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에 아무도 없을 거란 무기력함은 이틀이 지나도록 가시지 않았다. 그동안 눈물도 짓고 게임도 했지만 우울한 기분은 여전했고 사라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래도 식단과 산책은 했다. 카페에 나가 글도 쓰고 공부도 했다. 그래도 허전한 기분이 들었다. 우울한 기분을 상황일기로도 적어보았지만 슬픈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되었다.
상담선생님께 이런 내 기분을 말하자 선생님은 그럼에도 밖에 나오고 일기를 쓴 것을 칭찬했다. 그리고 벌어지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아마 선생님은 미래에 혼자가 될까봐 내가 걱정하는 줄로 아셨나 보다. 하지만 나는 당장의 외로움을 해결하고 싶었다. 내 곁에 가족이 있는데도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이건 나의 가족사와도 관련되어있지만 나는 너무 미래를 보고 있었다. 나이가 들어 부모님이 날 떠날 그 어느 시점을 보았다. 돈벌이도 없고 돈을 벌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었기에 미래가 두려웠다. 어쩌면 복수전공을 하고 운동을 하는 것도 다 미래가 걱정되어서 인지도 모른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난 그대로 일거란 생각에 매순간 조바심이 났다.
난 선생님의 말대로 있지도 않을 일을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피티를 받으러 갔다. 내 표정이 안 좋아 보였는지 피티선생님은 내 이야기를 들어주셨고 공감해주셨다. 선생님은 자신도 그런 적이 있었다며 날 위로해주셨다. 털어놓고 털어놓는 것. 난 이걸 원했던 것 같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기;F 말이다. 털어낼수록 기분이 한층 나아졌고 운동을 마쳤을 땐 다시 할 수 있다는 의지가 생겼다. 그날 거울을 보는데 얼굴이 반짝였다. 혈색이 도는 내 모습은 참 예쁘고 건강해보였다.
헬스장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난 혼자가 아님을 깨달았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상담샘과 피티샘이 있고 가족이 내 곁에 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방 안에만 있을 때는 누릴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때 난 나를 싫어할 거란 생각에 갇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내가 밖에 나가지 않았다면 내 이야기를 말할 기회도 없을 테고 위로를 받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상담선생님은 스스로를 상담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나는 아직 그 과정 중에 있는 것 같다. 지금의 나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위태위태한 상태이다. 작은 일에 쉽게 토라져 버리고, 특히 과거를 떠올리면 기분이 금방 우울해진다. 그렇지만 그 연약함덕분에 사람들과 연결되고 있고, 나중엔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되리라 믿는다. 그리고 그때엔 그들이 해준 것처럼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