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없기를 바란 날들

돌아온 마음에게

by 은섬


나는 한때 차라리 마음이 없기를 바라며
서걱거리는 모래알처럼 바람에 이리저리
흩어지며 지냈었다.


마음이 돌아왔다.
감사할 일이다.



유년기의 상처가 언제나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내 모든 것을 시커멓게 집어삼키지는 않았지만 신발에 붙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진흙처럼 끈질기게 나를 조금씩 지치게 하고 다리를 절게 했다.
"환경에 지배받지 마! 과거에 휘둘리지 마!"
쉽고도 어려운 말이다.
웃기는 말이지만 어린 시절 나는 세상 모든 것에 냉소적이었다. 냉소적인 꼬맹이라니... 팔짱을 끼고 한걸음 물러서서 좀처럼 웃지도, 울지도 않는 아이.

그래서 나는 늘 혼자였다.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헛헛함은 마치 허기와도 같아서 그 어찌할 수 없음에 홀로 세상 이곳저곳을 다녔다. 매번 아프기만 하였기에 차라리 마음이 없기를 바라며 그렇게 마음을 버렸다.

긴 시간을 돌고 돌아 지금 문득 되돌아보니 흩어지는 모래알처럼 공허하게 떠돌기만 했던 그 유랑길들이 어딘지 모를 내 가슴 한편에 켜켜이 쌓여 시나브로 마음의 사구를 이루고 있었다. 마음은 없어진 것이 아니라 조용히 나를 기다려 주고 있었던 것이다.
여행길에서 만난 모든 이들의 따듯한 환대와 친절, 배려, 도움들이 잊었던 그래서 잃었던 나의 마음을 다시 기억하고 되찾게 했다. 아직 나의 마음은 언제고 바람에 다시 흩날릴 사구에 불과하지만 흩어진 모래알들은 어디엔가 다시 쌓여 또 다른 모습의 사구가 될 것이다.


이미지 pixabay


긴 시간 세상을 떠돌며 느꼈던 짧은 단상들을 낙서처럼 끄적이며, 혼자만의 일기일 뿐인 사소하고 평범한 이야기들을 굳이 글로 풀어내는 이유는 지금 이 순간 혼자일 그 누군가에게 나의 이야기가 모래알로 날아가 텅 빈 그 마음에 언젠가 커다란 사구를 이룰 작은 티끌이 될지도 모른다는 소망에서다.


홀로 있는 당신께.
비록 지금 당신은 혼자이지만

결국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진심이다.

당신은, 당신은

혼자가, 혼자가

아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나의 다음 여정은 성곽으로 둘러싸인 이탈리아의 소도시 루카다.

늘 현실도피가 목적이었던 지난 여행들과는 조금 다르게 내 마음을 되돌아보고 살필 시간이 될 거란 작은 기대를 가져본다.

그곳에서는 또 어떤 좋은 인연들을 만나게 될지 나는 벌써 그들과 눈인사를 나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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