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쿼트 60개 가볼게요~~
무료체험 2일째!
박스로 내려가는 계단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만큼 힘들고 어려웠다. 엘리베이터가 있다는 사실을 안 것은 벽 짚고 내려가는 위험을 수차례 견디어내고 2달째 이상일 때 알았다. 이런!
오늘도 다행히 혼자였다. 헬스장에서 PT를 받으면 이런 것이겠구나.
가볍게 워밍업 동작을 하고 코치님이 말씀하셨다
"스쿼트를 해볼까요?"
"스쿼트요? 저 그게 뭔지 모르는데요"
"일단 의자에 앉는 자세처럼 취하고 발바닥 전체에 힘이 들어가는지 한번 느껴 볼래요.
자 팔을 앞으로 펴고 몸을 앞쪽으로 기울여보세요. 다리는 어깨너비만큼 일단 벌려보고 발끝은 바깥쪽으로 향하게 하세요. 무릎이 안쪽으로 모이지 않게 하고 허벅지를 벌린다는 느낌. 이번에 몸을 살짝 뒤로 가게 해볼래요. 발바닥 어디에 힘이 들어가나요? 복근에 힘을 주고 똑바로 서볼래요. 가장 편한 자세가 뭔지 찾아보세요. 그 자세로 앉았다가 일어나 볼까요?"
"저, 그런데 복근에 힘이 들어가는 게 뭔지 모르겠는데요!"
배가 남산만 해서 복근은 이론으로 알 뿐 배 자체에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복근이 존재하기는 하나.
"아하~. 괜찮아요."
"자. 이제 편한 자세를 찾았으면 앉았다 일어나 볼까요. 이게 스쿼트이고 크로스핏에서는 스쿼트가 기본입니다. 60개 가볼까요!"
"네? 저 안 될 것 같은데요."
"괜찮습니다. 할 수 있어요!"
에잇. 혼자 하니 안 할 수도 없고 진지하게 숫자를 세고 봐주시는 코치님 앞에서 대충 할 수도 없고.헝헝헝.
그런데 엥? 뭐지?
왜? 쉽지? 되네! 그렇게 스쿼트를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숨이 거칠어졌다.
"진짜 힘들어요."
"좋아요. 조금만 참고 합시다."
고지가 코 앞이다. 마침내 성공!
나도 되는구나~~~
머리에서 팡파르가 터졌다.
마음속의 친구들이 말했다.
'야, 뭐야. 진짜 너 뭐야, 되는데! 대단해! 멋져. 어쩌지. 어떻게 됐지. 멋진 girl!'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음엔 철봉 매달리기를 했다. 자신이 없다는 말에 코치님 왈, 올라가 20초만 버텨보자고 하신다. 부들부들 간신히 채웠다.
이틀 동안 본 코치님은 너무도 진지했다. 무료체험에 진심이었다. 그래서 말은 "못하겠는데요" 해도 안 할 수가 없었다.
"하루님. 크로스핏은 힘든 운동이에요. 어제 들어보니 인스턴트로 먹고 잘 먹지를 않네요. 일단 식사를 건강하게 잘 드세요. 그렇게 하면 힘들지만 분명히 체력이 증진되는 것이 느껴질 거예요. 그리고 댁은 어디세요? 걸어오세요?"
"네. 걸어오는데 지하철로는 1 정거장이고 버스로는 4 정거장 되는데 빠르게 걸어서 30분 정도 걸려요."
"그럼 더 빠르게 걸어서 20분 안에 오세요."
"네? 그건 불가능인데요. 무릎도 너무 아프고 걷는 것도 진짜 힘들어요."
"괜찮아요. 빠르게 걸으실 수 있습니다. 그래야 됩니다."
'흐엉~~~ 아니요. 제가 오늘 늦게 일어나서 빠르게 걸어온 건데...'
그렇게 속으로 울면서도 코치에 진심인 코치님 때문에 다 그대로 따라야 될 것 같았다.
게다가 왠지 빠르게 결제를 해야 될 느낌적인 느낌!
