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 삶에 미치는 영향
트루먼 커포티 <인 콜드 블러드>(박현주 옮김, 시공사, 2018)는 1959년 11월 캔자스 홀컴마을에서 벌어진 일가족 살인 사건을 작품으로 쓴 논픽션 소설입니다. 작가이자 기자였던 커포티는 취재를 통해 6년 동안의 지필기간을 거쳐 이 작품을 발표합니다. 커포티는 사건과 관련된 수십, 수백 명의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증언을 재구성하였습니다. 그는 “허구 예술의 기술을 차용하되 그럼에도 불구하고 꼼꼼하게 사실적인 서사 형태”로 묘사했다고 밝혔는데요. 이 작품은 ‘논픽션 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며 ‘신저널리즘’의 대표자로 인식됩니다.
1959년 11월 15일 캔자스주 홀컴 마을에서 클러터씨 일가족 네 명이 살해당합니다. 사건 이후 주민인 베스 허트 먼 부인은 그들에 대해 “나쁜 얘기는 한 마디도 들어본 적이 없”으며 “정말 인기가 많은 가족이었”다고 말합니다. 한 노인은 “그래서 모두 제대로 발 뻗고 잘 수 없는 거라”라고 전하는데요. 그는 “얼굴을 볼 때마다 이웃끼리 의심하게 되었”다고 밝힙니다. 저자는 홀컴 주민들은 “살인자가 그들 중 한 사람이라고 믿었”다고 전하는데요. 여러분은 마을 주민들의 이런 태도에 공감하시나요?
클러터씨 가족들은 평범하고 마을 사람들과도 잘 지냈습니다. 아이들은 마을 어른들에게 귀여움을 받았으면 다른 사람들을 돕는 일에도 적극적이었습니다. 그랬던 가족들의 죽음은 마을을 공포로 몰아넣었습니다. 결국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게 됩니다. 문을 잠그지 않아도 될 마을이 매일 문단속을 합니다. 동네에서의 살인사건은 마을 사람들을 변화시킵니다. 여러분이라면 평범한 일상을 바꿔놓은 그 사건으로 이웃을 의심할 수 있을까요?
글리터 일가족 살인사건의 담당 형사 듀이는 “페리와 그의 동료가 교수형 당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고 전하는데요. 군 검사 두에인 웨스트는 두 사람에 대해 “국민이 절대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피고들에게 사형 선고를 내리는 방법”이라고 밝힙니다. 홀컴 마을 주민인 헬름 부인은 “그 사람들을 영원히 감옥에 가둬놨으면 좋겠”다고 말하는데요. 피고인 측 변호사 해리슨 스미스는 사형은 “인간 생명의 가치를 떨어뜨려 더 많은 살인을 양산”한다며 “종신형만으로도 작은 자비를 보여줄 수가 있”다고 전합니다. 여러분이 판사라면 페리와 딕에게 사형과 종신형 중 어떤 판결에 더 공감하시나요?
사형제도는 범죄를 예방할 법적 조치라고 생각하시나요? 살인자의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종신형에 따른 사회적 비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범인들이 깨닫고 성찰할 기회를 주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로웰 리 앤드루스는 추수감사절 주간에 집에서 부모님과 누나를 엽총으로 쏘아 사망케 합니다. 그는 “때가 왔으니,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하는데요. 앤드루스는 정신과에서 정밀 검사 결과‘정신 분열증 단순형’이라는 진단을 받습니다. 의사들은 “생각과 감정이 분리되는 병을 앓고 있다”고 전하는데요. 화자는 “맥노튼 법칙이란 앞에서도 말했듯이 환자가 도덕적으로는 몰라도 법적으로 옳고 그름을 구분할 수 있다면, 정신 이상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규칙이”며, 더럼 법칙'은 “단순하게 피고가 저지른 불법 행위가 정신병이나 정신적 손상의 산물이라면 형법적으로는 책임이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변호인단은 가장 큰 핵심은 “맥노튼 법칙 대신 더럼 법칙을 채택하도록 설득하는 것이었”다고 말합니다. 여러분이 판사라면 앤드루스의 경우 어느 법칙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시나요?
정심 감정으로 범인의 형을 감면하는 제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앤드루스는 치밀하게 계획한 후에 아무렇지 않게 가족들을 엽총으로 살해합니다. 변호인들은 정심 감정을 의뢰하고 정신분석으로 형을 감면하려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심신 미약으로 형을 감면하는 사례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음주에 의한 강간이나 살해에도 적용됩니다. 앤드루스 사건에서 변호사는 그를 더럼 법칙으로 형을 감면받으려 합니다. 정당한 일일까요?
클러터네 가족을 죽인 페리 스미스는 “클러터네 식구들이 어떻게 해서”그들을 죽인 것이 아니라고 회상합니다. 그는 “내가 진정으로 그 사람들을 알았더라면 다른 느낌을 가졌을지도 모르”이라고 밝히는데요. 페리는 그들을 죽인 것은 “사격장에서 표적을 고르는 거나 마찬가지였”다고 말합니다. 사형장에서 그는 “한 생명을 빼앗는 것은 끔찍한 일”이며 “사형에 찬성하지 안”지만 자신이 “그 원인을 제공했”다고 전하는데요. 마지막으로 페리 스미스는‘사죄’한다고 밝힙니다. 여러분은 이런 페리의 태도에 공감하시나요?
페리는 클러터네 가족을 죽인 일은 우연이었을 뿐이라고 말하지만 사형 집행 직전 사죄합니다. 사형 제도에 원인을 제공하였다고 말하면서 말입니다. 페리는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독특한 외모로 사회에 적응하기도 힘들었습니다. 누군가가 페리를 진심으로 대했다면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유독 페리에게 연민을 가졌던 작가는 그를 미화시켰다는 평을 듣기도 했습니다. 커포티는 자신은 불우한 환경에서 작가가 되었고 페리는 살인자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성장할 때의 환경은 인간을 전혀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놓습니다. 여러분은 이런 견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