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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리 Mar 08. 2022

당신은 얼마짜리 엄마인가요?

베이비 프리미엄에 속지 않습니다 

우리 아파트에는 2021년 출생 자녀를 둔 엄마들의 단톡방이 있다. 그곳에선 서로의 육아 고민이나 정보 등을 나누며 소통한다. 같은 나이의 자녀를 둔 엄마들의 소통방이라서 관심사와 대화거리, 고민 등도 비슷해 평소 그곳에서 많은 위로와 공감, 도움을 받곤 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그 단톡방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엄마들이 나누는 대화 내용에서 괴리감이 느껴졌다. 최근 돌잔치를 어디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얘기가 오갔다. 그런데 언급된 장소들이 모두 100만 원~200만 원 정도 되는 고가의 장소들이었다. 


내겐 부담되는 금액이었는데 단톡방 속 엄마들은 '그 정도면 괜찮네요'라는 분위기였다. 한술 더 떠 돌잔치를 위한 출장 메이크업과 드레스 대여 업체를 추천해주며 돌잔치를 한 번 치르려면 300~400만 원은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헉, 원래 다 이렇게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기의 첫 생일파티가 결혼식을 올리는 비용만큼 든다니. 돌잔치의 본 취지보단 외부의 시선을 더 신경 쓰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들 그렇게 하는데 우리 아기에게 그렇게 못 해주면 두고두고 미안할 것 같았다. 다들 100만 원짜리 돌잔치를 해주는데, 우리 아기에게 50만 원짜리 돌잔치를 열어주면 난 50만 원짜리 엄마가 되는 것 같았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가격으로 결정되는 느낌이랄까?


사실 이건 비단 단톡방 안에서 만의 문제는 아니다. 아기의 옷을 사러 가거나, 음식을 사러 갈 때도 아기 것에는 베이비 프리미엄이 붙는다. 얼마 입지도 못 할 손바닥만 한 옷이 오가닉 순면이라는 이유로 어른 옷보다 비싸고, 햇반보다 적은 양의 아기 이유식은 유기농이라는 이유로 햇반의 5배 이상의 값을 요구한다. 


아기 용품 CF에서는 '아기를 사랑한다면, 우리 아기를 위한다면'이라는 문구로 엄마들의 소비를 부추기고, 정육점에서 이유식용 소고기를 달라고 하면 사장님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한우를 집어서 잘라주신다. 거기에서 '미국산(또는 호주산) 소고기'로 달라고 말하는 용기 있는(?) 엄마는 극히 드물 것이다.


이것에 대해 남편과 진지하게 대화를 나눴다. 엄마의 모성애에 가격을 붙이려는 주변 상황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선 우리만의 육아 철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한참의 대화 끝에 우리는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아이의 입장에서 뭐가 좋을지 생각하고 행동하자고 결론을 내렸다. 돌잔치를 준비하거나 아이 물건을 살 때 그 취지와 목적을 먼저 생각하고 거기에 맞는 결정을 내리자고 했다.


아이의 입장에서 바라보니 결정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아이 첫 생일파티는 주인공인 아이가 편안하게 많은 이들의 축하를 받고, 사진을 남기면 그만인 행사이다. 아이의 생일을 축하해주러 오신 손님들께 좋은 식사를 대접해드려야 하는 건 맞지만 굳이 고급 호텔 레스토랑을 고집할 필요는 없었다.


모두 가심비 있게 육아를 할 때 우리는 가성비 있게 키우기로 했다. 대신 나중에 아이가 커서 필요한 게 있을 때 적극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알짜 부모가 되기로 했다. 


지금 단톡방에서는 200만 원짜리 유아전집인 프뢰벨을 들일지 말지에 대한 얘기가 오간다. 난 이번에도 프뢰벨을 들이지 않을 것이다. 아직 글을 읽을 수 없는 0세 아기에게는 책보단 엄마, 아빠와의 놀이가 더 좋을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우린 앞으로도 주변 이야기에 부화뇌동하지 않고, 우리만의 기준으로 아이를 사랑으로 키울 것이다. 그렇게 돈으로 환산될 수 없는 엄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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