로 숙소를 정했다. 도심 속 대형 호텔 체인의 5성급 호텔임에도 저렴했고, 무엇보다 넓었다.


Step 4. 투어, 음식점 예약

숙소까지 예약하면 여행 준비는 어느 정도 끝났다. 이제는 마이리얼트립 등을 통해 근교 투어를 예약하고 카페나 블로그에서 추천하는 맛집을 구글맵에 저장한다. 요새는 식당 예약을 구글맵에서 편하게 할 수 있어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당이면 미리 예약해 놓는 것을 추천한다.


Step 5. 여행 준비운동

이제는 여행 준비운동만 남았다. 여행 가기 전 여행에 몰입하기 위한 시간이다. 메인디쉬 전 입맛을 돋우기 위한 애피타이저라고 볼 수 있다. 내가 추천하는 여행 준비운동은 팟캐스트나 유튜브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걷거나 운전할 때, 운동할 때 등 귀가 쉬고 있을 때는 여행지 관련 팟캐스트를 듣는다. 자기 전에는 무의미한 쇼츠보다 여행지 관련 영상을 재생목록에 담아서 본다. 시간이 남으면 여행지가 배경인 책과 영화를 보고 간단한 회화도 익힌다. 숙제라기보다 여행의 설렘을 증폭시키는 과정이다. 나는 이 시간이 실제 여행할 때보다 더 재밌을 때도 있고, 이때 알게 된 것이 더 오래 기억에 남기도 했다. 물론 단점도 존재한다. 여행을 스포 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튜브는 최준영 박사의 지구본연구소를 즐겨봤다. 출퇴근 길과 운동할 때 들으면서 포르투갈의 역사를 알기 쉽게 익힐 수 있었다. 카페는 네이버 카페 체크인유럽에 자주 들렀다. 여기에는 구글맵으로 여행 동선까지 알려줘서 참고하기 좋았다. 그 외에 다양한 정보도 많았다. 다만 등급업이 너무 어려워서 전체공개글만 볼 수 있었다. 물론 그 정도로도 충분했다. 또 팟캐스트 도시극장 런던 편에 초대된 유시민 작가가 풀어준 포르투갈 이야기를 비롯해 다양한 팟캐스트 에피소드를 들으며 포르투갈을 나름대로 상상했다.


Step 6. 여행계획서 작성

이런 과정을 통해 여행 이틀 전 '포르투갈 여행계획서'를 완성했다. 직업병 때문인지 업무 보고서처럼 됐다. 여행 가기 전에는 여행계획서를 작성하는 편인데 늘 한두 명만 보고 버려졌다. 이번엔 그게 너무 아까워서 주변 지인들에게도 공유했다. 그리고 용기 내서 여기 브런치에도 공유하고자 한다. 부디 참고만 하시고 최종 판단은 여러분께서 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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