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이 불타는 것 같아요!
크로스핏은 매일 다양한 운동을 조합하여 WOD(그날의 운동)로 진행한다.
"하루님. 로잉을 타보신 적 있나요?"
"아뇨! TV에서 본 적은 있어요"
"그럼, 자세를 가르쳐줄 테니 5 cal만 일단 타볼까요."
아이처럼 신나서 큰소리로 "네!"
<나 혼자 산다>에서 한혜진이 로잉을 타는 것을 보았다. 그때 로잉머신이라는 기구를 처음 보고 어쩌면 운동치인 나도 왠지 너무나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래서 다들 깜짝 놀라며 "어쩜! 이렇게 잘해요"하지 않을까 상상을 했다.
'어떻게, 어떻게 해! 너무 잘해서 코치님 당황하면 어쩔~~'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으쓱해 있었다.
타기 시작하자마자 어깨 으쓱 뽕은 바로 한숨으로 바뀌었다.
코치님의 설명을 듣고 타기 시작한 로잉은 이미 3 cal을 향하면서 불타는 죽음의 생존기가 되었다.
"코치님, 발목이 불타는 것 같아요!"
"그래도 5 cal만 속도를 400으로 내서 타보세요."
흐엉. 망했다!
상상과 현실은 이렇게나 먼 것이었나.
분명 한혜진은 쉽게 하던데......
그건 그동안의 꾸준함의 결과라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TV 속에서 너무나 가볍고 해맑게 웃으며 타는 모습에 잠시 착각한 것이었다.
이렇게나 발목이 불탈 일인가.
"발목이 많이 약하시군요.
앞으로 틈틈이 까치발운동을 하세요."
찻길을 건너기 위해 서 있는 동안에, 집에서 TV를 보면서, 집안일을 하는 와중에도 까치발운동을 했다.
하물며 재코치님은 발목이 약하다고 와드로 10파운드 바벨플레이트를 놓고 까치발운동만 내리 30번씩 5세트(30X5set)를 시키기도 했다.
와!!!! 죽을 뻔했다고요!
덕분에 불타오르던 발목은 아주 천천히, 서서히, 긴 시간에 걸쳐 고통을 견디고 강해져 갔다.
그럼에도 로잉은 쉬운 종목이 아니었다.
크로스핏의 다른 운동들을 통해 근력도 점차 강화되어 나갔지만 로잉 앞에선 여전히 처참했다.
로잉이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한 시점은 크로스핏을 한 지가 1년이 지나고도 한참이였다.
그제야 불타던 발목은 8 cal까지는 무사히 갔다.
속도는 여전히 빠르지 않았지만 죽지는 않았다.
그러다 어느 날 공포의 와드가 나왔다.
로잉을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하루 종일 탔던 날인 것 같다.
몇 미터를 탔는지 모르겠는데 옆에서도 다들 곡소리가 나고 있었다.
이미 코치님이 알아서 줄여주셨다.
그러나 무서웠다.
"아, 저 저것 못해요. 지금껏 저만큼 해본 적 없잖아요. 아~~~ 어떻게 해요?"
"하루님. 이제는 할 수 있습니다! 도전해 봐야죠!"
옆에서 회원님들도,
"이제는 할 수 있겠는데요. 그냥 GO~~~!"
운동치이기도 하지만 인생이라는 성적표에서 어느 순간 난 할 수 없다는 패배감과 좌절, 죄책감만 강해졌다. 인생은 늘 제멋대로라 나의 의지와 노력은 전혀 빛을 발휘하지 못했다. 더 이상 그 무엇을 하고 싶지 않았고,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 소름 끼치도록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크로스핏을 통해 '할 수 있어요!'를 매일 같이 듣는다.
이거 종교인가?
세뇌당하듯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1초까지 최선을 다해 운동한다.
크로스핏은 팀전을 할 때도 많지만 개인전도 많다. 그런 날은 오로지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시간 내(For time)에 끝내야 될 때도 있고, 라운드(R)를 채우고 끝난 시간을 칠판에 그날의 기록으로 적기도 한다. 로잉의 미터(m)를 채우는 날이었다. 무서웠다. 그런데 한편으론 그동안의 훈련을 믿어보고 싶었다.
그날 나는, 다시 불타는 발목을 경험했다!
와드를 끝내고 관전하는 친구들의 응원을 받아 마지막까지 눈 찔끔 감고 또 타고 또 탔다. 망망대해 바다에서 노를 젓는다는 생각으로 무상무념 아미타불~~~ 용암의 바다를 건너 건너 결국에는 그 끝에 닿았다. 이거 좀 무식하게 운동하는 것은 아닌가 우려하면서도 뿌듯했다.
그리고 지금은 1분에 10cal을
아슬아슬하게 채운다.
EMOM(Every Minute On the Minute:1분이 시작될 때 정해진 동작을 수행하는 방식) 일 때는 여전히 8 cal을 하지만,
50대에 이 정도면 '선방 한 거야'라고 자화자찬하며 매일 코치님들께 이렇게 말한다.
"50대부터는 무릎은 소중하니까요. 어깨도 소중하니까요!"
아니 소중하지 않은 곳이 어디 있다 말인가!
나의 목표는 가늘고 길~~~~ 게!
운동을 사랑하는 젊은 친구들의 그것과는 같을 수 없으니까.
오늘 아침은 하이록스를 하는 날인데
마지막은 역시 로잉으로 Finish!
다들 아침부터 줄여달라고 아우성친다.
밖에 나가 1km를 다 같이 뛰고 그 다음 운동에 들어가는 거였는데 다행인가?
비가 제법 왔다.
다들 출근을 해야 되니 우중런 대신 바이클 2000m부터 시작해서 마무리는 로잉 500m로!
우리 팀은 31:09에 끝났다.
코치님들은 체력이 많이 좋아졌다고 EMOM가 아닌 이상 이제는 잘 줄여주지 않는다.
운동이 되지 않는다고.
'코치님 살살해주세요! 하하.'
* 로잉머신 타는 법
로잉은 Catch(시작)->Drive(밀기)->Finish(마무리)->Recovery(회복)의 4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시작자세에서는 무릎은 굽히고 발은 발판에 단단히 고정, 팔을 뻗어 손잡이를 잡고 허벅지와 엉덩이를 사용하여 다리로 강하게 밀어내기를 하며 마지막에 팔로 손잡이를 명치 쪽으로 당겨 마무리한다. 이후 팔을 먼저 앞으로 뻗고, 상체를 살짝 앞으로 기울이며 무릎을 굽히며 천천히 앞으로 이동하여 다시 시작자세로 가는 운동이다. 이것을 몇 칼로리씩 혹은 몇 미터씩으로 채운다. 로잉머신은 전신근육을 사용하는 유산소, 근력 복합운동이라고 한다. 올바른 자세로 해야 효과도 크고 허리나 어깨부상도 막을 수 있다고 한다.(챗GPT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