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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리 Oct 05. 2022

육아에도 미니멀이 필요해

육아의 본질에 집중하다

미니멀 라이프가 크게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법정스님의 '무소유'와 곤도 마리에의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등의 책이 큰 인기를 얻으며 너도나도 안 입는 옷과 불필요한 물건들을 버리기 시작했다.


미니멀 라이프는 삶을 단순화하여 제한된 시간과 에너지를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게 하는 생활방식을 말한다.


물건을 줄이는 것으로 시작됐던 미니멀 열풍은 대인관계, 일, 시간, 인생 목표 등 다방면으로 확산됐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왜 육아에는 미니멀 라이프가 없는 걸까?


내가 마주한 엄마의 세계는 미니멀과는 거리가 먼 맥시멈 라이프였다. 무슨 국민 육아 템이 이렇게 많은지 백화점 한 코너가 '국민'의 칭호를 얻은 장난감들로 가득 차있었다.


이게 다 필요한가 싶다가도 대한민국 아기들이 다 쓰는 장난감을 우리 아이만 못 쓸 순 없다는 생각에 맘 카페에서 유명한 '국민템'들을 다 사모았다.


덕분에(?) 20평 남짓의 우리 집은 물건들에게까지 자리를 내주며 더욱더 아담한 공간이 되었다. 집의 본질은 휴식인데 발 디딜 틈 없이 너무나 좁아진 탓에 집은 본연의 역할을 더 이상 수행하지 못하게 됐다.


육아의 세계를 맥시멈 라이프라고 한 건 비단 아기용품만을 두고 이야기한 것은 아니다.


핸드폰만 열면 육아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진다. 핫딜 정보, 시기별 챙겨야 할 발달 과제와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육아법과 같은 유용한 정보부터 알고 싶지 않았지만 단톡방을 통해 알게  옆집 순이 영어유치원에 다닌다는 소식까지 말이다.


엄마 역할은 처음이니 서툰 게 당연하다고 위로하면서도 완벽해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거 같다.


잘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니 조바심이 나고, 주변 상황에 부화뇌동하게 된다. 나에 대한 소비는 일 년에 한두 번 할까 말까 하면서 아기와 관련된 소비는 사랑이라고 합리화하며 통 크게 결제하게 되는 게 엄마인 거 같다.


열심히 육아를 하긴 하는데 사실 제대로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주변을 둘러보면 집은 장난감으로 발 디딜 틈 없고, 머리는 복잡하고, 마음은 무거우며 통장 잔고는 점점 가벼워지니 말이다.


주변에서는 대부분 '아기 키우는 집 다 그렇다'라한다. 그래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내 노력의 목적지가 어딘지는 알고 가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나와 남편은 육아의 본질에 집중하는 미니멀 육아 하기결심했다.


미니멀 육아, START


먼저 물건 다이어트를 하기로 했다. 혹시 둘째가 태어나면 쓰지 않을까 싶어서 고이 모셔뒀던 물건부터 부피가 큰 장난감까지 모두 버렸다. 그랬더니 우리 집의 뽀얗고 말간 얼굴이 보였다.


우와, 우리 집이 이렇게 넓었구나


역시 사람이든, 집이든 다이어트를 해야 예쁘고, 건강해진다. 물건을 버리니 제 기능을 상실해가던 집이 다시 휴식 공간으로 되살아났다.


장난감이 사라져서 아이가 속상해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이도 장난감보다 넓어진 집을 더 마음에 들어 했다. 한창 걷는 재미에 푹 빠진 공주님은 본인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이 사라져 아주 거칠 것이 없어졌다. 


앞으로 장난감은 대여해서 사용하기로 했다. 육아종합지원센터에는 연회비 1만 원만 내면 아기 장난감을 대여해준다. 아기 발달 수준에 맞춰 그때그때 빌려서 쓸 수 있으니 교육 측면에서도 경제적 측면에서도 일석이조다.


그리고 우리만의 육아 기준을 세우기로 했다. 변수가 많은 육아환경에서 흔들리지 않고 고수할 단 하나의 가치 말이다.


육아의 본질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가치는 가장 단순하다. 육아의 목적. 우리 어떤 목적을 가지고 아이를 키워야 할까.


국민 육아 멘토 오은영 박사는 육아의 목적은 자녀의 독립이라고 했다.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건강히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바로 부모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됐다. 이거면 충분하다.


우리 아이가 성년이 되었을 때 자신의 삶을 제대로 꾸려갈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길러주기로 했다.


영어도 수학도 코딩 수업도 다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바른 선택을 하고,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질 줄 알고 그리고 좌절을 해도 다시 툭툭 털고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건 부모만이 알려줄 수 있는 가치다. 우리는 아이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함께 독서를 즐기는 부모가 되기로 했다.


세상에 결함 없이 완벽한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계획대로 되지 않는 날도 있을 것이고,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할 것이다. 그럴 땐 스트레스받기보다는 '원래 이런 게 육아지'라며 마음을 내려놓는 게 정신적으로 좋은 것 같다. 육아는 장기전이기 때문이다.


하루하루의 계획은 틀어지더라도, 우리가 세운 큰 방향성만 잘 고수한다면 우리 아이들은 잘 자랄 것이다.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데 해야 할지 모른다면 더하지 말고 빼보자. 육아든 뭐든, 심플 이즈 베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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