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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우 아빠 Sep 05. 2022

태종대 (강세황)

 사람이 도를 크게 만드는 것이다

송도기행첩 태종대 - 강세황(출처 : 국립중앙박물관)



사람이 도를 크게 만드는 것이지, 도가 사람을 크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위령공편 人能弘道 非道弘人 인능홍도 비도홍인)


 앞서 도(道)란 ‘사람이 지켜야 할 기본적인 도리’이자 ‘바른 사회 질서’라고 간단히 설명하였습니다. 이번 장에서는 도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한자 도(道)의 기본 뜻은 ‘길’입니다. 도(道)는 쉬엄쉬엄 간다는 '착(辶)'과 머리 '수(首)'가 합쳐진 글자입니다. 사람이 간다는 뜻으로 '길'이라는 글자가 만들어졌습니다. 문명이 발전하기 전에 길은 사람의 발자취로 만들어졌습니다. 사람들이 같은 곳을 반복적으로 오가다 보면, 밟힌 풀이 죽어서 자라지 못하거나, 땅이 단단하게 다져지면서 길이 생겼습니다. 따라서 길은 나보다 먼저 누군가가 같은 곳을 지나갔다는 표시인 동시에 안전한 곳으로 인도하는 안내판인 셈입니다. 등산을 갔다가 길을 잃어 숲에서 헤맨 경험이 있는 사람은 길의 반가움을 잘 압니다.


 길은 자연의 위험 요소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또한 헤매지 않고 바르게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다는 가치가 더해져, 나중에는 기준이나 방법, 도리나 이치, 진리나 진실이란 뜻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들로 설명한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도에 다른 사람의 도움이나 은혜를 뜻하는 ‘덕(德)’을  붙이면 사회 구성원들의 행동 규범이라는 뜻의 도덕(道德)이 되고, ‘갖출 구(具)’를 붙이면 일을 하는데 필요한 연장이라는 뜻의 도구(道具)가 되며, 부모를 잘 섬긴다는 의미의 ‘효(孝)’에 도를 붙이면 효도(孝道), 사람을 죽이는 ‘검(劍)’에 도를 붙이면 검도(劍道)가 됩니다. 이렇게 조합된 단어의 의미를 살펴보면 그 뜻의 깊이를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람이 도를 크게 만든다는 뜻은 무엇일까요? 길이 만들어지는 과정으로 되돌아 가보면 조금 더 쉽게 이해가 갑니다. 길이란 지구가 탄생한 처음부터 자연에 존재하던 것이 아닙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발이 닿아서 생겼습니다. 길에서 확장된 관념의 도나 다른 단어와 조합된 도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도덕, 도구, 효도, 검도 모두 사람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단어들입니다. 도덕은 사람의 위에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인류의 생각하는 능력과 사람과의 관계가 없다면 도덕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길은 그저 존재할 뿐입니다. 그 길을 이용하여 다양한 형태로 활용하고 발전시키는 건 사람의 몫입니다. 도가 고정된 실체에서 벗어나 무한한 확장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람이 필요합니다. 공자는 열린 마음과 유연한 사고가 도의 확장 조건이라고 조언했습니다.




 강세황이 송도(松都, 지금의 개성)를 여행하고 만든 그림책이 《송도기행첩(松都紀行帖)》입니다. 학자들은 1757년, 그의 나이 45세에 여행을 다녀와 기행첩을 만들어졌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송도기행첩》은 송도의 명승지를 담은 16개의 그림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그 안에는 다른 조선의 작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다양한 원근법과 바위의 강렬한 농담이 돋보입니다. 그는 스스로 “세상 사람들이 이전에 한 번도 보지 못한 그림”이라고 자평했습니다. 그의 실험 정신과 개성이 투철하게 반영된 작품집인 셈입니다.


 〈태종대〉도 《송도기행첩》에 담긴 그림  하나입니다. 부산에도 같은 이름의 명승지가 있지만 강세황이 그린 태종대는 개성의 명소입니다.  사람은 웃옷을 벗고,  다른 사람은 물에 발을 담그는 모습으로 보아 날씨는 한여름 같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바위가 듬성듬성 놓여있고, 돌들이 포개지고 나란한 모습에서 신비로운 분위기물씬 풍깁니다. 바닥이 훤히 보이는 맑은 계곡물도 인상적입니다.


 화가는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부감법(俯瞰法)을 시점으로 사용했습니다. 부감법은 동양의 산수화에서 흔하게 사용되는 시점입니다. 그런데 〈태종대〉는 일반적인 산수화와 달리 화가의 개성을 맘껏 입힌 구도로 완성되었습니다. 대상을 넓고 둥그렇게 담아내는 광각 렌즈로 찍은 사진 같은 느낌이 강렬합니다. 마치 드론을 이용하여 찍은 사진을 그대로 그림으로 옮긴 것 같은 착각마저 듭니다. 가운데 하단에서 그림을 그리려고 준비 중인 인물이 강세황 본인이라고 합니다. 드론은 무선 조정기를 이용해 자신과 풍경을 함께 촬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혹여나 강세황의 손에 조정기가 들려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될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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