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만났다.

흐름의 물결은 원래의 호흡을 되찾는다.

by 지비에스

군 제대 후 벌써 열흘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담배를 끊지 못하고 있다. 입대 이전의 삶의 체류권을 다시 가지고 현재는 집 근처 도서관으로 매일 출근하고 있다. 예전에 느꼈던 감각들이- 아침공기와 함께 다시 살아나 늘 가던 거리를 걷다보면, 난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사람들과 별 큰 교류없이 즐기는 것이 아직까지는 괜찮은 것 같다.


이제서야 이해된 사실은 내 삶에 있어. 환경에 따른 시간의 흐름은 이전의 기억을 되살리는 역할도 하지만 더 분명한 것은 원래의 상태로 결국 되돌아간다는 것이다. 처음에도. 더 큰 경험을 해도. 긴 여행을 하고 돌아와도. 결국은 어떤 시간적 흐름이나 공간이 줄 수 있는 분위기는 다시 나를 본래의 가장 평온한 형태로 만든다는 것이다.


토마스 만의 [마의 산]에서는 이같은 현상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는데. 얼핏 내가 느낀 것과는 조금 비슷하다고 느낀다.


공간은 시간과 마찬가지로 망각을 낳는다. 공간은 인간의 관계를 자유롭게 함으로써 그렇게 한다. 즉, 인간을 그의 모든 토대와 구속으로부터 떼어내어 본래의 자유롭고 근원적인 상태로 되돌려 놓음으로써 망각을 낳는 것이다.

-마의 산 중에서


처음에 가진 내 존재는 추억처럼 얽메인 상태지만(그것이 고통이 아니라면) 보통 그 기억은 장소와 함께 형성된 보이지 않는 어떤 단단한 형체를 가지고 있지만, 다른 장소에서 더 많은 대체물이 내포함에 따라 이전의 기억은 희미해지는 것 같다.



하지만 다시 돌아왔다. 나는 이 공간에 원래의 흐름으로 다시 제자리를 찾게 되었다.



그리고 후회라는 것도 생겨났다.

이전에는 이런식으로 살지 않았어도 됐을 것을. 하며 생각하게 되고, 결국은 내가 나를 위해 어떤 노력이나 희생없이 살았던 것은 아닐까? 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것 같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던 것이 실은 내가 통제해서 얻어진 과정이 아니었던 것이다.

나는 이같은 실수는 다시는 하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무엇 하나도 그것이 내가 아니라면 선택의 길로에 서있을 때, 과감히 벗어나 익숙하지 않던 길로 들어설 것이다. 내가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은 삶이 나를 품고 있는 것인지 아님 내가 삶을 품고 있는 것인지 헷갈리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하루는 똑같이 주어져 있는데, 그것을 활용하는 것은 내 몫이고, 그런 하루는 내 삶을 정해놓고 사는 것이기에 가장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하루는 일년의 축소판처럼, 하루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은 절대 하루를 허투루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름다움을 느낄 시간도, 남과는 다른 속도로 걸어도, 내 속도에 일단 시선을 두는 것이 다른 사람의 뒷모습만 바라보다 끝나는 인생보다는 더 현명할 것이라 판단한다.



나는 마침내 내 물로 들어온 것이며, 더 많은 내적 경험을 통해 이전과는 다르게 살고자 매일 같이 희망을 품고 살아간다. 그리고 나의 기록하는 습관은 이를 더 강화시켜, 그 당시의 기억을 다시 한번 음미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것에 그저 만족할 뿐이다.



본래의 모습이 어떨지라도, 이전과는 다른 생을 살기위해 노력하자.

2026.03.04 에 쓴 글 중에서





화, 목, 토 연재
이전 06화감정무시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