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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절대 안 나갈 거야

by 흰돌

주말이다. 이번 주 초에 담임 선생님께 전화가 온 이후로 그럭저럭 일주일을 잘 보냈다. 수업 시간에 게임을 거부하고 울면서 떼를 썼다는 이야기를 듣고 화를 참지 못한 나는 불덩이 같은 아이와 또 한바탕 했었다. 불과 불이 만난 듯 서로 화내고 싸우고... 결국 울면서 끝났던.


그날 놀이치료 선생님과도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는 또 학교 생활을 나름 열심히 하는 듯 보였다. 마칠 때마다 오늘은 울지 않았다고 얘기하는 아이가 안쓰럽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 또 사달이 났다.


아이는 밖에 나가는 것을 너무나도 싫어한다. 보통의 남자아이들이라면 밖에서 뛰어다니고 놀이터에서 노는 걸 좋아할 텐데 우리 아이는 집돌이다. 집을 너무나 사랑한다.

아무래도 집에 있으면 익숙하고 가장 편하니 낯설고 불안한 밖에 나가고 싶지 않은 것 같다. 밖으로 데리고 나가기까지는 늘 실랑이가 일어나지만 막상 나가면 또 잘 놀기 때문이다.


이 날도 잠시 산책을 나가기로 약속했었다. 저번 주도 날이 춥고 아이도 감기가 낫지 않아 집에만 있었더니 아이가 계속 자기가 하고 싶은 놀이만 하고 건강해 보이지 않았다. 토요일에는 가까운 대구 미술관에 가족 나들이를 다녀오긴 했지만 일요일에도 집에만 있기엔 우리도 무료했고 아이한테 좋을 리 없었다.


워낙 불안이 높은 아이라 우리는 며칠 전부터 계속 일요일에도 집 근처에 산책을 나가자고 얘기해 왔다. 아이도 일요일 아침까지는 놀이터에 자전거를 타고 가자고 했다가 근처 공원에 가자고 하며 동의를 했다.


그런데 요즘 아이는 변신 로봇에 너무 몰입을 하고 있었다. 어릴 때 가지고 놀던 변신 로봇들을 갑자기 들고 나오더니 하루종일이라도 가지고 놀 태세였다. 계속 한 가지 활동에만 몰두하는 것도 좋지 않기에 전환도 시키고 환기도 시킬 겸 우리도 아이도 산책을 위해 챙기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다 챙기고 나서 나가자고 하니 아이가 갑자기 돌변하기 시작한다. 자기는 집에 있고 싶단다.


"집에서 절대 안 나갈 거야!"


온갖 감언이설로 아이를 꼬시고 회유책을 써도 이미 마음이 돌아섰다. 아이의 이런 손바닥 뒤집듯 하는 변덕에 질려버린 우리는 화가 나기 시작했다.

아이는 도통 자기 고집을 꺾지 않았다. 아주 순한 양처럼 말을 잘 듣다가도 어느 포인트에서 갑자기 고집불통이 되곤 했다. 한 번 마음을 먹으면 주변 얘기는 들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자기가 하기 싫은데 정말로 왜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 아무리 이유를 설명해 봐야 벽에다 말하는 것과 같았다.


점점 칭얼대고 짜증을 내면 우리도 감정이 올라왔다. 저번 주도 비슷한 일이 있었기에 이번에는 넘어가서는 안될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가 단호하게 말할수록 아이의 언행은 점점 거칠어지고 결국 아이를 못 움직이게 잡고 진정이 되게 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협박조로 이야기를 하고 이렇게 약속을 어기면 네가 좋아하는 놀이를 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아도 아이는 고분해지기는 커녕 더 큰소리로 악을 질렀다. 밖에 나가겠다고 얘기를 하면 편하게 해 주겠다고 했지만 끝내 아이는 인정을 하지 않고 버텼다. 그러다 피곤했는지 자기 분을 못 이겼는지 그 자세로 잠이 들었다.


아이는 이렇게 몸이 피곤하거나 했을 때 더 잘 흥분하고 감정 조절이 안 되는 것처럼 보였다. 체구도 체력도 약하고 아침에 먹은 약 때문인지도 몰랐다. 그렇게 한차례 태풍이 지나가고 아이는 다시 깨어났다.

자고 일어났으니 피로도 풀려서 수용이 되지 않을까 했지만 아이의 고집은 그대로였다. 화가 끝까지 난 나는


"네가 이렇게 떼를 쓰고 울면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엄마, 아빠도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게 할 거야. 아무것도 만지지도, 하지 말고 그럼 집에만 있어!"


아이는 또 악을 쓰며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만 있겠다고 한다. 나는 아이가 장난감을 만질라고 치면 다 가져다가 통에 넣어버리고 자기 방에 들어가면 거실로 들어서 데리고 나왔다. 아이와 또 대치 상태다.

아이는 아무것도 못하고 거실에 우두커니 계속 앉아 있었다. 나는 그 옆에서 화가 난 얼굴로 지켜보았다. 그런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아이가 일어나더니 큰 방으로 들어간다. 나는 아이를 뒤따라가 보았다. 아이는 자기 옷 서랍을 열더니 옷을 꺼내기 시작한다. 그러고는 말한다.


"밖에 나가요."


우리는 그제야 웃음을 띠며 아이에게 칭찬하고 밖으로 나갔다. 아빠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마트에 가서 신나게 장도 봤다. 거리가 꽤 멀고 오르막길이라 힘들었을 텐데도 아이는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런 일은 계속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이다. 사실 어떻게 아이를 가르쳐야 할지 잘 모르겠다. 내가 한 방법이 틀린 것도 같다.


정말 가슴속에 불덩이 같은 게 튀어나오듯 화를 내선 안 되는 거였다. 결국에 할 아이였다. 우리는 그저 기다려 주어야 했다. 자식은 부모를 보고 배운다는 것을 잊지 말자.


나부터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바다처럼 평온한 사람.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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