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걸음마를 뗀다.
아기를 키우면 그런 순간이 있다.
걷기 전까지...
목을 가누기 시작하면 어느 날부턴 몸을 버둥대며 뒤집기를 하고 배밀이를 하고, 팔을 뻗어 나름 푸시업 자세로 못하더라도 엉덩이를 끊임없이 추켜세운다.
엄마들에겐 그 순간이 가장 사랑스럽고 영원한 사진으로 박제된다. 살면서 느끼는 모든 순간의 어려움을 그날의 희망과 사랑으로 버텨낸다.
이후 아기가 뭔가를 잡고 발에 힘을 주며 일어나려 애쓰다 한 발 걸으면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꺅~~~~!
그렇게 걸음마를 떼고 온전히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는 순간!
그 순간은 '감동과 벅참'
운동치에 운동자체가 처음인 나에겐, 크로스핏의 모든 순간들이 그랬다.
워밍업조차도 동작이 잘 되지 않았고 한 발로 서 있기, 할로우 자세 취하기 등등.
모든 동작은 아기가 엉덩이를 씰룩이며 일어나려는 그 순간과 오버랩된다.
아기가 아니라 귀엽지도 않은데 박스의 친절하신 회원님들이 참으로 뭐 조금만 해도 환호를 해줬다.
"찢었다!"
"미쳤다!"
"드디어 와드 다 끝냈어요!"
리액션 풍부한 응원의 소리를 들으면 없던 힘도, 용기도 생긴다.
그렇게 걸음마를 떼며 '흉내라도 내보자!'
그런 마음으로 온전히 일어서기까지 매일 오운완 중이다.
<흉내는 내자!> 편을 통해 크로스핏의 다양한 동작과 대체 동작들을 설명합니다.
크로스핏이 처음이라 걱정이신 분들은 대체 동작을 통해 '미리 보기' 한다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1. Wall Walk 대신 비슷하게 자세 취하고 10초 버티기 혹은 푸시업(Push-up)
크로스핏 운동에는 생각보다 어려운 동작들이 많다. 물론 사람에 따라 코치님들이 적당한 동작으로 바꾸어주시기도 하고 이제는 해볼 만하지 않을까 싶으면 'try'를 외치며 담금질한다.
Wall Walk은 그렇게 시작했다.
역시 또 범코치님,
"왜요? 할 수 있어요!
일단 엎드려서 팔을 가슴 쪽에 두고 다리를 쭈욱 뻗어서 벽에 붙이세요. 그렇게 10초 세고 내려오면 돼요."
범코치님은 무섭다. 망설임 따위는 통하지 않는다. 코치님 보기에 이 정도는 가능하겠는데 싶으면 시도하는 척이라도 해야 된다.
'어쭈되네?'
자신감이 생겼다.
2년 정도 되니 벽에 다리를 붙이는 것이 아니라 진짜 벽으로 걸어간다. 그런데 아직 한 뼘이 부족하다. 아쉽다. 그리고 갯수가 많으면 여전히 몇 초 버티다 내려오고 만다.
2. HSPU(핸드스탠드푸시업) 대신 파이크푸시업(Pike-push up)
동작자체가 파워풀해서 꼭 하고 싶은데 물구나무가 되지 않는다.
여전히 수업 때 시도만 하고 파이크푸시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파이크푸시업도 단계가 있다.
처음엔 박스에 다리를 두고 싯업 매트 2장을 깔고 한다. 익숙해지면 1장을 두기도 하고 매트 없이 하기도 한다. 가끔은 그냥 박스 없이 할 때도 있고. 뭐가 더 힘든지는 모르지만 코치님의 판단에 따라 한다.
웬만하면 '뭐, 이 정도쯤이야~~'
3. 싯업(sit up:윗몸일으키기) / V-up이지만 ㄴ-up이라 부른다!
싯업이 뭐가 어려워요?
할지 모르겠지만 온전하게 싯업을 하기까지 한 달은 지나서였다.
3개 정도하고 못 올라와서 뒤집힌 거북이처럼 버둥대면 파트너가 내 손을 잡고 억지로라도 끌어올려줬다. 버둥대는 모습에 때로는 같이 박장대소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혼자 안전하게 연습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 수업 후 매일 20개씩 3세트는 하고 갔다. 혼자 할 때는 무릎보호대를 잡아당기며 가까스로 했다.
재코치님이 떠난 자리에 수코치님이 오셨다. 가끔 어깨가 아파서 pull-up을 못하면 싯업으로 대신했었는데 매번 그것만 해서, 어느날부터인가 수코치님이
"왜요? 싯업 이젠 안돼요! V-up 하세요."
