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 당연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2
다행히 김과장은 이런 상황을 사전에 방지했다. 우선 동료들에게 김과장의 이미지가 그닥 나쁘지 않기에 그들은 고의로 늦게 할일을 주지 않는다. 사실 이곳 구성원들 중 그의 평판은 직급, 나이를 불문하고 가장 좋은 편에 속한다. 갑작스럽게 휴가를 가게 되었을 때, 그래서 미처 누군가에게 인수인계를 제대로 못 했을 때, 아니면 그냥 급할때. 이럴 때 찾으면 어지간해선 평균 이상으로 잘 커버해주는 사람이 다름아닌 김과장이다.
김과장은 여기에 더해 동료들이 본의 아니게 퇴근을 늦어지게 만들 수 있는 변수도 차단한다. 동료들의 업무패턴을 잘 기억하고 있는 김과장은 평소보다도 더 그들에게 관심을 갖고 귀를 열어둔다. 남을 도와야 그들도 나를 돕는다. 오늘은 김과장이 시간을 들여 도울만한 다들 별다른 일이 없었다. 그리고 이미 이른 출근으로 확보한 30분동안 다른 동료들이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사무실 내 사소한 잡무들을 먼저 해결해 두었다. 이런 김과장을 사무실 동료들은 따뜻한 사람,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김과장도 원래는 이런 성격이 아니다. 그의 방은 청소를 자주 하지 않아서 먼지가 앉아있을 때가 많다.
그럼에도 그는 회사에서는 다른 사람이 된다. 김과장은 사람들에게 신뢰받는 사람이다. 본인이 그렇게 되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좋은 사내생활을 위해선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 해야한다. 그래야 일을 할 때 내 주장에 설득력이 생긴다. 설득력이 있다는 건 내 판단을 상대에게 관철시키기 쉽다는 말이다. 설득력 있는 사람이 어떤 판단이나 결정을 내리면 그와 관련된 다른 사람들은 작은 근거로도 믿고 따르게 된다.
그래야 일이 편하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이런 경험은 단 한번으로도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 '맡은 일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영원히 행복을 모를 것이다.' 라는 격언은 조금 과장된 감이 있지만 적어도 회사 안에서만큼은 일리있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