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의 눈부신 도전

by 안개별


일하던 중 문자메시지 하나를 받았다. 이번 주 우수작으로 딸아이의 글이 선정되었다는 알림이었다.

이로써 작가단 활동은 종료되고, 차주부터는 출간을 위해 교정·교열 작업이 시작되니 추가 공지가 있을 예정이라고 했다. 금주가 마지막 연재가 될 줄 몰랐기에 우수작 선정 소식에 더없이 기뻤는지도.



올해 여름, 어린이 작가단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우연히 발견했다. 글 좀 쓸 줄 아는 딸아이가 생각나긴 했지만 무심코 그냥 넘겼다. 하고 싶은 것만 하는 아이인데다 지구력이 약해 6개월간 매주 연재를 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그날 보았던 공고가 떠올랐다. 엄마이기에 잘 안다는 이유로 아이의 가능성을 가늠하고 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기준이 그녀의 도전을 가로막는 건 아닐지, 자꾸만 마음이 쓰였다.

결국 아이의 의사를 확인해 보기로 했다. 본인은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출간이라고? 나도 엄마처럼 책을 낼 수 있다는 거야? 완전 하고 싶어. 할래!"

예상과는 달리 아이는 무척이나 긍정적이었다. 일단 작가단에 뽑혀야 하고 우수작으로 선정된 작품들만 책에 실릴 수 있다고 이야기했음에도, 그 조건들은 아이에게 크게 중요하지 않아 보였다. 그저 '출간'이라는 단어에 꽂혀 책이 나오면 누구에게 먼저 보여줄지, 사인을 해 달라는 사람은 몇 명쯤 될지와 같은 꿈같은 말만 늘어놓았다.


가슴속에 로망을 품는 건 좋은 일이나, 세상 모든 일들이 원하는 대로만 흘러가지는 않을 수도 있다고 조금은 힘주어 이야기했다. 설렘 가득하던 아이의 두 눈이 막연한 두려움을 품은 눈빛으로 바뀌었다.

혹여 실패하더라도, 도전하는 것만으로도 아주 멋진 일이 될 거라고. 그러니 그 도전이 충분히 의미 있을 수 있도록, 훗날 돌아봤을 때 후회가 없도록 최선을 다해서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한철을 지나, 세상 만물이 얼어붙는 계절이 찾아왔다. 숨을 내쉴 때마다 하얀 입김이 번졌고, 이따금씩 찾아오는 눈은 세상을 폭닥 덮어 버렸다. 시간은 그렇게 흘러, 아이의 도전도 다음 계절로 접어들고 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의 어린이 작가단 활동은 그렇게 여섯 달을 채웠다. 정확히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아팠던 날과 휴가로 몇 차례 쉬었던 때를 제외하고는 매주 빠짐없이 글을 올렸다.

그리고 12월 말, 작가단 활동이 종료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그동안 우수작으로 선정된 작품을 하나씩 세어 보니 모두 다섯 편이었다. 그 다섯 편의 단편들은 출간이라는 다음 계절을 앞두고 있다.



돌이켜보면 아이의 도전은 가벼운 시작이었기에 가능했다. 체계적으로 짜인 계획이나 성공을 향한 단계별 목표가 아니라, 그저 해 보고 싶다는 설레는 마음 하나로 내딛은 첫걸음이었다. 결과를 가늠하지도, 실패를 계산하지도 않았기에 망설임 없이 도전할 수 있었다.

그녀의 이야기에서 가장 눈부신 장면을 고르라면, 나는 고민 없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서점에 놓일 한 권의 책이 아니라, 멈추지 않았던 도전의 과정이라고.

시작하는 순간부터 그녀는 이미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잘해 보려 애쓰기보다, 끝까지 해 보겠다는 마음으로 매 순간을 자기 속도로 지나왔기 때문일 것이다.


어른이 된 나는 늘 가능성과 그 확률을 먼저 따진다. 시작도 전에 도전하지 않아야 할 이유를 찾고, 과정 속에서는 수많은 걱정을 차곡차곡 쌓아 간다.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를 대비해, 마음 한켠에 미리 거리를 두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의 도전은 달랐다. 그저 마음이 내키는 대로, 계산 없이 응했고 그렇게 환하게 웃으며 나아갈 수 있었다. 그래서 시작은 거침이 없었고, 결과에 얽매이지 않은 도전은 끝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도전은 성공했을 때만 의미를 갖는 일이 아닐 것이다. 해 보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이미 스스로를 한 걸음 앞으로 밀어낸 셈이니까. 그래서 나는 딸아이의 도전에 기꺼이 ‘눈부신’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싶다.


“충분히 눈부신 도전이었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낸 네가, 엄마는 참 자랑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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