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나에게 전하고 싶은 말

[대학만 가면 끝인 줄 알았어요]를 마무리하며

by 해리
#.25 또 넘어져도, 또 길을 잃더라도


이 글을 쓰는 동안 내가 근무하던 대학교에서는 두 번의 채용박람회가 있었다.

대학생 신분으로는 단 한 번도 발을 들여 놓은 적이 없던 그 곳에 두 번이나 노트북을 들고 가 앉아 학생들의 질문들을 받는 역할을 하고 왔다.


대학 생활 중 나는 채용박람회에 한 번도 가보지도 않았고, 심지어는 가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진로 상담이라는 것이 있는 줄도 모르던 이십대의 학생은 진로 상담을 받아볼 생각도, 그 어떤 취업 관련 프로그램을 이용해볼 생각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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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긴장된 모습으로 넓은 홀을 돌아다니며 기업들의 부스에 앉고 설명을 듣는 학생들을 무수히 지켜보았다. 명확한 정답이 없는 자신의 삶에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나가는 그 과정 자체가 인생이 아닐까하는 낭만스러우면서도 꼰대스러운 감상에 사로잡히곤 했다.


동시에 학생들을 보며, 나도 그때 이런 경험들을 했다면, 조금만 취업에 관심을 가졌었더라면 내 삶은 달라졌을까 상상이 들었다. 그러면서 내 인생의 초반 스타트를 잘못 끊은 것은 아닐까 하는 우울감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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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만약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다면, 나는 정말 다른 선택을 했을까?

최선의 선택을 해서 지금 나를 가장 최고의 자리에 올려다 놨을까.


냉정하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만약 연극을 하지 않았더라고, 영화에 기웃거렸을수도. 소설을 쓴다고 시간을 썼을수도. 혹은 자아를 찾겠다고 지구 반대편에 날아갔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나라는 사람은 결국 이 모든 고민의 과정과 실패의 과정들이 필요했던 사람이고.

그랬기 때문에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

나의 인생에서 꼭 지키고 싶은 것은 무엇이고 그래서 무엇을 포기해야하는지 이해하고 그것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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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멋있는 척 달관한 척 글을 마치는 순간에도.

나는 여전히 고학력을 요구하면서도 박봉에 고용이 불안정한 나의 직업에 고민을 하고 있고.

꽤나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은 친구들을 부러워하고 있으며,

불확실한 미래를 두려워하며 그 다음을 준비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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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은 멀고, 삶이라는 자욱한 안개는 가득하게만 느껴진다.

나는 앞으로도 또 길을 잃을 것이고, 또 넘어질 것이고 그래서 또 아플 것이다.

이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 이만큼 또 확실한 것이 어디있을까.



세상에서 최고로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호기롭던 10대, 의기양양하던 20대를 거쳐

세상에서 최고로 멋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이만하면 괜찮은 나.



그런 나와 함께 동행 할 앞으로의 삶을 기대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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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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