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박근혜 정부에서 저출산 대응 정책으로 미혼 가구에 싱글세를 걷자고 했다가 거센 반발에 부딪혀 좌절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미 싱글세 보유국이다.
2022년 예산의 6조 원이 저출산 대응 정책으로 쓰였다고 한다. 재원의 일정 부분이 임신·출산 가정에게 쏠리다는 말은 다른 말로 아이가 없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세금을 더 많이 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주변에서는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 5억 이상이 든다며 출산을 만류하지만, 저출산 시대에 태어난 축복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아기는 자기 먹을 것을 가지고 태어났다.
엄마가 되고 보니 나라에서 아이 양육에 지원해주는 게 많다는 걸 새삼 느꼈다. 매월 25일마다 양육수당과 아동수당으로 30만 원씩 입금됐으며, 육아휴직 기간에는 회사에 출근하지 않아도 매월 150만 원씩 급여가 들어왔다. 그리고 2022년 출생아부터는 출산 축하금으로 200만 원도 준다.
그 외에도 아이 보육료와 교통비, 아이 돌봄 서비스, 아이 건강을 위한 시기별 예방접종과 영유아 검진도 지원해준다. 전국에 분포되어 있는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는 장난감과 책 대여뿐만 아니라 부모를 대상으로 상담과 교육 서비스도 제공한다. 연말정산 세제 혜택과 아파트 청약 가점 부여와 같은 혜택까지 생각하면 아이가 있어야만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점이 무궁무진하게 많다.
저출산 대응 정책의 일환인 새로운 제도가 하나씩 발표될 때마다 기사 하단에는 ‘그걸로 출산율이 오르겠냐?’라는 식의 회의적 댓글을 많이 볼 수 있다. 맞다. 저출산 상황은 다양한 사회문제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이 제도들이 출산율을 올리는 근본 해결책이 안 될 수 있다.
그러나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이걸로 출산율이 오르겠냐?’라는 평가를 받았던 제도들이 매년 조금씩 쌓이다 보니 어느새 부모에게 큰 힘이 되는 복지가 되어있었다.
내년부터는 부모수당이 새로 신설된다고 한다. 2023년에 아이를 낳으면 부모에게 매월 70만 원을 주고, 2024년에는 매월 100만 원을 준다는 것이다. 저출산 시대에 부모가 된 축복이다. 아이를 낳아서 기른다는 이유로 월 100만 원씩 월급을 받다니 말이다.
양육수당과 아동수당으로 아기의 기저귀 값과 분유값을 해결하고, 육아종합지원센터와 당근마켓 등에서 아이 용품을 받아와 키웠다. 그렇게 실속 있게(?) 키우다 보니 지난 1년 간 아이에게 들어간 실비용은 거의 0원에 가까웠다.
‘아이를 낳으면 돈이 많이 든다. 헬조선에서 무슨 아이를 낳아 기르냐’는 다수 속에서 '아이를 낳아도 괜찮다. 돈 많이 안 들고, 아이가 보여주는 세상은 헬조선이 아니다.'라는 말을 건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