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봉으로 시작해서 여전히 45lb 언저리에서 헤매지만...
"흐 흡~~~. 으~~~ 얏!"
파워스내치를 한다. 동작은 아직도 어설프고
45lb(파운드) 이상은 여전히 되지 않지만 바벨을 들고 하는 모든 동작은 사랑이다.
오늘 아침엔 벡스쾃트를 드디어 75lb에서 벗어나 95lb를 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러니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첫날 보았던 역도의 자세는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저렇게 반듯하고 아름다운 자세에서 역동적인 힘을 뽑아내다니...
나도 할 수 있을까. 못해도 Go!
며칠 지나자 드디어 덤벨 대신 역도를 하게 되었다.
파워스내치, 데드리프트, 숄더프레스, 파워클린, 파워행클린저크, 행클린, 벤치프레스, 백스쾃, 프런트스쾃 등등.
전부 알아들을 수 없는 용어들이었다.
저녁마다 단어들을 찾아 뜻과 동작을 유튜브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못해도 공부는 하고 가야지 싶었다. 우리 박스는 다음날 와드를 전 날 저녁 카톡에 공개한다. 그래서 예습하기 좋았다.
솔직히 처음엔 열심히 유튜브를 보며 예습하고 가도, 코치님이 아무리 쉽게 설명해도,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머리도 이해가 될 듯 말 듯한데 몸은 한 술 더 떴다.
의지와 상관없이 안 움직였다. Power 자세를 잡기 위한 기본자세도, 모든 자세가 다 '아닐올시다'였다. 꼿꼿하게 허리를 펴는 것도 안 됐고 가슴을 쫙 펴서 봉을 잡는 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여도 너무 먼 그대였다. 게다가 그놈의 pull은 당최 우스꽝스럽고, 플라스틱 봉은 매번 힘없이 휘청였다.
재코치님은 틈틈이 자세를 봐주셨다.
플라스틱 봉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것부터 노력하자고 했다.
팔을 쭉 뻗고 봉이 흔들리지 않는 것!
팀은 무리여서 혼자 하겠다고 했다.
매일 그날의 와드가 나만 다 달랐다.
줄여주고 또 줄여주도 와드는 못 끝냈고 봉은 흔들리지 않으면서 하는 것조차가 어려웠다.
WOD를 하며 젊은 친구들의 동작을 흘끔흘끔 보며 따라 한다. 중간에 코치님이 팔을 쭉 뻗으라는 신호를 수시로 보내주신다.
죽을힘을 다해도 몇달간 와드를 끝내본 적도 하물며 기록조차도 기억하지 못했다.
민망해서 쭈뼛쭈뼛 서있으면
코치님이 웃으며 기록 옆에 큰 글씨로 'Good!'이라고 써주셨다.
그 섬세한 배려가 항상 감사했다.
금요일의 코치님은 가르치는 방법도 포스도 장난이 아니었다.
꼼꼼한 설명 하나하나가 그래서 유독 더 외계설명서 같았다.
게다가 이젠 플라스틱 봉 대신 25파운드 핑크 바벨을 들란다. 헐~~~!
왠지 코치님이 무서워서 죽어도 힘을 내야 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최대한 금요일 저녁을 피했다. 코치님이 엄해 보여서 질문도 용납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왠지 힘캐하는 친구들만 자세를 봐주실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아무래도 더 보람이 있으니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결국엔 가게 되는... 흐잉~~~
수업 중 나의 동작을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셨다.
한 달 정도 지나 조금씩 말귀를 알아듣고 동작을 어설프게라도 따라 하자 잘못된 동작을 하나씩 짚어주셨다.
코치님 3분의 스타일이 다 다르셨다. 각자의 매력이 있었다. 그래도 금요일 범코치님은 매번 어려웠다.
덕분에 반강제로 플라스틱 봉에서 벗어나 25파운드 핑크바벨을 헐떡이며 시도했다.
백스쾃도 반강제로 35lb를 들게 만들었다.
이 정도는 무조건 할 수 있다고!
그런데 하나같이 이해되지 않는 이 어려운 동작들이, 못하는데도 유난히 재미있었다.
드디어 나에게 슈퍼맨 같은 힘이 생기는 것 같아 상상 속에선 이미 지구를 몇 바퀴 돌고 있었다.
기껏해야 스내치는 여전히 45lb, 파워클린은 컨디션에 따라 45lb~60lb, 데드리프트는 진짜 늘어서 최근 1RM은 해보지 않았지만 115lb. 백스쾃을 최근에 3RM 했는데 드디어 75lb를 벗어나 95lb를 했다. 오늘 아침엔 벤치프레스를 50lb 했다. 근육통이 쩐다.
언제가부터는 이날의 성공이 또 있을까 싶어서 영상으로 찍고 SNS에 올렸다. 맞팔은 별로 없지만 다른 곳으로 가신 코치님 외 지금 코치님들, 회원분들이 하트를 뿅뿅 보내주면 그게 또 좋아 죽는단다.
어린 시절부터 잔병치레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공주님은 못됐다.
"아파도, 어쩌라고!"
초등이 되기 전부터 밀려오는 집안일을 하고 나면 뭔가를 하기도 전에 몸은 매일 아팠다. 아파서 울며 잠든 날이 더 많았다.
그렇게 매일을 보내면서 내가 헐크나 슈퍼맨처럼 힘이 세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억지로라도 힘이 있는 척했다. 집에 문이 잠겨 못 들어가면 담을 넘어 문을 열었다. 너무 커서 무서운 나방은 문 걸어 잠그고 땀 흘리며 공포와 맞서며 때려잡았다. 그렇게라도 헐크가 되고 싶었다. 안타깝게도 그 무엇도 되지 못했다.
대단한 운동치라 선생님 한 분의 말은 지금도 상처로 남는다.
발야구였는데 공이라는 것을 처음 차 봤다. 뜻대로 되지 않았다.
"야! 너는 배에 똥만 찼냐!"
그러나 이곳에선 내가 아무리 못해도, 새로운 신입에게도, 그런 교양 없는 말을 하시는 분이 단 한분도 없었다!
어떻게든 동작을 알려주시고 늘 모든 코치님들이 범코치님처럼 'try 해야죠!'
그래서 박스가 좋았고 역도는 너무도 파워풀했고 가슴 두근거리도록 멋지고 설레었다.
나 왜 역도에 설레지. 사랑에 빠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