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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동규 Sep 25. 2024

1-2. 인생 2막, 블루오션의 길

후배와의 대화

은퇴 시점에는 여러 고민이 겹칩니다. 불면도 옵니다. 


2024년 7월경, 직장 은퇴를 앞둔 후배와 인생 2막에 대한 얘기를 나눴습니다. 후배는 퇴직을 앞두고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습니다.


(은퇴 후를 인생 2막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3막이라고도 합니다. 교육받는 시기를 1막이라고 본다면 은퇴 후를 3막이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다만, 저는 은퇴 후를 인생 2막이라고 말하겠습니다)


주로 앞선 선배로서 제 경험을 얘기했습니다. 이런 일에는 굳이 앞설 필요 없는데, 나이가 많다 보니 앞서서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은퇴를 앞둔 후배의 고민은 여러 사람의 고민과 비슷합니다. 수명이 길어졌고 육체도 건강한데 은퇴 후 앞에 놓인 30여 년이 고민의 대상인 것입니다. 60세 은퇴 후 여생 30년 중 후반기 15년은 병치레하고 육신을 움직이기 쉽지 않을 테니 제외하고, 75세 정도까지의 전반기 15년에는 뭔가 일을 해야 되지 않을까? (최소한 70세까지라도) 돈을 벌 필요도 있을 테고 말입니다.



비슷한 은퇴 고민


"선배님, 이번 직장 관두고 다른 자리를 알아볼까 합니다."

"그것도 대안이겠지. 그런데 마음에 드는 자리가 있을까?"

"찾아봐야죠. 있을 듯도 합니다"

"있으면 다행이지. 그런데 나이 먹을수록 갈 수 있는 일자리가 줄어들더라고. 그리고 인사청탁하는 것도 불편하고"

"하긴 그렇기는 하죠"

"그래서 누군가에게 인사청탁하지 않으려고 했어. 그리고 조직 속에 들어가지도 않으려고..."

"조직에 안 들어가려고요?"

"응. 회사 조직이 언제까지 지켜주겠어?"

"길어야 60대 초중반 까지겠죠."

"회사에서 60세 초중반까지 지내는 것도 쉽지 않지만, 만약 운 좋게 다니게 되면 그 이후에는 정말 갈 수 있는 곳이 없을 것 같아. 60대 전반은 인생 2막을 준비할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 그래서 조직에 들어가지 않고, 60대 전반의 2년 정도를 70대까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준비하려고 해. 이게 노년 준비의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야"


70대 초반까지는 일할 계획입니다. 그러면 육체노동은 대상에서 제외하게 됩니다. 육체노동은 길어야 65세 정도가 종착점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 이상은 힘들겠죠. 그래서 육체로 하는 일은 선택 대상이 아닙니다. 


이런저런 궁리 끝에 지금은 행정사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육체 노동 아니고, 회사 소속도 아니고 여러 가지로 적절합니다.


행정사를 하게 된 게 우연입니다. 살면서 공무원 경력이 15년 정도 되었는데, 이 경력으로 행정사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공무원 출신에게도 일부 과목이라도 시험을 통과해야 자격증을 주는 식으로 바뀌었는데, 예전에는 지금 보다 공무원 출신이 행정사 되기가 수월했습니다. 


법정 이수교육을 수료하고 행정사 자격증을 받았습니다. 60세 정도 될 무렵의 일입니다. 그런데 자격증 생겼다고 바로 개업할 용기는 나지 않았습니다. 바로 개업하기에는 행정사 업무 영역이 너무 넓었습니다. 모든 행정관청과 관련되는 대부분의 일(법무, 세무, 소송을 빼면 다 가능합니다)이 업무영역이므로 쉽사리 뛰어들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업무 하나를 수임 받았습니다. 정책 관련 컨설팅 업무였습니다. 정식으로 업무를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행정사를 개업했습니다. 바용 절약을 위해 우리집을 사무실 주소지로 등록했습니다. 


그 한 건이 끝나고 나서는 별다른 영업도 안하고 활동을 안하니 수입이 안 생겼습니다. 괜히 애궂게 세금만 나갔습니다. 이럴 바에는 폐업이 낫겠다 싶었습니다. 폐업 신고를 했습니다. 


폐업은 했지만, 있는 행정사 자격증을 사용하지 못하는게 항상 마음의 짐이었습니다. 풀지 않은 숙제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어느 날 후배 행정사가 [민주행정사 결성 모임]이 있다고 알려줬습니다. 민주라는 단어를 굳이 붙인 것을 보니 비슷한 생각을 가진 행정사들의 모임이라는 느낌이 왔습니다. 기왕이면 비슷한 생각 하는 행정사들끼리 알고 지내는게 좋겠다 싶었습니다. 


모임은 생각 보다 조촐했습니다. 6명이 모였습니다. 회장을 뽑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회장을 하기로 내정된 사람이 본인은 경기도 화성에 사무실이 있기 때문에 회장으로 활동하기 쉽지 않다고 자꾸 사양을 했습니다. 생각지 않았던 난관입니다. 


그랬더니 국회 보좌관 시절부터 저를 아는 한 후배가 저를 회장으로 덜컥 추천을 해버렸습니다. 허를 찔린 겁니다. 


