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6세 아이를 키우는 직장 동료에게서 깜짝 놀랄만한 얘기를 전해 들었다. 아직 한글로 제 이름도 못 쓰는 아이가 유치원을 마치고, 태권도 학원, 영어학원, 그리고 다양한 과목의 학습지까지 한다는 얘기였다. "꼬마 아이가 성인인 우리보다 더 바쁘네요"라고 웃고 넘어갔지만,사실 이게 웃고 넘어갈 일은 아니었다.
유치원생이 영어를 배우는 건 상류층 세상에서만 일어나는 일인 줄 알았는데 내 주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라는 게 놀라웠다.
그날 저녁 남편과 사교육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여보, 요즘은 6살부터 사교육을 한대. 한 달에 50만 원 이상 들어가나 봐.
그래? 다들 자식들 판검사 만들려고 하나?
예전에 TV에서 '부모들이 사교육에 천문학적인 돈을 쓰는 이유'를 취재하던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어떤 아주머니가 나와 인터뷰를 하셨었는데, 왜 사교육에 많은 돈을 쓰냐는 질문에투입비용 대비 기대소득이 높아서라고 답했던 기억이 난다.
자녀가 상위 1%의 직업을 가질 수만 있다면 사교육에 얼마가 들어가든 그 이상의 돈을 벌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고소득층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자신의 직업을대물림해주고 싶어 사교육을시킨다.
그렇다면 그 외 99%인 우리들은 왜 사교육을 시키는 걸까?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사교육을 시키는 이유 1위는 '남들이 하니깐 심리적으로 불안하기 때문에(24.3%)', 2위는 '남들보다 앞서 나가기 위해서(23.4%)'라고 한다. 자식 미래에 대한 큰 방향성 없이 단순히 부모의 불안과 경쟁심리로 사교육을 시키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자녀 1명에게 매월 들어가는 사교육비가 평균 50~100만 원이라고 한다. 많은 부모들이 부담을 느낄만한 큰 금액이지만 그래도 불안감에 사교육을 안 시킬 수는 없다. 저축조차 사치라며 자조하는 상황에서 노후준비는 딴 나라 이야기다.
자식 미래에 투자한다고 내 노후를 저당 잡지 말자.
노후 준비 없는 무분별한 사교육비 지출의 결말은 파국이다.노후 준비가 안 된 부모는 결국 자식에게 짐이 되기 마련이니 말이다. 그때 돼서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라고 울부짖지않으려면일단올 스톱하고, 다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자식의 미래와 나의 노후를 모두 똑똑하게 챙길 수 있는 '새로운 전략'말이다.
예전에 TV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사교육비를 줄이는 방법에 대해 토론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때 한 전문가가 무분별한 사교육비 지출을 막기 위해서는 적정 지출 한도를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소득의 20% 내에서만 사교육비를 쓰는 것처럼 말이다.
맞는 말이다. 가정마다 소득 수준이 제각기 다른데 남들 하는 거 다 시켰다가는 가랑이 찢어지는 수준이 아니라, 가정이 찢어질 수도 있다.
우리가 평생 벌어들일 소득과 기간은 이미 정해져 있다. 지금 당장은 우리가 젊고, 돈도 벌고 있으니 자녀에게 사교육을 다 시켜줄 수 있을 것 같지만 우린 은퇴 이후의 삶도 생각해야 한다.
사교육 지출 한도액은 소득금액에서 노후자금과 생활에 필요한 각종 고정비를 뺀 남은 금액이다.
그 금액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안다. 어느 집이나 다 똑같다. 그래도 이렇게 역순으로 계산한 후 사교육을 시켜야 자녀의 미래와 우리의 노후도 대비할 수 있다.
제한된 돈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교육을 시키는 것
그렇다면선택과 집중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제대로 된 선택과 집중을 하기 위해서는부모가 똑똑해져야 한다.
여기서 부모가 똑똑해져야 한다는 말은 부모가 배워서 자식을 가르치라는 게 아니다. 변화하는 세상의 흐름을 잘 읽고, 자녀에게 필요한 교육을 잘 선별해줄 수 있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뜻한다.
좋은 부모는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하는 사람이다.
부모가 되고 보니 좋은 부모는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하는 사람인 것 같다. 자식을 뜨겁게 사랑하는 마음과 함께 아이가 가진 재능과 가능성, 그리고 시대의 흐름 등을 객관적으로 읽고 판단하는 냉철한 눈이 있어야자식을잘 이끌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부모가 되기는 참 어렵다. 첫째로 내 아이가 객관적으로 어떤 재능이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고, 두 번째로는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부모들은 이 역할을 사교육 시장에서 해주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사교육 업계는아이 개인의 미래보다는 당장 입금되는 수익을 더중요시 생각하는 곳이다. 그래서 순진한 학부모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해 결제까지 하게 만든다. 상담만 받으러 갔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이미 학원비를 결제하고 있었다는 사례를 그동안 주변에서 많이 봐왔다.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는 2030년에 대학의 절반이 사라진다고 예측했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으로 많은 일자리가 AI 등의 로봇으로 대체된다고 예견했다. 우리 세대와는 확연히 달라질 자녀세대를 위해 우린 어떤 방향성을 제시해줄 수 있을까?
개개인의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천편일률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사교육 시장에서는 답을 찾을 수 없다. 부모가 나서야 한다. 자녀의 사교육 비용 중 일부를 부모인 우리에게 투자해보는 게 어떨까?미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공부해야 한다.자녀의 찬란한 미래와 우리의 평안한 노후를 위해서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