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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섬 May 19. 2024

그리스도의 수난 2

최후의 만찬


1. Ultima Cena 최후의 만찬


성경 속 최후의 만찬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그중에서 조토가 주목한 사건은 만찬 식탁에서 예수가 '제자의 배신을 예고한 것'과 제자들의 '발을 씻어 준 것'이었다. 제자가 배신할 것을 예고한 이야기는 4대 복음서(마태 26, 20-25 / 마르 14, 17-21 / 루카 22, 21-23 / 요한 13, 21-30) 모두에 기록되어 있다.



최후의 만찬은 파스카를 기념하는 음식을 차려놓고 먹는 전통이 그 배경인데 그들의 조상이 했던 것처럼 누룩 없는 빵과 포도주, 어린양의 고기를 마련다. 해마다 파스카 축제일이 되면 예수와 제자들은 예루살렘에서 파스카 음식을 먹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파스카가 스승과의 마지막임을 꿈에도 몰랐던 제자들은 평소와 같이 분주히 움직이며 음식을 준비했을 것이다.

만찬을 준비한 장소에 대해서는 요한 복음서를 제외한 마태오, 마르코, 루카 복음서에 나오는데 특히 마르코와 루카 복음서는 큰 이층 방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조토의 그림 속 만찬 장소에는 창문만 보이고 출입문이 보이지 않는다.  



집의 외관 장식이 아름답다. 외벽과 지붕 장식의 디테일까지 조토는 어느 것 하나 생략하지 않고 모두 다 그려 넣었다.


음식을 먹고 있을 때에 예수는 담담한 표정으로 말한다. "나를 팔아넘길 자가 지금 나와 함께 이 식탁에 앉아 있다."



깜짝 놀란 제자들의 눈이 커지고 입이 벌어졌다.



도대체 그러한 짓을 저지를 이가 우리들 중 있단 말인가? 누구란 말인가? 서로 수군거리느라 순식간에 식탁이 소란해졌다.



뒷모습에서도 서로를 바라보는 제자들의 불안함과 긴장감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스승의 말씀이 너무나도 슬펐던 제자는 두 눈을 꼭 감고 예수의 품에 기대어 안겼는데, 그는 애제자인 요한으로 전해진다. 아직 수염도 나지 않은 어린 모습이다.



이쯤에서 우리는 배신자 유다가 누구인지 궁금해진다. 최후의 만찬을 그린 그림을 보면 늘 이 중에 유다는 어디에 있을까 찾게 되는데 조토는 마태오 복음서를 실마리 삼았다.  "나와 함께 대접에 손을 넣어 빵을 적시는 자, 그자가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 (26장 23절)  조토는 요한과 유다를 마주 보게 배치해서, 극적인 대조를 이루게 했다.





2. Lavanda dei piedi 발 씻김


우리가 세족례라 부르는 발 씻김은 요한 복음서(13,21-30)에만 나오는 이야기로, 요한 복음서에 따르면 발 씻김이 유다의 배신을 예고한 것보다 앞선 시점이다. 하지만 조토는 저녁 만찬을 물리고 난 이후에 제자들의 발을 씻기는 정중한 예식을 행한 것으로 그림을 순서를 잡았다.



앞선 만찬 그림은 훼손이 심해서 벽면 장식이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발 씻김 그림에서는 다행스럽게도 집 안 내부 벽면 장식이 희미하게 남아있다.



만찬과 같은 장소로 저녁상만 물린 상태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누가 배신자인지 수군거리던 소란함은 오간 데 없이 사라지고 그림 속은 침묵과 정적만이 흐른다.



물동이를 들고 시중을 드는 이도, 신을 벗는 이도, 조용히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이도... 제자들은 하나같이 시선을 내리깔고 고개를 떨구고 있다.



예수는 물기를 닦을 기다란 흰 천을 목에 두르고 두 팔을 걷어붙여 제자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스승에게 발을 맡긴 제자는 이러한 상황이 당황스럽고 겸연쩍어, 어색함을 무마시키려고 오른손으로 머리를 긁적인다. 난감한 마음을 잘 알고 있다는 듯 예수는 따듯한 표정으로 제자와 눈을 맞춘다.



유다는 이 상황에서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유다의 얼굴을 찾아본 후 나는 잠시 혼란에 빠졌다. 조토는 무슨 생각으로 유다를 이렇게 그린 것일까? 열 두 제자 중 가장 슬픈 얼굴로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한 이가 바로 유다이다.



맙소사그의 표정에 잠시 깜박 속았다. 누군가 이 중에 배신을 할 것이라는 예고에 뜨끔했던 유다가 세상 슬픈 표정으로 제자들 틈에 앉아 결백을 증명하려는 듯 거짓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조토는 유다의 간악함을 이렇듯 콕 집어내었다.




* 이 연재는 매주 일요일 발행될 예정입니다.

* 연재 안에 수록되는 모든 이미지의 출처는 HALTADEFINIZIONE 임을 밝힙니다.

* 그림을 소개하는 데 있어서 작품의 배경이 가톨릭이기에 용어 및 인용되는 성경 말씀은 되도록 가톨릭 표기를 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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