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막막한 안개 속에서 내 진로를 구체화하려면
#16. 나에 대해 이해하기
진로 상담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당신은 어떤 단어가 먼저 연상되는가?
많은 사람들은 ‘직업’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것이다.
진로 상담사와 마주 앉아 여러가지 직업들의 정보를 수집하고, 그 중에서 가장 최선의 선택지를 찾는 것을 진로 상담이라고 기대하고 있을 수도 있다.
나 역시 진로 상담을 제대로 알기 전까지는 내담자에게 맞는 직업을 추천해주는 것이 진로상담사의 역할이라고 오해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나의 진로 상담실에서는 직업에 앞서 꼭 해야하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나는 누구인가’이다.
물론, 나이에대한 압박이 높은 우리 사회에서 ‘이런 고민은 시간낭비가 아닌가’라고 느껴질 수도 있다. 빨리 직업에 대해 추천을 받고, 하루라도 빨리 준비를 시작하고 지원을 해야하지 않을까 조급함이 몰려올 수 있다.
그러나 앞서 길게 이야기를 했듯, 진로를 찾아가는 과정은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과 유사하다. 나에 대한 이해 없이 나에게 맞는 사람을 그려낼 수 없는 것처럼, 나에 대한 이해 없이는 나에게 맞는 일을 찾아가기 어렵다.
때문에 진로에서 나의 문제(어려움)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목표를 세우고 싶은지를 결정했다면. 그 다음 진로상담 테이블에 올라오는 주제는 ‘나는 누구인가’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하루 24시간 365일을 붙어있는 사람이지만, ‘당신은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을 받는 순간 세상에서 가장 낯선 존재처럼 느껴지는 것이 바로 ‘나’라는 사람이다.
나는 산보다는 바다를 좋아하고, 짜장면보다는 짬뽕을 좋아하는 것 같긴한데… 이런게 도움이 되는건가.
반복되는 일보다 조금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은 것 같긴 한데…
나라는 사람을 이해해야 나에게 맞는 직업을 찾는다는 건 알겠는데…
진로에서 ‘나’라는 사람을 이해한다는건 도대체 무엇을 해야하는건지 막막함이 느껴질 수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진로에서 ‘나’라는 사람을 이해한다는 건 무엇일까.
진로 상담의 주요한 이론 중 하나인 <인지적 정보처리 이론>에서는 진로를 탐색하고 설정하는데 아래의 피라미드 모형을 제시한다.
맨 아래칸을 본다면, 자기정보 영역과 직업 정보 영역이 함께 놓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인지적 정보 처리 이론에서는 나를 이해하는 것(자기정보 영역)과 직업정보를 탐색하는 것(직업정보 영역)이 상호작용을 하며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 중에서 자기정보 영역에서는 직업에 대한 개인의 가치, 흥미, 기술, 선호하는 근무 조건 등을 파악하고 구체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나는 어떤 일에서 흥미를 느끼는지, 무엇을 할 때 잘 할 수 있고, 어떤 상황에서 보람을 느끼는지. 혹은 어떤 일에서는 과도하게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심지어는 위축될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에 대해 시간을 들여 고민을 하고 이해하는 과정은 쉽기만 한 일을 아니다. 때문에 이 주제를 앞두고
‘굳이 나를 이해해야 하는가’, ‘그렇지 않고도 일을 잘 구하는 사람들도 많은데’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여기서는 직업에 대한 극단적인 두 관점을 이야기해볼 수 있다.
1. 직업을 통해 반드시 자신을 실현해야 한다. 나의 적성에 완벽하게 일치하는 일을 찾아 소명감을 가지고 일을 해야만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다.
2. 직업은 삶에서 수단일 뿐이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도구일 뿐이고 때문에 현실적인 부분만 고려하여 가장 높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일을 찾기만 하면 될 뿐이다.
이 두 가지 문장이 어떻게 읽혀지는가. 둘 다 완벽한 정답은 아니라고 느껴지면서도, 왠지 한 쪽을 선택해야할 것만 같이 느껴지지 않는가.
그러나 소수의 사람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1번과 2번 사이에서 자신만의 답을 찾아나갈 수 있다. 일은 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수단이면서, 동시에 삶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기도 하다.
때문에 진로에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이해하고, 그것에 맞는 직업이 무엇인가를 함께 고민한다면. 보다 만족스러운 진로를 설정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이어질 장에서는 아래 네 가지 주제로 나를 이해해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1. 직업에서의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직업가치관)
2. 내가 흥미를 가지고 있는 영역은 무엇인가 (흥미)
3.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편안한가 (성격과 작업 스타일)
4. 나는 남들보다 무엇을 잘하고 쉽게 하는가 (강점과 기술)
다음장에서는 직업 가치관에는 무엇이 있으며, 나의 직업 가치를 바탕으로 진로를 탐색해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 참고문헌: James P. Sampson, Jr, Robert C. Reardon, Gary W. Peterson, Janet G. Lenz. 『인지적 정보처리 이론과 실제-진로 상담과 서비스』. 이재창, 최인화, 박미진, 최정인(역). 한국가이던스, 2009.
* 이미지 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