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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이어 Mar 0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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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바람 난다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것은 기분이 좋다. 모두가 잠든 시간에 살며시 일어나 커피 한 잔과 패드 그리고 책이 있는 책상. 조금 일찍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따뜻해진다. 새벽 공기의 시원한 바람, 동틀 무렵의 검푸른 하늘, 세상을 포근하게 감싸주려 빼꼼히 나오는 햇살은 평안의 하루를 시작하게 한다. 하지만 새벽에 일어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난 5월 우연히 알게 된 미라클모닝 글쓰기 모임. 오전 5시 40분에 일어나 모니터 앞에 모여 줌을 켠다. 칼럼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눈 후 음악이 연주되면 우리는 저마다의 키보드로 선율을 써 내려간다.  30분 이내로 글을 써야 하는 압박감은 가슴을 뛰게 만들지만 뇌를 활발하게 움직이게 한다. 키보드의 두드리는 소리는 아침의 적막함을 깨워주고, 연필로 긁적거리며 써 내려가다 지우개로 박박 지우는 소리는 공간의 긴장을 건드린다. 모든 소리는  경직된 근육과 어우러지며 묘한 쾌감을 준다. 시간은 휘리릭 하며 지나간다. 직접 쓴 자신의 글을 읽고 감상을 나누는 시간. 이른 아침에 낭독하는 소리는 가느다란 떨림까지 전달되고 감정은 고스란히 전해진다. 때로는 울먹이기도 하고 웃음으로 박장대소하기도 한다. 함께 웃고 눈물짓기도 하는 따뜻한 시간에 중독되어 매일 새벽 나를 깨운다.

그러나 오후 일상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잠이 부족한지 피곤이 오후에 느닷없이 밀려왔다. 내 몸은 잠깐의 낮잠을 요구했다. 그렇지 않으면 오후 일과에 무리가 갔다. 처음에는 적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더욱 열심히 했지만 4개월을 접어들어도 달라지지 않았다. 너무 늦게 자는 것이 문제인 듯했다. 아이들에게 맞추다 보니 자연스럽게 1시쯤 자야 하고 그렇게 되는 숙면 시간은 4시간쯤밖에 되지 않았다. 새벽 시간의 느낌을 너무 좋아했던 나로서는 그 시간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원하는 것이 집착이 돼가고 있다는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요즘도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 글을 쓰고 읽는다. 일단 혼자 하는 자유로움이 있어 가끔은 늦게 일어날 때도 있지만 피곤함은 훨씬 덜하다. 남편이 출근하고 아이들이 등교한 후 일과를 시작한다. 운동도 다녀오고 여러 과제와 수업 준비를 한다. 해야 할 일은 빠르게 다 끝내야 하는 편이라 차근차근 하나씩 미션을 완료한다. 미라클모닝도 좋지만 나의 상황과 내 몸을 생각하며 일과를 짜임새 있게 활용하는 것이 좋다. 조용한 나만의 시간에 글을 쓰고, 독서를 하는 시간이 신바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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