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동규 Sep 26. 2024

1-1. 은퇴 후 대안

50대 후반의 인생

결국 은퇴했습니다. 몸은 건강합니다. 일을 멈출지. 더 해야 할지. 하면 무슨 일을 할지. 할 기회는 주어질지. 모든 게 낯섭니다. 1960년생입니다. 2024년인 올해 64세가 되었습니다. 


이 글은 은퇴 시점의 고민에 대한 글입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창업을 하게 되는과정에 대한 관찰입니다. 


누구나 다 겪게 되는 은퇴기의 고민. 이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은퇴 걱정


50대에 서울시의 한 구청에서 감사담당관 생활을 8년 했습니다. 안정감 있는 기간이었습니다. 역시 공무원이 체계 잡힌 직업이더군요. 


아무리 안정감 있어도 흐르는 세월은 막을 수 없는 법입니다. 점점 나이가 차올랐습니다. 은퇴 시점이 다가오는 것이었죠. 


50대 초반에 감사담당관 근무를 시작할 시점에는 은퇴가 그리 현실적인 고민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그때도 고민이 안 되었던 건 아니죠. 40대 중후반이 되면 사람들은 자신의 노년을 점차 강도를 높여가면서 걱정합니다. 


그러다가 50대 후반, 특히 57세~59세가 되니 걱정이 더욱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마음 같아서야 더 근무하고 싶었지만, 저에게만 특혜를 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은퇴는 주어진 숙명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3 때는 놀아도 재미가 없었듯이, 은퇴를 앞두니 인생이 재미가 없더군요. 걱정의 원인은 여러 가지입니다. 


첫째, 죽음에 대한 걱정? 사망은 차라리 걱정의 대상이 아닙니다. 인생은 고해라는데 죽음으로써 그 고통을 끊을 수도 있으니 꼭 나쁜 일이라고는 볼 수 없겠죠. 물론 너무 일찍 가버리면 아쉽겠죠. 하지만 지금 생각으로는 75세만 넘으면 그런대로 아쉬움은 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75세 넘으면 80세는 넘겨야지라고 생각이 바뀔 수도 있겠죠. 그건 지금 장담할 수 없죠. ㅋ


둘째, 건강에 대한 걱정? 이건 걱정거리 맞습니다. 아무리 운동을 열심히 하고 건강체질이어도 늙으면 쇠약해지고 여기저기 아프겠죠. 이를 막기 위해서는 규칙적으로 사는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에는 이전 보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와이프랑 저녁 먹고 집 주변 목감천, 안양천변을 산책합니다.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키라는 말이 명언입니다. 


셋째, 중병이 걸리면 어쩌지? 아버님은 오랫동안 중병을 앓으셨습니다. 중2 때 뇌졸중으로 쓰러지신 후 10여 년을 고생하셨습니다. 당뇨, 암, 고혈압 등 여러 성인병을 달고 사셨습니다. 그래서 우리 집은 건강 관련해서는 항상 빨간 신호등 상태입니다. 우리 애들에게도 당부합니다. 술 적게 마시고 건강 관리하라고요. 애들도 신경 쓰는 기색입니다. 그래도 가끔 성질나면 긁습니다. "우리 집안은 도대체 왜 이래?" 애들의 잔소리 앞에 할 말이 없습니다.  


넷째, 88 하게 살아야죠. 99세까지 88 하게 살자는 9988 있죠? 거기에서 99는 몰라도 88은 꼭 이뤄지길 바랍니다. 동네 마실 다니던 할머니가 집에 들어오셔서 저녁 진짓상 드시고 스르르 옆으로 쓰러지셔서 저 세상 가셨다는 얘기가 죽음과 관련된 부러운 얘기 중 하나입니다. 연명치료거부의사를 미리 밝힐 생각입니다. 침대에서, 병원에서 현대 의학으로 생명만 강제로 연명하는 삶은 우울함 그 자체입니다. 


다섯째, 연금이 적습니다. 지금 노인이 되는 분들은 젊은 시절 국민연금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인생 중년기에 접어든 1988년부터 국민연금이 실시되었는데 대개의 경우 관심이 없었습니다. 당장 먹고살기도 바쁜데 국민연금 넣을 돈 없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그때만 해도 국민연금의 위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다릅니다. 국민연금을 조금이라도 더 안 부은 것을 후회하는 상황이죠. 경제적으로 여유 있던 사람들은 개인보험으로 일정 부분 보완했습니다. 그러나 아주 일부의 얘기입니다. 그리고 그 액수도 많이 적습니다. 


여섯째, 빈곤이 두렵습니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심각합니다. 자녀들의 부양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자녀들도 자기 먹고살기 바쁩니다. 지금 자녀들은 부모보다 가난한 첫 번째 세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노인들도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야 합니다. 


일곱째, 2인가구 최저생계비가 약 2백만 원 정도라고 합니다. 은퇴 후 어떻게 2백만 원을 버나요? 국민연금 등으로 100만 원 정도 마련했다 치고(국민연금 정말 너무 적습니다) 나머지 100만 원은 늙어서도 본인들이 채워야 합니다. 이 갭을 어떻게 메꾸나? 이게 노후대책의 핵심입니다. 


노후빈곤을 이겨내기 위한 대안 마련은 사활적입니다. 은퇴 후 재취업하는 이유는 노후빈곤 때문입니다. 자영업에 뛰어드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은 '기승전치킨집'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현역 시절 대기업 간부를 했든, 은행원을 했든, 생산직 사원을 했든, 비정규직을 했든 은퇴 후에는 치킨집을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게 해피엔딩으로 끝나면 좋은데, 다 말아먹고 결국 빚만 지고 끝나더라 이런 스토리라면 우울합니다. 그런데 그런 슬픈 이야기가 현실에 더 가깝다는 데 노후 빈곤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나의 경우 어떻게 노후빈곤을 견뎌낼 것인가? 사실 은퇴할 때만 해도 쉬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 것도 안 하기에는 노후 빈곤에 대한 고민도 있고, 몸도 건강하고, 남은 삶이 너무 길었습니다. 결국 서서히 뭔가 할 일을 모색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노인들은 자신들이 남긴 것들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 마야 안젤루 (미국 시인, 인권운동가)


이전 01화 1-2. 인생 2막, 블루오션의 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