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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육토피아 01화

프롤로그

오늘도 꿈꾸는 나의 육토피아

by 안개별


** 유토피아(Utopia)

- 영국의 사상가인 토마스 모어(Thomas More)의 저작 <유토피아>에서 유래

- 1516년 만들어진 말로 그리스어의 ou(없다), topos(장소)를 조합하여 탄생

- '어디에도 없는 장소', '현실에는 결코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인 사회(이상향)'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음




"살면서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게 한 건
다름 아닌 '육아'였다.

결혼 2년 차, 뱃속에 생명이 찾아왔다. 우리 부부에게도, 아이에게도 행운이 가득한 매일이 펼쳐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행운이'라는 태명을 지었다. 간절히도 아이를 원했던 남편은 뛸 듯이 기뻐했고 난 그에게 더없는 사랑을 받으며 어지간히도 행복한 임산부 시절을 보낼 수 있었다. 출산으로 인한 기쁨도 잠시, 빠르게 찾아왔던 암흑 같던 시간들은 나를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꽤 오랫동안 어둠의 구렁텅이에서 몸부림치며 허우적댔고 결국 스스로를 돌보지 못했던 나는 깊은 마음의 병으로 시름시름 앓아야 했다. 아무도 얘기해주지 않았기에 감히 짐작조차 하지 못했던 육아가 주는 완전히 달라진 삶 속의 난 서서히 무너졌고 사라지고 있었다. 내 삶이었지만 난 그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없었다.


무려 8년 전의 이야기다. 지금도 그러하냐고 묻는다면 고민 없이 단호하게 대답할 수 있게 되었다. 절대 그렇지가 않다고 말이다.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면서 그들끼리만 피어난 것은 아니었다. 함께하는 매 순간 우린 함께 성장했고 같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성장의 기쁨은 삶의 원동력이 되어 주었고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을 고이 내어 주었다. 출산 후 마주한 새로운 세계와는 또 다른 이상적인 세계가 이면에 숨겨져 있었다는 걸 육아를 통해 알게 되었고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육토피아'라는 말까지 끌어들여서는 거창한 말을 펴내고는 있지만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심플하다. 결혼은 생각보다 해 볼 만한 가치가 있으며, 육아는 당신을 시도 때도 없이 지상 낙원으로 데려다 놓을 것이라는 그 말이 하고 싶었다.


육아가 주는 힘은 실로 굉장하다.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그들 마음의 소리를 듣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누구든 그 대단한 파워를 분명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육아로 인해 지치고 힘들어진 육신과 정신마저 하염없이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에너지를 말이다. 육토피아를 꿈꾸는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천천히 조곤조곤 펼쳐 가 볼 예정이다.




안녕하세요.

작가 안개별입니다.


두 번째 에세이로 인사를 드립니다. 아직 목차도 다 잡지 못하고 시작한 에세이지만 쓰지 않고서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는 이유로 일단 무작정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우습지만 너무 늦게 알아버렸어요. 글 쓰는 재미를 말이죠. 글을 쓰는 일이 이토록 행복한 일이었나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거든요. 브런치라는 공간을 통해 글을 쓸 수 있다는 것도, 쓰는 동안 진정으로 살아 있음을 느낀다는 것도, 제 글을 읽고 함께 공감해 주는 독자들과 작가님들이 계시기에 저는 도통 지칠 겨를이 없는 것 같아요.


대부분의 식물들이 공기질&수질 정화능력을 지니고는 있지만 그 기능이 뛰어난 식물들이 몇 있지요. 저는 호수나 연못에 서식하며 수질을 정화하는 능력을 갖춘 부레옥잠과 같은 아이들(9살, 5살)을 키우고 있습니다. 흙탕물 같던 제 삶 속에서 피고 자라난 아이들이 함께 더럽혀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많은 않더라고요. 우려와는 다른 일이 벌어졌어요. 되려 더러움이 씻은 듯이 가셨거든요. 혼탁하던 그 물을 맑고 깨끗하게 바꿔놓은 건 아이들이었어요. 그런 아이들과의 일상을 통해 받았던 제 마음을 담은 에세이가 될 것 같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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