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남편 친구의 결혼식이 있었다. 남편의 나이는 30대 중반이다. 그쯤 되니 주변 친구들이 이제 하나둘 결혼을 하거나, 결혼을 준비했다. 결혼을 축하하러 온 하객 중에는 이미 결혼을 한 사람도 있었고, 내년 초 결혼을 약속한 커플도 있었다. 하지만 그중 부모가 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이 없이 맞벌이로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딩크족이 늘어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또 자주 만날 수 있다는 게 내심 충격이었다.
아이 낳으면 돈도 많이 들고, 희생할 것도 많잖아.
낳아서 책임질 자신 없어, 그냥 이렇게 둘이서 재밌게 살고 싶어
이유를 듣고 안타까웠다. "그렇지 않다. 부모가 되면 전보다 훨씬 행복하다"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굳이 남편 친구들에게 출산 영업(?)을 하는 건 아닌 거 같아서 꾹 참았다.
사실 친구들이 말한 이유들이 틀린 건 아니다. 아이를 낳으면 돈도 많이 들고, 포기할 것도 많이 생긴다. 부부 중심이었던 생활이 아이 중심으로 돌아가기에 서로를 바라보며 꿀을 흘리던 신혼부부는 전우애로 똘똘 뭉친 부모가 된다.
부모의 삶을 희생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자신보다 아이를 더 챙기고, 늘 육아로 전전긍긍하는 주변의 엄마, 아빠들을 보며 부모가 된다는 걸 피곤한 삶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부모가 돼야지만 만날 수 있는 세상이 있다. 결혼 6년 간 아이가 없었던 나는 아이만 있으면 내 세상이 완벽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보니 이게 웬걸, 내가 알던 세상이 다가 아님을 깨달았다.
그동안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아이를 낳고 인생 스테이지 2가 시작됐다.
인생 스테이지 2가 열리니, 세상이 더 넓어졌다. 내가 그동안 알던 감정과 경험이 다가 아님을 느꼈다. 아이의 미소에 함께 웃고, 아픈 아이 모습에 가슴이 찢어지게 슬퍼하고, 나에게 달려와 안기는 아이의 작은 몸짓에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존재 자체만으로 사랑하고, 사랑받는다는 감정을 아이를 만나고 느꼈다.
엄마가 되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다시 배웠다. 아이는 나를 좋은 어른이 되도록 이끌어줬다.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겠다고 결심하니 나는 전보다 더 성숙하고 단단한 어른이 되어갔다. 생각해보면 우린 함께 서로를 키우고 있었다.
또래에 비해 일찍 엄마가 된 내게 친구들은 “엄마가 되니 어때?”라는 질문을 종종 한다. 그럴 때면 “조금 힘들고, 많이 행복해”라고 답한다. 육아가 힘들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티 없이 맑은 아이의 웃음소리와 아이와 함께할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행복감을 더 크게 느낀다.
지금은 똥 기저귀 차고 밥을 여기저기 다 흩뜨려 놓는 말괄량이 공주님이지만 나중에는 엄마의 제일 친한 친구가 되고, 든든한 보호자가 되어주겠지? 상상만 해도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