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OM 와드! 1분이, 1초가 나에게 왔다.
크로스핏을 하다보면 1초가 얼마나 큰 숫자인지 체감이 된다. 하물며 1분은.
옛날 미국드라마 맥가이버를 보면서 우리는 늘 말했다. 드라마니까 저게 되지. 말이 돼? 아니 5분 앞두고 폭탄을 제거하냐고. 제거도 안되지만 탈출도 못하겠다. 맥가이버처럼 생각은 나냐고? 나면 뭐하냐. 당최 그 시간 안에 불가능이라니까!
크로스핏에서 EMOM은 매 1분마다 새로운 동작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EMOM은 "Every Minute On the Minute”의 약자이다.
정해진 시간 동안, 매 1분이 시작할 때 특정 운동을 정해진 개수만큼 수행하는 방식이다.
운동을 다 끝내면, 그 1분의 남은 시간이 휴식 시간이 된다.
10초는 남겨야 산다!
중간에 REST(휴식) 1분이 있으면 착한 WOD다.
rest가 없는 날은 자칫 악마의 WOD가 된다.
그런 날은 입에서 쇠맛의 피맛이 난다.
어느날 그 짧은 1초의 순간에
나는 민첩하게 몸을 돌려 날아오는 사람과 부딪치지 않았다.
출근길 버스를 타고 있었다.
젊은 친구분들은 왜 그렇게 위험하게 손잡이도 안잡고 핸드폰을 하는지...
천장에 매달린 봉을 잡고 앞도 보고 옆도 보며 여느날처럼 궁시렁, 궁시렁...
그 순간 버스가 아주 잠깐 끼익~~!
버스 앞에 차가 끼어들었고 그나마 앞 차와의 거리유지 덕분에 급브레이크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핸드폰을 들고 있던 남자분이 날았고 여자 한분이 휘청이며 앞으로 달려왔고
60대 여성분은 양손으로 의자손잡이를 잡고 있었으나 앞으로 훅~~!
나에게로 날아왔다.
판단 따윈 없었다. 그저 그 순간 내 몸은 반사적으로 옆으로 슬쩍 비켰다가 제자리로 돌아왔을 뿐이었다.
남자분은 날랐다가 급 천장의 봉을 잡았고 나이 드신 여성분은 의자에 앉아있던 내 앞의 본인 또래의 여성분의 다리에 철퍼덕 주저앉고 말았다.
"아니.뭐예요? 빨리 비키세요!"
같이 나이 들어가는 마당에 참으로 야박하다.
버스 안에서 굳이 큰 소리로 사람을 참 민망하게 만든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그런데 잠시 훅 스쳐 지나가는 장면, 그 순간 내가 비키지 않았더라면?
그런데 이게 말이 돼? 판단하기 전에 몸이 먼저 피했어!
크로스핏에서 경험한 그 1초의 순간이었다.
민첩성이란 나하고는 먼 그 무엇이었는데...
1초가 그렇게 깨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