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의 지난 일을 생각하다 어느새 영주는 부모님 댁에 도착했다.
"영주야, 우리 점심 먹고 카센터 가자."
영주 부모님은 동네 맛집으로 소문난 아귀찜 식당으로 영주를 데려갔다.
"엄마 아빠는 가끔 여기 와서 먹어. 맛있거든. 아빠랑 둘이서 먹기에는 양이 많아서 항상 남은 거 포장하고 갔었는데 오늘은 셋이라 딱 좋네. 포장하고 가서 데워 먹으면 식당에서 먹을 때랑 맛이 너무 달라서 별로야."
영주 어머니는 단골 식당에 영주와 함께 오니 기분이 좋으신 것 같았다. 영주도 덩달아 오랜만에 부모님과 외식을 하는 거라 나들이하는 기분이 들어 좋아졌다.
"여기 진짜 맛있네."
아침을 굶어서 배가 몹시 고팠는데 흰 생선살이 통통한 아귀와 매콤한 콩나물을 한입 가득 먹자 영주는 이제야 살 것 같다는 표정을 지었다.
"많이 먹어. 영주야."
무뚝뚝한 영주 아버지와 영주 사이에서 사근사근한 영주 어머니는 꼭 필요한 존재였다. 영주가 무얼 하든 너그러이 바라봐 주시고 칭찬을 해주시는 어머니가 늘 감사했다.
"손서방은 본사 일하는 거 안 힘들대?"
"요즘 좀 바쁜 거 같아. 행사 준비한다고 매일 야근이야. 본사로 가서는 거의 매일 늦게 와."
"미주도 요즘 바쁘다던데. 승진하려고 바쁜 데로 갔더니 일이 많나 봐."
"미주가 지원한 거래?"
"응. 승진하려고 점수 잘 받는 곳으로 지원했더니 일이 많나 봐."
'쳇. 1년 휴직해서 아빠 하우스 농사 도울 거라고 나보고 걱정 말라면서 호언장담을 하더니. 승진하려고 다른 팀에 지원을 했다고?"
미주는 영주의 쌍둥이 동생이다. 영주와 미주는 1년 전에 크게 한번 싸운 뒤로는 서로의 소식을 부모님을 통해서 가끔씩 듣는다. 예전에 영주의 남편이 미주에게 휴직한다고 하지 않았냐고 물었었는데 돌아온 미주의 대답은
"돈 벌어야죠."였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당연하게 대답했다는 것이다.
'휴직할 마음도 없었으면서 나한테 왜 그런 말을 했던 거지.'
영주는 부모님께 동생 미주, 진주 얘기를 들을 때마다 6개월 전 다툼이 떠올라 기분이 안 좋았다. 영주는 자신에게 한 말과 다르게 행동한 미주가 한마디 말조차도 없는 모습에서 실망감이 컸다.
'가족이라고 꼭 가까워질 필요는 없어. 서로 안 맞으면 어쩔 수 없지. 연락을 안 하고 사는 게 오히려 나을지도 몰라.'
카센터에 부모님을 모셔드리고 아이들을 데리러 가기 전까지 한 시간 정도가 남아 영주는 복잡해진 마음을 잊어버리고자 이어폰을 끼고 산책을 나섰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과 선선하게 부는 가을바람이 무거운 마음을 훌훌 털어버리기에 아주 좋은 날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