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일말의 욕심
나를 위한 욕심을 남겨놓아야 한다. 엄마는 그때 연년생을 잉태하느라, 조금 더 가부장적인 사회풍토 탓에, 밤에 남편에게 아이를 맡겨두고 집 앞을 뛰어볼 시간과 용기가 없었겠지.
나는 나를 위한 용기를 내보았다.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질 용기. 아이를 남편에게 맡겨두고, 집 앞 공터를 뛰어보았다. 아직은 아이와 같이 산책하기에는 이르기에, 각자의 산책시간을 마련해 주는 게 필요한 것 같다. 그게 비록 이열치열 습도 최고조의 여름이라도 말이다.
인생의 준비운동
이렇게 얼굴과 심장이 뜨거워진 게 얼마만이었던가. 지난여름, 남편과 3km 러닝을 하고 며칠 동안 온몸의 근육통에 시달렸던 기억이 있다. 그때에 비해 더욱이 몸은 다운된 상태. 체력이랄 게 없어진 지금의 몸. 열 달 동안 아이가 있었던 배는 탄력 따위는 없는 상태이다. 면역력이 떨어졌는지 다래끼라는 귀찮은 손님까지 찾아왔다. 내일부터 바로 허벅지와 복부에 근육통이 찾아오면 어쩌나 뒤늦은 걱정이 엄습했다. 이래서 준비운동이 중요한 건데. 계획보다는 즉흥적인 성격이 이런 일상의 곳곳에서 얼굴을 내비친다. 운동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계단을 오르는데 벌써 내일의 고통이 고개를 내민다. 준비운동 없이 무작정 뜀박질에 뛰어든 자의 최후.
인생도 마찬가지겠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으로 10년 넘게 몸담았던 회사를 잠시 떠나 있게 되었다. 대학교 때부터 휴학 없이, 취직 후에는 같은 회사에서 줄곧 일해왔다. 지금 이 시기가 앞으로의 내 인생을 어떻게 꾸려갈지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때라고 생각한다. 내 인생에 이직이란 걸 해볼 수 있을지, 무엇을 더 갖추고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말이다. 준비운동 없이, 어떤 것들을 급작스레 맞딱들이게 된다면, 후폭풍이 오기 마련이니 말이다. 뛰기 전 준비운동이 필요한 것처럼.
잠 부족에, 혼자서 감당해내야 하는 것들 탓에 심적, 육체적 고통에 사로잡혀 여유가 없는 일상이다. 이 또한 익숙해질 것이며, 이 안에서 현명한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이 기간 동안 내 앞으로의 인생에 대한 준비운동의 방법도 생각할 것이다.
엄마는 자신보다는 우리를 위한 삶을 살았다. 언니와 나는 그걸 어릴 적부터 느끼고 알았을 만큼, 엄마의 희생을 먹고 자랐다. 그것이 눈부신 사랑이었음을 안다.
자신을 위한 옷하나 제대로 사지 않고, 맥주브랜드 로고가 작게 찍힌 티셔츠를 입었던 사람. 셋이서 레스토랑에 가서 2인분을 시켜 언니와 나에게만 먹여주던 사람. 난 엄마 같은 엄마는 되지 못할 것이다. 그때와 지금은 나를 둘러싼 환경은 다르다. 그렇기에 그렇게까지 희생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런 환경 속 일원으로 살게 된 것, 먹고 싶은 거 먹고, 사고 싶은 거 사고 살게 된 것, 이 모두는 엄마의 사랑을 먹고 자랐기에 가능했다. 그 덕분에 앞으로의 나는 희생과 헌신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아이에게 사랑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건강한 심신을 위해 나를 위한 시간, 나를 위한 일말의 욕심을 부리며 살고 싶다. 엄마로서만이 아닌, 나 자신으로서의 인생도 계획하며, 그것을 위한 준비운동도 허투루 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육아휴직 기간 동안 게으름 피우지 말고 틈틈이 준비운동 차원의 기지개라도 켜두고자 한다. 육아에 지쳐 피곤하다는 핑계로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기에는 아까운 인생이다. 육아도 내 인생의 조금의 나아감도 이뤄내고 싶다. 결국 그 길이, 우리 가족 모두의 안녕을 위한 길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