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속적 중재합의'의 효력 인정 기준 명확히 해
대법원은 2025년 1월 23일 선고된 2024다243172 판결에서 계약서에 포함된 중재조항의 효력을 해석하는 기준을 제시하며, 중재조항에 일부 흠결이 있더라도 원칙적으로 유효한 중재합의로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국제 및 국내 계약에서 분쟁 해결 방식으로 중재를 활용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가운데, 중재조항의 해석과 효력 판단에 중요한 기준을 제공했다.
계약서 해석의 원칙
대법원은 계약서를 해석할 때 단순히 문언에 국한되지 않고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탐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계약 내용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계약서의 문언을 출발점으로 삼되, 계약 체결의 동기, 경위, 당사자 간의 합의 여부, 거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해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계약서가 복수의 언어본으로 작성되었거나 하나의 계약서 내에 복수의 언어가 사용된 경우에도 동일한 해석 방법이 적용될 수 있으며, 사용된 언어 간 내용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에는 당사자가 특정 언어를 우선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를 따른다고 밝혔다.
전속적 중재합의의 성립 기준
중재합의는 일정한 법률관계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법원이 아닌 중재를 통해 해결하도록 하는 당사자 간의 합의를 의미한다. 중재법 제9조에 따르면, 중재합의가 존재하는 경우 법원은 해당 분쟁에 대한 소송을 각하해야 하며, 이는 전속적 중재합의가 성립된 경우에 해당한다.
대법원은 전속적 중재합의가 성립되었는지 판단할 때 다음과 같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재조항의 내용: 계약서 내 중재조항의 문언과 표현을 종합적으로 해석하여, 당사자들이 법원이 아닌 중재를 통해 분쟁을 해결하기로 합의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계약 체결 경위: 중재조항을 계약서에 포함하게 된 배경과 당사자의 의도 등을 고려하여, 중재가 분쟁 해결 방식으로 의도되었는지 분석해야 한다.
중재조항의 존재 여부: 계약서에 별도의 중재조항이 포함되어 있다면, 이는 당사자들이 분쟁을 중재를 통해 해결하기로 합의했다는 유력한 증거로 볼 수 있다.
중재기관·준거법·중재지가 명시되지 않아도 효력 인정
대법원은 중재조항에 중재기관, 준거법, 중재지가 명시되지 않았더라도 중재합의로서의 효력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중재조항이 장래의 분쟁을 중재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표현하고 있어야 하며, 단순한 흠결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유효한 중재합의가 부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중재조항에 일부 문언이 모호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중재기관이나 중재인을 지정하는 등의 문제가 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중재합의를 무효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이는 실질적으로 당사자들이 중재를 원했던 경우, 일부 기술적 문제로 인해 중재합의의 효력이 부정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해석으로 보인다.
중재제도의 안정성 강화
이번 판결은 기업 간 계약에서 중재를 통한 분쟁 해결이 점점 확대되는 현실을 반영하여, 중재합의의 유효성을 폭넓게 인정하는 방향으로 해석의 기준을 정립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국제거래나 국내 계약에서 중재를 통한 분쟁 해결을 고려할 때 보다 명확한 기준을 참고할 수 있게 되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중재합의의 안정성을 높이고, 법원이 중재조항의 효력을 쉽게 부정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중재제도를 활용한 분쟁 해결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