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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섬 May 26. 2024

그리스도의 수난 3

유다의 키스


3. Cattura di Cristo 그리스도를 붙잡다


'유다의 키스'로 널리 알려진 이 그림은 예수가 잡히던 날 밤의 상황으로, 이는 4대 복음서 모두(마태 26,47-56 / 마르 14,43-50 / 루카 22,47-53 / 요한 18,1-11)가 기록하고 있다. 복음서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예수를 체포하려 몰려든 이들은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과 원로들이 보낸 큰 무리' 또는 '성전 경비대장들', '군대', '바리사이들이 보낸 성전 경비병'으로 손에는 칼과 몽둥이, 등불과 횃불과 무기를 들고 있었다고 전한다. 예수가 누군지 그 모습을 모르는 무리는 '유다가 입을 맞추는 이가 바로 예수'라는 신호를 미리 정하였고 유다의 키스는 그렇게 배신의 아이콘이 되었다.  



예수 일행과 예수를 잡으러 온 큰 무리가 서로 얽혀있는 급박하고 역동적인 모습 속에 오직 예수와 유다만이 시간이 멈춘 듯 정지 상태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물리적으로 열세인 예수 일행이 대치 상황에서 밀리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서 예수가 중앙에서 벗어나 왼쪽으로 약간 치우치게 그려졌다. 유다의 옷자락이 예수를 완전히 뒤덮은 형세도 예수의 상태가 완전히 그들의 손에 넘어갔음을 암시한다. 성경에는 묘사되지 않았지만 조토는 나팔까지 등장시켜 전투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예수는 유다의 눈을 지그시 응시하고 있지만 허공을 향한 유다의 눈동자는 스승의 시선을 피하고 있다. 이 장면에서 유다의 후광이 완전히 사라진 것도 확인할 수 있는데, 앞선 그림에서 조토는 유다의 변절 상태에 따라 후광의 선명함을 다르게 나타냈었다.



지난 화에서 소개했던 최후의 만찬과 세족례 그림을 다시 보면, 파란색 동그라미 안에 선명한 후광과 다르게 노란색 동그라미로 표시한 유다의 후광이 점점 흐려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머리에 검은 투구를 쓰고 허리에 칼을 찬 군인의 복장이 무척이나 화려하다. 



뒤엉켜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예수와 함께 있던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이 칼을 빼어 들고, 대사제의 종을 내리쳐 그의 귀를 잘라버리는 일이 발생한다. 이 사건을 두고 루카와 요한 복음서는 칼을 빼어 휘두른 이가 베드로라 전하고 있다. 여기서 조토의 시그니처라 일컫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조토의 그림을 보면 마치 그의 서명을 대신하는 듯 명확하게 드러나는 특징 중 하나가 바로 뒤돌아 우뚝 선 키 작은 이다. 이를 두고 조토가 그림 속에 자기 자신을 등장시켰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4. Cristo davanti ad Anna e Caifa 한나스와 카야파 앞의 그리스도


붙잡힌 예수가 최고 의회에서 신문을 받고 있는 장면은 마태 26,57-66 / 마르 14,53-64 / 루카 22,54-54; 22,66-71 / 요한 18,12-14; 18,19-24 에서 그 내용을 찾을 수 있다. 



배경은 대사제인 카야파의 저택으로 견고한 천장이 집의 규모를 말해주고 있다. 창문의 나무 걸쇠와 벽 선반의 장식 디테일이 매우 정교하다.



창의 왼쪽은 위, 아래 양쪽으로 고정시키고 오른쪽은 아래로 고정시키도록 되어 있는데 집 내부로 열리는 형태다. 



군대와 경비병들이 예수를 붙잡아 결박한 채 끌고 왔다. 



결박된 이를 향한 이유 없는 폭력이 스스럼없이 가해지고 있다.



눈이 부실만큼 화려한 복장을 보면 당시 군인들의 위상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옷을 찢고 있는 이가 대사제 카야파이고, 그 옆에 머리와 수염이 긴 이가 카야파의 장인 한나스이다. 옷을 찢는 행위는 탄식이나 분노를 상징하는 것으로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 메시아라는 말이오?"라고 심문하며 예수가 하느님을 모독했다고 분개하는 모습이다. 





5. Cristo deriso 조롱당하는 그리스도


그렇게 밤이 지나 날이 밝았다. 사람들은 예수를 카야파의 저택에서 끌고 나와 이번에는 총독 관저로 향했다. 당시 총독은 '빌라도'라는 인물이었다.  



이 그림은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조롱당하는 예수와 유다인들의 복잡한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은 빌라도이다.



총독의 관저는 화려한 색채나 문양으로 치장되어 있지 않고, 흡사 병원의 내부와도 같이 차고 냉랭한 분위기다. 곡선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각진 형태의 집안이 총독의 권위를 나타낸다.


조롱하는 이들의 손이 예수의 머리를 잡아당기고 수염을 뽑고 있다. 화려한 옷을 입히고 손에는 갈대를 들게 하고 가시관의 씌웠다. 


"이래도 네가 왕이란 말이야? 그래 어디 왕의 자태를 보자!" 비웃는 그들의 입가가 선명하다. 흑인 노예를 시켜 매질까지 했다.



예수는 옷자락을 꼭 쥐고 그들의 모든 비아냥과 모독을 오롯이 받아내고 있다.



조롱하는 이들의 웃음기에 대조되는 것은 예수의 슬픈 표정이 아니라 빌라도의 표정이다. 유다인이 아닌 빌라도는 이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이른 아침 적잖이 귀찮았고 또 훗날 책임을 질 일에 휘말릴까 탐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연재는 매주 일요일 발행될 예정입니다.

* 연재 안에 수록되는 모든 이미지의 출처는 HALTADEFINIZIONE 임을 밝힙니다.

* 그림을 소개하는 데 있어서 작품의 배경이 가톨릭이기에 용어 및 인용되는 성경 말씀은 되도록 가톨릭 표기를 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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