"결제하신다고요? 더 천천히 하셔도 되는데요."
결제하고 나면 잘 안 가르쳐주시려나
걱정하면서도 카드를 내밀며
"꼭 운동해야 돼서요! 3개월이요! 일시불이요!"
3일째. 오전엔 출근이 있어 오후에 가게 되었다.
오후 코치님은 다른 분이셨다. 오전, 오후 코치님이 다르시고 3분의 코치님이 계셨다.
지금은 코치님들이 교체돼서 다른 3분이 계신다.
걱정이 됐다.
'결재를 너무 성급히 했어. 미쳤어. 미쳤어!'를 외치며 7시 30분 타임에 참여했다.
젊은 친구들로 북적이는 박스는 오전과는 분위기가 또 달랐다.
슬쩍 쳐다보니 다들 운동한다 하는 친구들 같았다.
'어쩌지......'
어려 보이는 코치님이 친근하게 인사해 주셨다.
두 명이 팀이 되어 오늘의 운동을 하게 되었다.
"저. 오늘이 삼일째이고 운동 자체를 처음 하는데요. 혼자서 해도 될까요? 그리고 동작들 잘 모르는데 괜찮을까요?"
"걱정하지 마세요. 안 되는 건 좀 더 쉬운 동작으로 바꾸어서 하면 되니까요."
아침과는 차원이 다른 워밍업이 시작되었다.
크로스핏의 장점은 '수업'이다.
매일 PT수업을 단체로 듣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칠판에 빼곡히 적힌 영어로 된 운동이 뭔지 몰라도 코치님이 설명해 주시고 운동자세는 특히 하나하나 자세별로 끊어가면서 알려주신다.
그날의 운동을 WOD(와드)라고 하는데 WOD에는 여러 동작들이 들어간다.
처음에 내가 가장 좋아했던 운동은 버피(Burpee)였다.
잘하든 못하든 힘들어 죽겠는데 일단 냅다 앞으로 누워버리니 좋았다.
누웠다가 벌떡 일어나기!
힘들지만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
지금은 누군가 인스타에 올린
'버피는 싫어요'라는 말에 극공감하며 웃는다.
내일은 씽크로 버피(Sy.Burpee)다.
씽크로 버피는 말 그대로 버피를 같은 속도에 맞춰하는 것이다. 대개는 비슷한 사람끼리 팀을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경우 잘하는 사람은 못하는 상대방의 속도에 맞추고 못하는 사람은 최대한 열심히 한다. 팀 운동인데 힘들지만 서로 배려한다.
최근 오전반에 체격 좋은 중년 남성분과 병아리처럼 생긴 귀여운 젊은 여성분이 들어왔다. 트위티를 닮은 친구는 키도 크고 몸매도 좋았다. 그에 비해 체력은 물체력이라 주로 나랑 파트너를 했다. 씽크로 버피를 셋이 같이 하는 날은 다 같이 한바탕 배꼽을 잡고 웃는다. 힘들게만 느껴졌던 씽크로 버피를 웃게 만드는 트위티 같은 친구라니...
물체력 트위티님 덕분에 매일 웃는다.
귀여워서 웃고, 와드 할 때 인상 쓰는 모습마저 사랑스러워서 웃는다.
처음 런지할 때 중간에 너무 힘들어해서 플라스틱 봉을 코치님이 주셨다. 봉 잡고 런지 하는 모습이 바람에 힘 없게 휘날리는 풍선인형 광고판 같아서 다 같이 박장대소하며 와드를 했다.
트위티님은 최근 근력이 부쩍 늘고 다이어트가 되어서 체지방률이 엄청 줄었다고 한다. 체력도 늘었다. "파트너인 나를 버리지 말아주세요." 하니 "아직 하루님 따라가려면 멀었어요~."하며 해맑게 웃는다.
그렇게 무료체험 2일만에 결제하고
'이 나이에 크로스핏. 미친 거 아냐'하면서 아침부터 달려간다.
사진:챗GPT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