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 마니 반메 홈
혼자 사는 연예인들이 템플스테이를 하는 장면을 TV에서 보았다. 비빔밥으로 대표되는 절밥도 먹고, 새벽 예불도 드리고, 스님의 좋은 말씀도 들으며 잠시 속세를 벗어나 힐링하는 모습이었다. 일에 치이고 디지털 기기에 중독되어 있는 현대인들이 짧게 또는 길게 절에 들어가 생활하는 것을 요즘은 '템플스테이'라고 하는데 나도 어렸을 때 그 비슷한 것을 경험한 적이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쯤이었을까? 네 식구가 모두 해인사 여름 캠프에 참가한 적이 있다. 함께 가긴 했지만 가족이 일정을 모두 함께하는 것은 아니었다. 기간은 아마도 2박 3일가량. 어른 따로 아이 따로, 각자의 연령에 맞는 프로그램에 등록하고 일과를 보냈다. 궁금한 마음이 들어 구글에 '해인사 여름 캠프'를 찾아보니 작년 여름 신청 공지도 올라와있었다. 고등/일반부와 초/중등부가 구분되어 있고 홈페이지를 통해 각 50명 선착순 접수를 받는다고 하는데, 나 어릴 적엔 초등 인원만 수백 명에 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귀여운 동자승 그림이 그려진 노란 티셔츠를 배부받고, 학년별로 나뉘어서 아는 사람도 없는 그곳에서 했던 다양한 경험들. 캠프에서의 신선한 체험들은 내 기억의 우물 안에 가라앉아 있다가 잊을만하면 하나씩 떠오르곤 한다.
식사 시간이면 큰 법당에 둘러앉아 커다란 나무 그릇에 밥을 담아 먹었다. 그 그릇의 이름은 '발우'이고 밥을 먹는 것을 '공양'이라고 하기에 이 의식의 이름은 '발우공양'이다.
음식을 남기지 않는다.
이것이 발우공양이 갖는 가장 중요한 의미였다. 밥과 국, 간소한 반찬을 담은 쟁반이 한 바퀴 도는 동안 우리는 먹을 만큼만 음식을 덜어서 담았다. 절밥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반찬은 거의 없었다. 이때 필수 반찬은 바로 단무지! 단무지를 처음부터 다 먹어서는 안 된다는 당부를 잊지말자. 밥과 반찬을 깨끗하게 먹고 그릇에 남은 고춧가루 등의 흔적은 이 단무지로 싸악 훑어서 닦아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에는 이 발우에 물이나 숭늉을 담아 헹궈 마시는 것까지 해야 완성이다. 다시 설거지하지 않아도 될 만큼 깨끗하게 먹는 것. 이 음식에 감사함을 느끼고, 남김없이 먹는 것이 발우공양의 핵심인 것이다.
처음에는 으엑거리며 코를 막기도 하고, 도저히 다 못 먹고 남겨서 야단맞는 친구들도 있었다. 하지만 끼니가 반복될수록 요령이 조금 생긴다. 밥은 꼭 바닥에 깔고, 되도록이면 반찬을 밥 위에 올려서 최대한 양념이 그릇에 묻지 않게 하는 것이다. 나는 원래 나물을 잘 먹는 꼬마였기 때문에 발우공양이 괴롭지는 않았는데, 요즘에는 편식하는 아동이 많아서 수백 명을 대상으로 이게 가능할는지 잘 모르겠다.
해인사에서의 하루는 도시에서보다 빨리 시작되고 빨리 끝났다. 새벽 3시라는 다소 생소한 시각에 기상해서 법당에 모여야 했기 때문에 캠프 때는 취침이 초저녁에 이루어졌다. 잠은 부모님을 만나 함께 잤던 것 같은데 같은 방에 배정된 여러 사람들과 함께였다. 첫날은 싱숭생숭한 마음에 빨리 잠들지 않아 키득거리다가 잔소리도 듣고 그랬다. 어른들이 깨우는 소리에 눈을 떠보니 다들 이미 채비를 하고 계셨다. 눈을 감자마자 뜬 것 같은 기분이었다.
