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부모
요즘 고민이 많다.
가장 큰 고민은 2학기 복직 여부.
여전히 일주일에 한두 번은 사건이 생기고
학교에서 연락이 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복직을 할 수 있을까.
늘봄이나 돌봄이라도 된다면 조금은 안정적일 수
있을 것 같다.
학교에 연락해 보니 늘봄은 2학기에도 모집 계획이 없지만 돌봄은 자리가 있단다.
다행이면서도 고민이 더 된다.
아이가 학교에 잘 적응했다면 돌봄을 하면서
안정적으로 하교가 가능할 것이다
아이를 위해 2학기도 휴직하고 내년에 복직한다면
우리도 바쁜데 아이도 돌봄이나 늘봄에 새로이
적응해야 한다.
정답이 없다.
결국 좀 더 아이를 지켜보고 결정하기로 한다.
이번 주 화요일이었다.
아침에 학교에서 또 걸려온 전화.
내 목소리가 겁에 질렸는지 담임 선생님께서는
너무 놀라지는 마라 하신다.
아이들이 컴퓨터실에 가서 연락을 주신 거란다.
아침 시간에 글씨 쓰기를 했는데 다른 급수로 잘못 적었다고 한다.
선생님은 이어서 맞는 급수로 써도 된다 했으나
아이는 이미 감정이 상해버렸다.
지우고 고치고 하다 자기 화를 못 이겨 결국
공책을 찢어 버렸단다.
저번 주에 이어 또 이런 일이.
자포자기의 심정이 된다.
감기약 탓인지 오전 내내 소파에서 잠들고,
기운도 없고 입맛도 없어 컵라면으로 대충 끼니를 때운다.
추적추적
비가 오는 날씨다.
내 마음 같은 비를 뚫고 아이와 함께 집으로 걸어 올라왔다.
집에 와서 아이를 내 앞에 앉히고 차분히 오늘 학교에서의 일들을 물어본다.
1교시부터 마칠 때까지.
아침 시간에만 그런 일이 있었던 거라 생각했는데
아이는 오늘 있었던 창체 시간에도 제대로 참여를 안 한 모양이었다.
컴퓨터 타자 연습이 갑자기 너무 어려워져 중간에 그만뒀다 하고,
무용 시간엔 탈춤을 추기 위해 팔에 끼우는 걸 하기 싫어 아예 참여를 안 했단다.
가슴에서 불이 또 끓어오른다.
힘들면 포기해 버리는 아이의 끈기 없음도 화가 났지만,
아이의 화를 돋우지 않기 위해 아이를 선생님들이 아예 포기해 버리셨다는 것이
가슴을 후벼 판다.
교사의 입장에서 그 상황이 너무 이해가 되면서도 그런 아이가
내 아이라는 것이 더 나를 아프게 한다.
거의 두 시간이 넘도록 아이의 잘잘못을 따지고 잔소리를 늘어놓자
아이도 슬슬 짜증이 올라온다.
보다 못한 남편이 바통을 이어받아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차분히 설명한다.
너의 가슴에 화가 나서 불이 날 수 있어. 그 불이 더 커지기 전에 내 마음을 잘 살펴보고, 빨리 불을 끄는 연습을 해보자.
아이는 놀이치료에서 선생님과 얘기했던 것들을 말한다
크게 숨쉬기, 좋아하는 거 하기...
그리고 앞으로는 중간에 포기하지 않겠다는 다짐도 빼놓지 않는다.
자기가 해야 하는 오늘의 과제도 집중해서 끝내고,
자율과 관련된 책을 보고선 앞으로 자율적으로 생활하겠다고 선언까지 한다.
자기 전에는 나와 사회성 상황 추론 카드로 오늘과 비슷한 상황일 때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해 본다.
오늘 급식 하기 전에도 쉬는 시간이 없다는 말을 듣고 울었다고 했다. 쉬는 시간을 너무나
사랑하는 아이라 갑작스러운 통보에 무너진 것이다.
앞으로는 그런 일이 또 있기 전에 미리 예상해 보기, 선생님의 표정 살피기,
상황을 보고 미리 예측해 마음의 준비를 하기로 하고 길고도 긴 하루를 넘긴다.
화요일에 아이를 너무 혼낸 탓일까.
수요일에도 사건은 발생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목요일에 알게 되었다.
상담 선생님께 전화가 왔기 때문이다.
놀이 시간에 블록 놀이를 했던 아이들.
이제 그만하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또다시 소리를 지르고 이번에는 물건도 던졌다고 한다.
아이는 꼭 완성을 해야 했던 로봇을 다 만들지 못하고 시간이 끝나서 너무 슬펐다고 한다.
그래도 저번과는 다르게 한 번에 상담 선생님을 따라갔다고 한다.
상담실에 와서도 금방 감정을 가라앉히고 교실로 돌아갔다며 이전보다는 좋아진 부분이라고 하셨다.
하지만 담임 선생님께서는 물건을 던진 것은 처음이라고 하셨다며 혹시 집에 무슨 일이 있냐고 물으셨다.
그리고 가슴 아팠던 부분은 아이가 상담실로 갈 때 반 친구들이 잘 가라고 인사를 했다고 한다.
친구들도 그만큼 아이의 떼로 힘이 든 모양이라고 하셨지만 부모의 마음은 찢어지고 만다.
이제는 무언가 결단이 필요해 보였다.
이전에 상담 선생님께서 소개해 주셨던 다른 지역의 병원을 다시 떠올렸다.
거리도 있고 갑자기 병원을 바꾸는 것이 선뜻 내키지는 않았지만,
선생님께서 상담이라도 가보라고 하셔서 주말에 가보기로 했다.
그날 이후로 아이는 또 잘 지내는 듯 보였지만 여전히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아이의 작년 검사 결과를 챗 gpt에 물어보기도 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으리라.
챗 gpt에 검사결과를 올리니 고지능형 adhd인 것으로 나왔다.
치료 방법으로 인지행동치료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있어, 관련 카드도 구입을 했다.
아이와 인지행동치료 활동지도 함께 풀고, 구입한 카드로 게임을 하며 합리적 사고로의
전환을 연습했다.
또 챗 gpt가 알려준 방법 중에 감정 신호등이 있어 파일로 만들어 인쇄를 했다.
이런 아이들은 루틴이 중요하기에 하루, 일주일 계획표를 다시 정리해서 아이 방에 게시도 해두었다.
아이가 요즘 빠져있는 책이 다행히도 자율성에 관한 책이다.
그래서 스스로, 자율적으로 생활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지행동치료 활동지라든지, 관련 카드, 감정 신호등도 자율적인 사람, 합리적인 사고 등으로
연결해서 잘 받아들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까.
우리는 오랜 고민 끝에,
토요일에 그 병원으로 향했다.
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