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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샘비 Oct 29. 2023

좋은 핑계

대화의 즐거움_#43

#43_좋은 핑계


"아빠, 요즘에는 브런치 안 쓰세요?"

"왜?"


"전에는 쓰고 나서 한 번씩 보여주곤 하셨잖아요. 요새는 못 본 것 같아서요."

"요새는 안 써."


"왜요? 바쁘세요?"

"아니 그런 건 아닌데, 그냥 좀 쉬어야 할 것 같아서."


"왜요? 힘드세요?"

"아니 그런 건 아닌데, 그냥 좀 쓸 게 없기도 하고."


"왜요? 요즘에도 저랑 이야기 많이 하시잖아요. 저는 아빠가 다시 쓰면 좋겠어요."

"뭐가 좋아. 맨날 똑같은 이야긴데."


"아빠가 그러셨잖아요. 좋은 말은 다 뻔한 말이라고. 좋은 사람이 되라는 말이잖아요."

"(...) 그럼, 그럴까."


"잘한 건지 못한 건지 언젠가 알게 되겠지."

"5년 아니 10년쯤 지나면 어느 날 문득 알게 된다니까요."


"아들, 자꾸 아빠 말 따라 할 거야?^^"



아이를 핑계로 다시 대화를 기록해 보려고 합니다.

공기 중으로 흩어지는 말들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쓰지 않으니 무언가 허전하더라고요.

허전함을 견디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 없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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