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따지는 변호사, 이재훈 교수의 예술 속 법률 이야기
<그림 따지는 변호사>, '그림 속에 숨어있는 아주 사소하고 심각한 법 이야기'는 예술과 법이라는 두 세계를 절묘하게 연결한 책이다.
변호사 출신의 저자는 법이라는 냉철한 분석 도구를 통해 예술 작품에 담긴 인간적인 이야기와 사회적 맥락을 새롭게 조명한다. 책은 그림, 음악, 문학 작품에 얽힌 이야기를 법적 관점에서 풀어내며 독자들에게 색다른 시각을 제공한다.
예술과 법의 경계를 탐구하는 흥미로운 여정
책의 시작은 바로크 미술의 거장 루벤스(Peter Paul Ruben)의 작품 해설을 듣고 느낀 저자의 상상에서 비롯된다. 루벤스의 작품에 담긴 상황을 현대 사회와 연결하고, 법적 해석을 더해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과정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특히, 저자는 클래식 잡지에 담긴 다양한 작품을 법리적 시선으로 재구성하며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다.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행위를 단순히 미적 차원에 머물지 않고, 사회적·법적 질문을 통해 현실로 끌어들이는 방식은 독창적이다.
책은 다섯 가지 주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바로크 미술의 거장 루벤스의 작품을 한국 법률의 관점에서 분석하며, 소설 속 설정이 실제 상황이었다면 어떤 법적 판단을 받았을지를 상상한다.
장 모네의 세발자전거와 한국의 자전거 이용 활성화법을 연결한 내용은 일상적인 사물에 대한 법적 정의를 독자들에게 쉽게 설명한다.
아르침볼도의 초현실적 작품을 모티브로, 생성형 인공지능이 기존 작품을 학습해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낼 때 발생할 수 있는 저작권 문제를 탐구한다.
메리 카샛의 그림 속 조카들의 초상권 문제를 현대적 시각으로 풀어내며, 소셜미디어에서의 개인정보 보호 이슈와 연결한다.
조셉 라이트의 실험을 통해 동물 실험에 대한 법적·윤리적 논쟁을 다루며, 현대 사회에서의 동물 복지와 연결한다.
법으로 예술을 다시 보다
이 책은 예술 작품이 단순한 미적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 삶과 맞닿아 있음을 깨닫게 한다. 저자는 독특한 사례를 통해 독자들이 법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진주가 귀금속인지 보석인지에 대한 법적 정의를 논하거나, 훈민정음 해례본을 NFT로 발행할 때의 저작권 문제를 소개하며 법을 현실적으로 풀어낸다. 이를 통해 법이 단지 딱딱한 규율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도구임을 보여준다.
이 책은 단순히 예술과 법이라는 두 주제를 연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사회적 이슈를 판례와 연결하며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생성형 AI, 초상권, 양육비 미지급 문제 등 현재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주제들을 예술 작품과 연관 지어 다룸으로써 독자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한다.
또한, 예술 작품 속의 이야기를 현실의 법과 결합시킴으로써, 독자들이 예술을 새로운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그림 따지는 변호사>는 예술을 사랑하는 독자와 법에 관심 있는 사람 모두에게 유익한 책이다. 예술 작품 속 숨겨진 이야기를 법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과정은 신선하고, 독자들에게 사고의 확장을 경험하게 한다.
법과 예술이 만나는 이 독특한 여정은 독자들에게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며, 예술을 보는 새로운 렌즈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