다시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정해진 법당에 모여 새벽 참선을 했다. 해도 뜨기 전인데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으니 목탁소리가 자장가처럼 느껴졌다. 꾸벅꾸벅 졸고 있으면 어디선가 맑고 경쾌한 '대나무 몽둥이' 소리가 촥촥 하고 울려 퍼진다. 이 몽둥이의 이름은 '죽비'이다. 맞으면 소리만 크지 아프지는 않다고 하는데 내가 맞았는지, 아니면 바로 옆에서 맞는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죽비는 주로 선방에서 참선 시 사용하는데 참선을 시작할 때와 끝날 때 신호를 보내는 용도로 사용하며 참선 중 조는 스님이 있을 경우 방장이 그 스님의 어깨를 살짝 쳐서 경책 하는 용도로도 쓰인다. 이때 경책을 받은 스님은 경책해 준 보답으로 합장 배례하는 것이 예의이며 그 소리 때문에 졸듯 말 듯하는 다른 스님들이 정신을 다잡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다만 이쪽도 예외는 있어서(...) 방장이 엄격하고 다혈질인 스님일 경우엔 꽤 아프게 때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가령 성철 스님은 용서 없이 등을 후려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한 번은 휴식 시간에 깜빡 낮잠을 자던 젊은 스님을 경책 하자 그 스님은 너무 놀라서 죽비를 꺾어 버리고 도망쳤다고 한다.
- 나무위키에서 발췌-
저녁 공양까지 마치고 나면 세면 후 다시 모여 산책을 하곤 했는데, 마지막 밤에는 그 이름이 '담력훈련'이었다. 아무래도 야간 산행이다 보니 사전에 안전교육도 철저하게 이루어졌다.
반드시 한 줄로 앞사람을 따라가라. (거리가 멀어지면 그 사이에 다른 누군가가 끼어들어 너희를 다른 곳으로 데려갈지도 모르니)
개인 손전등을 여기저기 비추지 마라. (귀신을 볼지도 모르니)
나무에서 뭐가 툭 떨어져도 놀라지 마라. (스님들이 설치한 것들이 몇 군데 있는데 그게 아닐 수도 있으니)
뒤를 돌아보지 마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안전교육을 빙자한 공포심 조성이었던 것도 같다. 우리는 진지하게 듣다가 소리를 꺅 지르고 또 까르르 웃으며 한껏 부푼 마음을 안고 출발했다. 수다 떨지 않고 정신 똑바로 차린 채 앞사람을 따라 걷다 보면 반환점을 돌아서 다시 해인사로 돌아오는 코스였다. 혹시 무서우면 큰 소리로 이런 주문을 외우라고도 하셨다.
옴 마니 반메 홈
귀신을 쫓는 주문인가 보다 하며, 뜻 모를 그 말을 목이 터져라 외치며 다녔다. 귀신이 나타나면 부처님이 지켜주시겠지 하며 말이다. 훗날 사극에서 어떤 유명한 스님이 이 주문을 외는 것을 보고 이것도 불교 용어였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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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 우스꽝스럽게만 느껴졌던 이상한 주문이 실제 불교에서 쓰이는 것이라니! 게다가 내가 어렸을 때 가야산을 헤매며 목청껏 외쳤던 말이 유명한 드라마에 나오니 저 장면을 보고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드라마에 나오면서 이 주문은 유명해지면서 동시에 왠지 예전보다 더 우스꽝스러운 말로 전락한 듯 하지만, 실제로는 꽤 진지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옴 마니 반메 홈’을 구글링 해보니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온다.
불교, 특히 대승불교 전반과 밀교와 티베트 불교에서 많이 외워지는 진언 중 하나로 모든 죄악이 소멸되고 모든 공덕이 생겨난다는 뜻이다. 마법의 주문은 수리수리 마하수리 쪽이 더 유명하지만 이쪽도 많이 쓴다. - 나무위키에서 발췌-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