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모든 것은 우연하게 시작된다
#.24 어차피 삶은 불안의 연속: 무한 쇼핑에서 벗어나기
긴 진로 방황을 끝내며 석사에 진학한 나를 위해 아이패드를 선물하고자 했던 날이었다.
어차피 수업에 사용할 용도였으니, 성능이 그렇게 좋을 필요는 없었지만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기능이 되는 아이패드를 사고 싶었다.
그런데 아이패드를 사는 일이 이렇게나 어려웠던 일이던가. 조금 저렴하게 사보려했던 욕심은 애플 공식홈, 네이버 쇼핑, 쿠팡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게 했고. 요즘은 미개봉 중고가 있다는 누군가의 조언에 쓰지도 않던 당근마켓을 깔고 키워드 알림을 해놓으며 시도때도 없이 중고 제품들을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거기다가 보태보태병까지 재발했는데.
이렇게 살꺼면, 아이패드 미니가 낫지 않을까. 아니면 조금 욕심내서 아이패드 프로를 살까. 요즘은 갤럭시 탭도 괜찮다던데 이 참에 비교를 해볼까. 곧 있으면 새로운 버전이 나올지도 모른다는데, 조금 더 기다려서 완전 새 제품을 사볼까.
아이패드 하나를 놓고 온갖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결국 무엇을 사야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입학을 맞이했다. 결국 부랴부랴 처음에 염두했던 제품을 결제했을 때는 대기로 인해 중간고사 기간이 되어서야 제품을 받아볼 수 있었고, 아이패드에 대한 흥미는 모조리 떨어진 후였다.
나의 문제는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그때의 나는 실패 없는 완벽한 선택을 하고 싶었고, 나의 ‘돈’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최대치로 활용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본다면 내가 간과했던 것이 있었다. 나는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해 고군분투 했지만, 이로 인해 나의 ‘시간’과 ‘에너지’라는 한정된 자원의 소중함을 간과했다.
완벽한 선택을 하기 위해 무한 쇼핑을 했고 무한 비교를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처음과 크게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면서도 만족감을 느끼기는커녕 피로감을 느겼다.
오히려 돈을 좀 더 주고서라도 애플 매장에서 새것을 사서 북 뜯어버렸다면, 나는 그 어느때보다 가장 큰 만족감을 느꼈을 수 있다.
이러한 무한 쇼핑은 ‘세상에는 완벽한 정답이 있다’라고 가정을 할 때 쉽게 나타날 수 있다. ‘세상에는 최고의 선택이 있으며, 나는 반드시 그 선택을 해야한다’라고 느낀다면 무언가를 실제로 시도하기보다 계속 정보를 알아보거나 준비단계에서만 머무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인생에는 완벽한 정답이 없으며,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려다보면 아무것도 시도하지 못한다는 것을 말이다. 물론 아무것도 알아보지 않고 덥석 물건을 사는 것도 지양해야하겠지만, 무한 쇼핑은 나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방해할 수 있다.
진로 역시 비슷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완벽한 선택을 하기 위해 과도하게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모습들을 보이곤 한다. 그 중에서는 내가 결코 통제할 수 없는 혹은 내가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절대 알 수 없는 걱정들일 경우가 많다.
“내가 좋아하는 걸 직업으로 선택했을 때, 나중에 내 마음이 식으면 어떡하지”
“이 일은 내가 그렇게 잘 못하는 것 같은데, 이걸 평생 직업으로 삼을 수 있을까”
“지난번에 서류에서 떨어졌는데, 다른 기업에 쓴다고 내가 붙을 수 있을까”
“지금 시작한다면 너무 늦은 것이 아닐까”
진로 뒤에 가장 많이 달라붙는 감정은 ‘불안’이다.
불안이란 나의 시점이 미래에 가 있는 것을 의미하는데, 불안은 나에게 과도하게 준비를 많이 해야할 것처럼 느껴지게 만든다거나 결국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나의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고, 지금 준비한다고 통제할 수 있는 영역 역시 아니다.
내가 하고 있는 고민이 합리적인 탐색과 고민의 수준인지.
아니면 과도하게 완벽한 선택을 하기 위해 무한 쇼핑을 하는 것인지 멈추어 생각할 필요가 있다.
만약 무한 쇼핑의 굴레에 빠져있었다면, 이제는 당신을 위한 결정을 내려보기를 바란다.
적절하게 고민하고 산 그 물건을 당신이 잘 즐길 수 있기를.
직접 물건을 사용하며 내가 미처 몰랐던 장점을 발견할 수 있기를.
그리고 혹시라도 그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새로운 물건을 다시 살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이미지 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