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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안 울었어요

by 흰돌

아침에 그렇게 뾰로통하게 등교한 후 학교에서 잘했을까 걱정하며 아이를 데리러 갔다.

아이는 평소와 다르지 않아 보였다.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오늘 힘든 일은 없었냐고 물었다.


"오늘 국어시간에 게임을 했는데 아이들이 열심히 안 하고 져서 속상해 울었어요."


나는 질 수도 있으니 울면 안 된다고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집으로 향했다. 아이에게 우유와 먹고 싶다고 한 과자를 간식으로 내어주려고 할 때였다.


전화가 왔다. 담임 선생님이었다.


두어 번 통화를 한 적은 있지만 먼저 전화가 온 건 처음이었다. 나는 순간 긴장감으로 가슴이 쿵쾅쿵쾅 댔다.


나는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도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로 전화 주셨냐 하니


"아이가 오늘 집에 와서 아무 말 안 하던가요?"


오늘은 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아주 심각한 일일 것 같은데... 내 머릿속은 온갖 최악의 시나리오들로 가득 찬다.


선생님께서는 아까 아이가 말한 일들을 얘기해 주셨다. 국어 시간에 팀별로 게임을 하기 위해 줄을 세워 게임 설명을 하는 와중에 아이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게임을 시작하기도 전에. 너무나 큰 소리로 울어 게임 진행도 제대로 되지 못했고 옆반 선생님까지 놀라 달려올 정도였다고.


나는 또 죄인이 된다.


선생님은 1교시 놀이 수업에도 친구들과 하는 활동을 거부했고 평소에도 협동학습이 힘들다 하시며 곧 있을 공개수업도 걱정된다 하신다. 어머니께 이런 상황임을 알려드리려 연락드렸다 하며 집에서 이기는 것보다 친구들과 함께 잘 활동할 수 있도록 계속 얘기해 달라시며 전화를 끊으셨다.


내 마음도 툭 끊기는 느낌이다.


그토록 불안했던 걱정들이 현실이 된 것이다. 한 달 동안 크게 연락이 없으셔서 잘하고 있는 것 같아 내심 안심하고 있었는데...

내 마음속의 불안이 증폭된다. 나는 아이를 또 잡고 잔소리로 몰아세운다. 이기는 건 중요한 게 아니라고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게 더 중요한 거라고. 친구들이 열심히 안 해서 질 것 같아 불안했다면 울지 말고 친구들이나 선생님께 또박또박 말로 표현해야 한다고.


하지만 아이는 받아들일 마음의 상태가 아니었다. 자기가 먹고 싶은 간식도 먹지 못한 채 자기에게 잔소리를 퍼붓는 엄마에게 밉다 하며 소리 지르고 운다. 계속 반성을 강요하는 나에게 아이도 지지 않고 자기는 학교에도 안 갈 거고 계속 그렇게 할 거라고 악을 쓴다.


결국 서로 울며 싸운다.


하지만 이대로 계속 울 순 없다. 나는 우는 아이를 들쳐 안고 놀이치료 센터로 향한다. 차에서 자다 깬 아이는 여전히 삐친 채로 선생님의 손을 잡고 끌려간다.


나는 남편에게 전화로 오늘 일로 힘든 마음을 또 퍼붓고 상담 선생님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소연한다. 그룹치료를 해야 할 것 같다며 또 불안함에 마음만 앞선다. 하지만 선생님께서는 어른과 잘 되어야지 친구들과도 잘 된다며 집에서 아이와 계속 놀이하며 가르쳐야 한다 하신다. 아이의 떼쓰는 모습을 부모가 직접 보여주고 영상으로 찍어서 보여주라고.


놀이치료 수업을 마치고 나온 아이는 한결 편안해 보였다. 그러고는 대뜸 말한다.


" 엄마, 이제부터 안 울도록 노력해 볼게요."


나는 조금 놀랐지만 잘 생각했다며 다독인다. 다시 착한 아이 모드가 된 아이는 집에서 엄마와 게임을 하며 다시 다짐을 해본다.


그 다음날, 나는 다시 학교 후문에서 아이를 기다린다. 아파트 같은 라인 반 친구 엄마와 또 만나 잡담을 하다 보니 아이들이 나온다. 그 여자 아이는 요즘 혼자서 아침에 등교를 한다고 한다. 순간, 나는 너무 아이를 믿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은 믿는 대로 자란다는데 내가 아이가 못 자라게 막고 있는 건 아닌지.


그때, 내 아이가 또 부신 햇살에 한쪽 눈을 찡그린 채로 달랑달랑 달려 나와 엄마를 찾는다. 그리곤 자랑스러운 얼굴로 나를 보자마자


"엄마, 나 오늘은 안 울었어요."


옆에 있던 아이 엄마는 귀엽다며 웃었지만 그 깊이를 아는 나는 또 울컥한다. 친구와 강아지들처럼 뛰어가는 아이를 보며 또 마음을 다잡아 본다.


엄마도 안 울게. 엄마도 더 씩씩해질게. 노력해 줘서, 자라주어서 고마워. 믿어줄게, 꼭. 우리 아들.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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