쭈꾸미 제철이 열렸네!
토요일 아침. 강의 마치고 오니 현관 앞에 커다란 아이스박스가 놓여 있다. 집 안으로 가지고 와 온 식구 보는 앞에서 개봉했다. 쭈꾸미다. 세 봉지나 된다. 총 스물 한 마리. 한 놈 크기가 문어 만하다. 살아서 꿈틀거린다. 싱싱하다.
택배 스티커에는 수산물 업체 뿐, 발신자 이름조차 없다. 상관없었다. 누가 보낸 것인지 직감으로 알았다. 당장 전화를 걸어 감사 인사를 전했다. 생색도 없다. 잘 드시라는 인사 뿐이다. 휴대 전화를 붙잡고 몸을 몇 번이나 숙였다.
아버지는 제철 쭈꾸미에 환장하신다. 어머니도 즐겨 드신다. 아내와 아들도 좋아 죽는다. 나도 일부러 찾아 먹을 정도다. 다섯 식구 모두가 입맛을 다시는 음식 잘 없는데, 제철 쭈꾸미 만큼은 예외다.
아버지와 나, 그리고 아들은 먹는 것만 좋아한다. 살아서 꿈틀거리는 쭈꾸미 만지지도 못한다. 어머니와 아내는 달랐다. 봉지를 뜯어 살아 있는 쭈꾸미를 꺼내더니, 대가리부터 잘라 내장을 끄집어내고 이빨도 척척 잘라낸다. 생물 손질하는 '엄마와 아내'의 모습에서 희생과 헌신을 본다. 우리집 남자들, 겉으로만 씩씩하고 말로만 용감하다.
아내는 소금과 밀가루를 뿌려 빡빡 씻는다. 쭈꾸미 다리 사이에 끼어 있는 이물질을 제거하는 과정이다. 어머니는 대파와 당근과 미나리와 마늘을 준비한다. 갖은 양념을 섞어 보기만 해도 맵싸한 특제 소스를 만들었다. 커다란 볶음용 후라이팬에 기름을 둘러 쭈꾸미를 넣고, 준비된 야채와 소스를 붓는다.
식탁 위에 펼쳐진 제철 쭈꾸미의 향연. 식당에 가서 사 먹는 것보다 훨씬 맛있다며, 아버지는 연신 감탄사를 내뱉는다. 어찌 이리 쫄깃하면서도 입에 착착 감기냐고, 어머니도 입 마르도록 칭찬한다. 아내와 아들도 허겁지겁 먹기 바쁘다. 다섯 식구 실컷 먹고도 열 마리나 남았다.
◆ 제철 쭈꾸미
쭈꾸미는 여름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주로 3월~5월 사이 산란기라서, 이 때 먹으면 살과 알이 통통하게 올라 있다. 흔히 제철 쭈꾸미라 하면 3월~5월 사이를 말한다.
◆ 쭈꾸미 효능
1. 타우린 덩어리!
- 피로 회복에 더 없다. 콜레스테롤 배출하고 간 부담을 덜어준다. 타우린 풍부하여 피로 회복에 좋고 스테미너 증진에도 도움을 준다. 철분이 포함되어 빈혈 예방에도 좋다.
2. 혈액 콸콸!
- DHA 등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혈액을 맑게 해준다. 고혈압, 동맥경화, 뇌졸중 등 혈관계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3. 항암 효과에 두뇌 개발까지!
- 암 세포 증식을 억제하고, 뇌 세포 활성화에도 도움을 준다. 쭈꾸미가 가진 먹물의 효과다.
4. 숙취 해소에 직빵!
- 해독 기능이 있다. 술 마신 다음 날 쭈꾸미는 보약이다.
5. 다이어트 음식으로 최고!
- 칼로리가 적다. 살 빼는 데 딱 좋은 음식이다.
돼지고기와 궁합도 좋다 하여, 남은 열 마리는 삼겹살과 함께 구워 먹을 작정이다. 이제 봄 되면 나른할 텐데, 쭈꾸미 많이 먹고 기운 팍팍 내야지. 덕분에 아버지와 어머니 몸 보신까지 시켜드렸다. 다시 한 번 '그 분'에게 감사의 말씀 올린다.
맛있는 음식 먹으면 기분까지 좋아진다. 몸에 좋다는 음식 먹으면 괜시리 힘 불끈 솟는 듯하다. 아버지는 공원에 나가 친구분들과 놀다 오셨고, 어머니는 한 달만에 운암지까지 산책 다녀오셨다. 늦게까지 공부하는 아들과 뒷바라지하는 아내의 혈색도 좋다. 나는 뭐 말할 것도 없고.
제철 쭈꾸미 덕분에 행복한 주말 보냈다. 누군가의 정성 덕분에, 가족 사랑 덕분에.
올 해는 쭈꾸미 어획량이 적다고 한다. 어부들도 살 맛 나고 소비자도 건강해지는, 맛있는 쭈꾸미 많이 사 먹어야지! 쭈꾸미 제철이 열렸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