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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Apr 29. 2024

질문, 툭 뱉는 게 아니라 제대로

기본과 태도


블로그, 브런치, 그리고 인스타그램. 세 가지 플랫폼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제 SNS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한 번씩 질문을 남기기도 하는데요. 주로 이런 식입니다. 


"저는 글 쓰는 습관을 잡기 힘든데요. 무슨 방법 없을까요?"

"글을 써도 치유가 안 되는데요. 뭐가 잘못된 걸까요?"

"독서 노트 쓰는 방법이 따로 있나요? 궁금하네요."

"문장 독서법이 정확히 뭐죠?"

"투고할 때 쓰는 양식이 별도로 있나요?"


위 질문을 보면서 별 문제가 없다고 여기는 사람도 많을 겁니다. 사실 저도 까칠하게 따지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그러나, 답변을 달지 않는 경우 기분 나쁘다는 듯 되돌아오는 댓글을 읽으면 저도 속이 상하고 화가 날 때 있습니다. 문제는,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지도 않고 밑도 끝도 없이 질문만 던진다는 사실입니다. 마치 제가 당연히 답변해야 한다는 듯이 말이죠. 


온라인 세상입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상태에서 오직 글로만 소통하는 경우 많습니다. 대충 해도 된다는 생각을 가지는 사람이 많아진 모양인데요. 그럴수록 더 예의를 갖추고 기본과 태도를 경시하지 않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전에 아주 유명하다는 어느 교수에게 전화를 건 적 있습니다. 뭔가 배울 만한 게 있겠다 싶어 먼저 인사를 드리려고 했던 거지요. "안녕하세요? 저는 박모 사장으로부터 소개를 받은 이은대라고 합니다." 정중하게 인사를 드리고 제 소개를 했습니다. 그런데, 돌아오는 반응이 썰렁했습니다.


"누구요? 네, 그런데요. 무슨 일이시죠? 아, 지금 바빠요! 문자로 하세요 문자로!"


그러고는 제 대답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전화는 끊어졌습니다. 업계에서 제법 이름 날리고, 또 그 교수로부터 배운 사람이 주변에 많아서 제가 기대를 좀 많이 했던 모양입니다. 돈 내고 회원 되기 전까지는 인간 대접 안 한다는 게 그 분의 신념인 것 같아서 이후로 두 번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태도가 전부입니다. 유치원을 비롯해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20년 가까이 교육을 받습니다. 그 긴 시간 동안의 교육이 오직 대학 간판을 위한 것만은 아니지 않겠습니까. 사람 대하는 기본조차 모르는, 예의도 인격도 무시하는 이들이 과연 어떻게 인생을 제대로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시대가 갖는 가장 큰 문제는 기본과 태도의 상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르치는 사람의 기본, 배우는 사람의 태도, 선생을 대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인성, 학생을 대하는 교사의 됨됨이, 정치하는 사람의 소양, 정치인을 지지하는 국민의 기본. 나아가, 온라인 세상에서 소통하는 사람들끼리 갖춰야 할 태도까지. 


돈에 미치고 속도에 미치고 성공에 미친 세상이라 하더라도, 기본과 태도를 갖추지 못한 사람은 결국 무너지게 되어 있습니다. 예전의 제가 딱 그랬지요. 사업도 잘하고 돈도 많이 벌었지만,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 소양과 태도가 엉망인 탓에 모든 걸 잃고 나락으로 떨어졌던 겁니다. 


악성 댓글이 하나도 없는 글. 저는 지금껏 그런 글을 딱 한 번 보았습니다. 가수 임영웅씨에 관한 소식이었는데요. 그 글의 끝에 달린 수백 개의 댓글은 모두 찬사와 응원과 격려와 칭찬 일색이었습니다. 그 외에는요. 무슨 글을 봐도 이게 진짜 지금 대한민국에 같이 살고 있는 사람들의 수준인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비난과 욕설과 말 같지도 않은 악플들이 무조건 달려 있습니다. 


왜 이렇게 삐딱하고 부정적인 악플이 시도 때도 없이 달리는 걸까요? 정말로 해당 글이나 글의 주인공에게 문제가 있기 때문일까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무슨 말만 나오면 시비를 걸고 딴죽을 걸고 끌어내리려 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성장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은 탓인지, 애인한테 배신을 당했는지. 뭐가 그리 속이 꼬였는지 안타깝고 아쉬울 따름입니다. 


부정적인 댓글과 반응을 보이면서도 자신이 무슨 대단한 정의를 실현하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데요. 정의를 실현하고 싶으면 본인 인격과 기본과 태도와 예의부터 갖춰야 마땅합니다. 아무 말이나 생각 나는 대로 기분 따라 지껄이는 것이 무슨 정의 실현이고 소수의 권리입니까. 


말과 글은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말 한 마디로 다시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하고, 댓글 한 줄로 다시 일어서기도 합니다. 얼마나 소중한 말과 글인데요! 이왕이면 내 입에서 나오는 말과 내 손끝에서 나오는 글로 다른 사람 힘 실어주고 응원해주고 격려해주는 것이 훨씬 낫지 않겠습니까. 


질문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누구인가 간단하게라도 먼저 소개를 하고, 기본적인 예의와 태도를 갖춰 묻는 것이 마땅합니다. 질문은 내뱉는 것도 아니고 던지는 것도 아닙니다. 정중하게 건네는 말입니다.


안하무인격으로 내가 물었으니 너는 답해야 한다는 막무가내 태도라면, 저는 대답을 하고 싶은 마음 전혀 없습니다. 무료특강 마칠 즈음 항상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데요. 별 것 아닌 질문이다 싶어도 저는 혼을 담아 답변합니다. 때로는 답변 시간이 길어져 밤 12시 가까이 되어서야 강의를 마치기도 합니다. 글 쓰면서 막막하고 답답한 심정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고자 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엉망으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많은 사람이 삐딱하게 살아가는 세상에서, 나 한 사람의 노력이 무슨 소용 있겠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지 않을 겁니다. 내가 기본과 태도를 갖추고 사람을 대하면, 적어도 내 앞에 있는 한 사람의 세상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변화는 그렇게 시작되는 것이지요. 


타인을 위해서만 예의를 지키자는 게 아닙니다.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밝고 환하면 가장 먼저 빛나는 건 내 인생입니다. 먼저 주는 사람이 이깁니다. 그저 주기만 하는 사람이 승리합니다. 허구한 날 돌려받을 생각만 하는 사람 인생은 결코 나아지지 않습니다. 


당장은 입맛대로 말하고 쓰는 게 이로울 것 같지요? 세상과 인생의 법칙은 결코 예외가 없습니다. 말한 대로 돌려받습니다. 글 쓴 대로 살게 됩니다. 비난하고 부정하고 시샘하고 질투하고 험담하면, 그 인생 보지 않아도 뻔합니다. 


기본과 태도를 중요하게 여겨야 합니다. 살다 보면 힘들고 어려운 순간 맞게 되는데요. 평소 반듯하게 살아가는 힘이 고난과 역경을 견디는 받침이 되어줄 겁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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