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퇴근

ep4 당연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

by 밀크씨슬

금요일 아침. 김과장은 평소보다도 30분 일찍 출근한다.

오늘은 그가 반드시 정시 퇴근을 해야 하는 날이다.

회사에 급한 일이 있어서만은 아니다. 그는 태도를 보여주려는 것이다.

그는 평소보다 더 바쁘게 움직여 많은 일을 해낸다.

점심도 거른다. 실제로 점심을 거를정도로 바쁜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장점도 있다. 약속장소에서 저녁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그는 오늘 여러가지 일을 해냈지만 어쩐지 모두 100% 완료하지는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퇴근 직전에 나머지 10%를 모두 해버림으로써 그 때 새로운 일을 맡게 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다.


그렇게 오후가 되고 별다른 특이한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이쯤되면 다른 동료들에게 말하지 않아도 벌써 그들은 이미 느낌으로 알고 있다.

오늘 김과장이 무슨 일이 있고, 빠른 퇴근을 원한다는 것을.

평소 그는 퇴근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리고 발생은 했지만 주인이 없는 일들을 도맡아 해준다. 그리고 항상 여유롭게 사람들을 대한다. 대부분 좋아하지만 일부는 그런 호의를 불편해 하기도 한다.


그런 그의 스타일이 평소보다도 좀 더 과해졌다 싶을 때가 있다. 바로 정시 퇴근을 원하는 날이다. 일년에 몇번 없는 날이다. 어떤 이는 그가 점심을 거르면 빨리 퇴근하려는구나 생각한다. 어떤 이는 그가 출근해서 외투를 벗고 있으면 오늘 빨리 가려는구나 생각한다.


문제는 이런 의도를 알아차렸을 때 각 개개인의 생각이다.

단 한명만 퇴근에 동의하지 않아도 김과장의 계획은 물거품이 된다.

계획을 망치는건 간단하다. 일거리를 들고 있다가 퇴근 직전에 주면 끝난다.

또 김과장만 할 수 있는 일을 숨겨뒀다가 늦게 알려주면 된다.

책임감이 강한 사람에게 이런 방법은 보다 더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물론 김과장은 일을 오늘 처리하지 않고 다음주로 미룰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면, 비록 월요일 아침일찍 처리한다고 하더라도 마음속에 작은 부담으로 남아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주말동안 작은 부담으로 잠자고 있던 이런 작은 가능성들이 모여서 월요일을 저주받은 요일로 만드는 것이다. 이 사실을 김과장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김과장은 월요일을 싫어하지 않는 몇 안되는 사람 중 하나이다.

월, 화, 수,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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