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을 확인한 순간부터 엄마는 바빠진다. 새 식구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워낙 자잘 자잘하게 준비할 게 많아서 인터넷에는 임신기간 동안 준비해야 할 체크리스트도 떠다닌다. 체크리스트 별 세부 항목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포함되는 게 있다면 그건 바로 ‘태아보험 가입’이다.
태아보험은 엄마 뱃속에 있는 태아를 대상으로 임신기간 때부터출산 이후까지 아이에게 무슨 문제가 있어 치료가 필요하게 될 때 치료비 등을 보장해주는 상품이다. 태아보험은 ‘혹시나 우리 아이가 뱃속에서 잘못되지 않을까?’ 하는 예비 엄마들의 불안을 이용해 판매된다.
임부들이 가는 곳마다 태아보험의 가입을 부추기는 손길이 뻗쳐있다. 베이비페어는 물론이거니와 산부인과에서도 태아보험 상담 부스가 설치되어있다. 온라인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맘 카페에는 태아보험 가입 및 상품 추천글이 즐비하고, 태아보험 상담만 받아도 아기용품을 주겠다며 엄마들을 현혹하는 홍보글도 많이 보인다.
그런데 태아보험 꼭 가입해야 하는 걸까?
사람들은 보험이 미래의 불행을 대비하는 최선책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태아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
주위에서는 '어떻게 엄마가 돼서 태아보험을 가입하지 않을 수 있냐'며 비난하지만 나는 보험이 20년 할부로 산 2,400만 원짜리 종이에 불과하다고 여겨졌다. 그 이유는 크게 3가지가 있다.
첫째, 보험료는 주기적으로 갱신되어 오르는 반면 보장금액은 몇십 년이 지나도 그대로다. 물가상승률조차 반영해주지 않으니 실질적으로는 보장금액은 매년 감소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게다가 보험료 납부 기한은 또 어찌나 긴지, 거의 20년짜리 적금 하나를 붓고 있는 것과 같다. 중간에 해약이라도 할라치면 원금조차 다 찾지 못하니 적금보다 못하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둘째,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제도 강국으로 꼽힌다. 워낙 건강보험제도가 잘 되어있어 보험의 도움을 받을 정도로 큰 의료비가 많이 나오지 않는다. 신생아 입원료와 인큐베이터 이용료도 건강보험이 전액 보장해주고, 조산아나 저체중아 의료비도 개인부담비용이 5%에 불과하다고 한다. 실제로 나의 경우에도 지난 1년간 아이를 키우며 가장 많이 나온 의료비가 CT촬영으로 인한 7만 원이 전부였다.
셋째, 보험 보장기간인 100살까지인데, 그때까지보험사가 건실히 버텨줄지도 의문이었다.
우리는 나중에 치료비 등으로 큰돈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 보험을 가입한다. 그런데 그 수단이 꼭 보험일 필요가 있을까? 매월 납부하는 보험료를 다른 재테크 수단으로 돌려보자. 보험보다 더 든든한 인생의 쿠션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