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로리 Oct 18. 2022

일하는 엄마, 육아하는 아빠

남편에게 아빠가 될 기회를 주자

불안하다. 이렇게 불안한데 복직하는 게 맞는 건가 싶다.

  

복직하기 1주일 전 일기장에 썼던 내용이다. 아이가 7개월 차에 복직을 했다. 7개월 된 아이를 떼놓고 회사에 돌아가가 쉽지 않았지만 지금 복직하지 않으면 승진이 많이 늦어질 거라는 말에 나는 회사로, 남편은 집으로 돌아왔다.      


바통터치

일하는 엄마, 육아하는 아빠 체제 7개월 차다. 매일 아침 아기가 깨기 전 남편과 아침을 먹고, 남편이 싸준 커피를 들고 출근을 한다. 회사와 집이 가까워서 퇴근하고 집에 오면 6시 반 정도 된다. 함께 저녁을 먹고, 남편은 육아 퇴근을 한다. 그럼 난 그동안 엄마 품을 그리워했을 아기와 함께 놀다 잠이 든다.      


지금은 너무나 익숙해진 생활이지만 오늘과 같은 생활이 정착되기까지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육아로 지친 남편과 워킹맘 생활로 지친 나, 우린 잔소리로 시작해 잔소리로 하루를 끝냈다. 대화 속에 애정은 없었다. 뾰족뾰족 가시 돋친 말들 뿐이었다.   

   

이렇게는 못 살겠어!


육아를 쉽게 생각했던 남편은 육아휴직 며칠 만에 백기를 들었다.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많이 지쳐 있었다. 육아의 힘듦을 알기에 그 마음이 이해가 갔다. 그리고 이렇게 지칠 때까지 챙겨주지 못한 게 미안했다.      

그 뒤 우리 집은 육아 퇴근제를 도입했다. 남편은 내가 회사에 있는 시간인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아이를 보고 방으로 퇴근을 한다. 그리고 나는 그 외 시간 동안 아이를 본다. 함께 책을 읽고, 대화를 하고, 목욕을 시키고, 잠자리도 함께한다.      


육아 퇴근으로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게 된 남편은 아이와 더 잘 놀아주었다. 아빠가 잘 놀아주니 아이도 행복해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나도 많은 에너지를 받았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점점 활기를 되찾아갔다.


나의 쉼 없는 스케줄을 듣고 회사 동료들은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사랑하는 우리 아이를 키우는 일이 마치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것 마냥 서로 미루는 것도 아니다 싶었다. 체력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이 조금 더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우린 남이 아닌 부부, 그리고 가족이니 말이다.     

 

'오늘부터 진짜 부부'라는 책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남편에게 아빠가 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이다. 비록 육아하는 모습은 눈에 차지 않지만 아이를 사랑하는 아빠의 마음은 엄마와 같을 테니 그 마음을 믿기로 했다. 남편은 그 믿음에 보답하듯 점점 아빠가 되어갔다.      


아빠를 낯설어하던 아이는 지금 엄마보다 아빠를 더 찾는 아빠 껌딱지가 되었고, 아빠는 아이 울음의 의미를 엄마보다 더 잘 캐치하게 되었다. 그리고 육아의 고충을 몸소 느끼며 아내를 이해하는 멋진 남편이 되었다.


가끔 아이에게 TV를 보여주거나, 어른 음식을 먹이는 등의 모습에 잔소리를 할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가 아이를 키우는 건 참 좋은 경험인 것 같다.


요즘 남편의 육아휴직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참 좋은 증조다. 남편의 육아가 불안한 아내들에게 이 글이 용기를 주었으면 좋겠다. 육아의 1도 모르던 남자도 육아휴직을 하고 점점 아빠가 되어가고 있다고 말이다. 우리 남편에게 아빠가 될 기회를 주자.

이전 09화 육아에 숫자를 지웠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