아기처럼 뽀송뽀송한 피부에 잘 보면 귀엽고 예쁜 나이도 이제 20대 초반. 수코치님은
천상 아기 같은데 목소리는 군대 훈련생 군기 잡는 조교 같다. 은근 겁나 무섭다.
그때부턴 V-up의 고통 속에 빠졌다.
2년이 넘었는데 여전히 등이 딱 바닥에 붙어있는 ㄴ-up이다. 스스로도 놀랍고 어이없어 이젠 자칭 ㄴ-up이라 부르기로 했다. 코치님들도 이쯤 되니 포기 아닌 포기?
놀랍게도 이것 덕분인지 GHD(Glute-Hamstring Developer:글루트-햄스트링 디벨로퍼의 약자)는 가능하다. GHD는 어려운 동작이다. 갯수는 줄여야 되지만... 나도 신기하다.
그런데 왜 아직도 V-up은 안될까.
4. 더블언더(쌩쌩이:double under) 대신 더블탭, 더블탭 대신 여전히 싱글언더(1단뛰기:single under)/크로스언더(Cross over: x자 줄넘기)
더블언더는 줄넘기 쌩쌩이를 의미한다.
쌩쌩이는 초등학교 때도 못했다. 남들 다 할 때 못해서 나의 체육점수는 보잘것이 없었다.
게다가 단체로 뛰는 줄넘기는 한 번에 나가리다.
<오징어게임>에서 줄넘기 게임을 보니 추억이 돋는다. 금방 뒤지겠군.
한큐에 아웃이라 늘 아쉽다. 아이들이 끝날 때까지 구경만 했다.
가끔 워밍업 게임으로 파트너와 함께 줄넘기를 하는데 그건 곧 나와 벌칙으로 버피를 해야 한다는 의미!
여하튼 V-up처럼 실력이 늘지 않는다.
여전히 싱글언더.
그러나 내년엔 반드시 해내고야 말리라 결심하며 더블탭도 하고 장애물 놓고 점프도 연습한다.
MBTI 'T' 회원님이 어느 날 말했다.
"연습하는 것 별로 못 봤는데... 연습부족이요!"
오늘 아침에도 들었다. "연습부족이라니까~~~"
그럴까요? 나도 궁금하다.
5. Box jumps 대신 Box steps /Box jump over 대신 Box step over(20인치)
우연히 몇 번의 시도 끝에 됐다. 가장 작은 박스로... 그러나 와드로 하기엔 역부족이다.
박스는 내게 진격의 거인이다.
무릎은 소중하니까!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꾸준히 안 다치고 하는 게 더 중요하니까. 박스도 큰 것 놓고 한다. Step으로 해도 충분하다. 덕분에 지금은 계단을 뛰어 올라 가기도 한다. 뿌듯하다. 가끔 심심하면 연습 때 도전하고 성공하면 그것으로 굿! 좋은데~~~.
6. PUSH UP 대신 V-up or TRX 등등
운동을 해보지 않은 사람도 아는 푸시업.
대개는 처음 운동하는 사람이 와드를 수행하기에 갯수가 많아서 횟수를 줄이거나 무릎 대고 하거나 꿈틀이 지렁이처럼 한다.
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이 동작만 하고 나면 어깨가 쿡쿡 쑤시고 아파서 그 주는 모든 운동을 할 수가 없다. 희한하다. 버피도 파이크푸시업도 비슷한 관절과 근육을 쓰는 것 같은데 이유는 알 수 없다.
준코치님이 내 어깨가 라운드숄더라 그럴 수 있다고 매일 운동 전 밴드로 어깨를 쫙 펴는 동작을 알려주셨다. 이후 덜 아프고 병원엔 가지 않게 됐다.
그래도 유난히 이 동작은 어깨를 아작 내는 느낌이라 절대로 하지 않는다. 이젠 코어운동이나 TRX, 싯업, V-up, 크런치 등등의 동작으로 대체해서 한다. 속이 후련하다.
모든 동작을 다 설명할 수는 없을 것 같지만 바벨과 관련된 역도 동작과 케틀벨 동작을 제외한 가장 많이 나오는 동작 위주로 경험담을 올려보려고 합니다. 체력이 부족하거나 운동초보이신 분들은 박스에 가면 불편한 곳이 어디 있는지 코치님과 상담 먼저 하시고 운동을 하면 저처럼 다치지 않고 오래도록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