"최동규 선배는 국회에서부터 알고 지내는데, 민주행정사회 회장을 맡기에 충분한 경력과 능력을 갖춘 분입니다"


후배는 회장으로 추대하는데 필요한 멋진 말을 나열했습니다. 내정된 회장의 뜻하지 않은 완강한 반대로 회장도 못뽑고 끝날 뻔 하던 모임에 해결의 실마리가 제시된 것입니다. 


일사천리로 회장으로 추대되었습니다. 어렵다는 나의 사양은 누구의 귓등에도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구경 갔다가 엉뚱하게 회장이 되었습니다. 


회장이 된 후 고민이 생겼습니다. '명색이 민주행정사회 회장인데, 현역 행정사가 아닌 것은 문제 있는거 아냐?  민주행정사회 회장이라는 직책에 부끄럽지 않게 행정사 사업을 해야겠다' 이렇게 마음 먹었습니다. 


행정사를 개업할 운명인지, 민주행정사회 모임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던 행정사가 자신이 근무하는 행정사 사무실에 빈 자리가 있으니 출근하라고 제안합니다. 사무실은 관악구 신대방역 인근에 있었습니다. 여러 명의 행정사가 같이 일하니 자리값이 아주 저렴했습니다. 


'이 정도 비용이면 감당할 수 있어. 기회 왔을 때 개업하자.'


같은 사무실에 있어야 배우는게 있다고 합니다. 하다못해 전화 통화라도 자세히 들으면 도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같이 근무하니 좋은 점이 많았습니다. 


꾸준히 네이버 블로그에 행정사 글을 올렸습니다. 네이버 블로그에 행정사 관련 글을 쓰면서 업무를 점차 알게 되었습니다. 블로그 글이 쌓이니 문의전화도 들어오고, 사건 위임도 이뤄졌습니다. 블로그에 글 써서 주문이 들어올까 의심했는데, 그게 가능했습니다. 고객은 좋은 행정사를 고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검색합니다. 그 검색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 수임이 가능합니다. 


행정사에 그치치 않고 어쩌다 보니 직업소개업도 겸업하게 되었습니다. 직업소개업 하는 것도 그렇게 운명이 짜여져 있는 것 같습니다. 행정사 사무실에 나오라고 안내한 동료 행정사가 이번에도 주도적 역할을 했습니다. 


직업소개업 대표를 하려면 2년 이상의 공무원 경력이 필요합니다. 나는 공무원 경력 15년이니 당연히 통과입니다. 


동료행정사는 신대방역 근처 난곡동에 봉사단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1주일에 점심 한 번 지역어르신에게 밥 봉사하는 사무실입니다. 봉사하는 목요일 점심 외에 그 사무실은 1주일 내내 빈 곳으로 남아있었습니다. 외진 곳이라서 다른 용도로 쓰기에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비용절감, 공간활용을 위해서 뭔가를 했어야 했습니다. 동료 행정사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난곡동이니 직업소개소를 해보는게 적합하겠다고 봉사단 사람들과 합의했습니다. 


그러던 참에 공무원 경력이 있는 내가 행정사로서 가깝게 지내게 된 것입니다. 어느 날 동료 행정사가 내게 제안을 했습니다. 


"난곡동에 정다운 봉사단 사무실이 있는데요. 그 사무실에 직업소개소를 열려고 합니다. 개업하려면 공무원 2년 이상 경력자가 필요한데, 대표를 맡아주세요"


이미 있는 사무실에 약간의 사용료만 내고 직업소개소를 개업하는 일이니 조건이 좋았습니다. 행정사만으로 돈이 잘 벌리는 것 같지 않았는데, 또 하나의 무기가 장착되는 셈입니다.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직업소개소 대표를 맡기로 결심했습니다. 


신대방역 인근에서 난곡동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신대방역 사무실은 합동 사무실이었는데, 난곡동 사무실은 개인 사무실입니다. 정다운 봉사단과 같이 쓰기는 하지만, 목요일 점심 외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여하튼 행정사든 직업소개업이든 둘 다 자영업이니 정년도 없고, 육체노동이 아니니 70여 세까지는 일할 수 있습니다.


행정사 업무는 영역이 방대해서 늦은 나이에 새롭게 진입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진입장벽이 높은 만큼 배워놓으면 도움이 되겠지라고 애써 위안을 찾습니다.


유명한 투자전문가 워런버핏은 투자대상 기업을 찾을 때 경제적 해자가 있는 기업을 찾아서 투자한다고 합니다. 해자는 진입장벽을 의미합니다. 진입장벽이 있어야 블루오션이라는 얘기입니다.


인생 제2막 도전은 진입장벽이 높은 블루오션에서 시작하기를 고대합니다. 뒤늦게 시작한 행정사 업무와 직업소개소가 강한 진입장벽을 갖춘 기업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두 사업을 엮으면 진입장벽이 높아지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해봅니다. 어떻게 두 개의 사업체를 하나로 엮을 수 있을까 자주 고민합니다. 고민이 성공하여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배움을 멈추는 사람은 스무 살이든, 여든 살이든 늙은 것이다. 반면 배움을 계속하는 사람은 젊음을 유지한다 

- 헨리 포드 (미국 자동차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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