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인 것을 해야 한다는 착각
내가 지금까지 매일 하는 것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수학공부이다. 왜 이 시대에 수학을 공부하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이 분야에 관심이 있었으나. 어떤 이유들로 늘 좌절하거나 지쳐서 나중에는 포기하게 되면서부터 하지 않게 되었다가 나중 가서는 성인이 돼서도 다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늘 내가 피하는 것이 실은 나한테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예전에 영상에서 본 기억이 있다. 내가 늘 피해왔던 것, 애써 무시했으며 실은 관심은 갔지만 시도하려는 것보다는 그 자체의 의미성이 너무 부족해서 자꾸만 미루게 되었던 그것, 그건 바로 수학이었다. 그래서 나는 하루 1시간은 무조건 수학을 공부한다. 이는 내 루틴처럼 매일 하지 않으면 하루도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큰 의미를 두고 있는 분야이다.
학창 시절에 나는 수학에 관심을 가졌으나, 한 문제를 오랫동안 붙잡는 습관들 때문에, 시험준비에 신경을 쓰지 않은 나머지 수학시험을 늘 망쳐버리기만 했다. 그 문제가 단순한 문제일지라도 더 깊게 쪼개다 보면 나중에는 다른 시각에서 수학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는 것과 관점의 전환은 실로 유용하며, 고민하고 생각했던 것에 답을 알게 되니 그 자체로 흥미가 생기며, 이 부분에 매료된 나머지, 나는 그저 수학을 즐기기만 했었다. 동급생 중에는 나보다 훨씬 잘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면 수학을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았다.
수학을 시작하기까지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수학이 도대체 무슨 도움이 되는데?' '요즘 시대에 필요한 거야?' '나가서 일하는 게 더 낫지!' 하는 이야기들과 스스로에 대한 의심 때문에, 자꾸 미루기만 했었다. 하지만 어떤 계기로 수학을 공부했다면 그건 수학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의 말 덕분에, 다시 시작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얼마 전에는 이런 일이 있었다. 아침부터 도서관에 출근해서 하루 공부를 시작하고 잠깐 점심시간에 나와서 담배를 태우고 있었는데, 도서관에서 알게 된 형님으로부터 처음 물어보셨던 질문이 있다.
"혹시 매일 와서 무엇을 공부하세요?" 당시 그 형님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시고 계셨다.
나는 요즘 시대에 맞게 그 형님처럼 무슨 시험을 준비하면서 현실적인 방향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아침부터 일찍 와서(뇌과학적으로 아침 7시부터 11시 사이가 가장 집중이 잘된다는 말을 듣고) 수학을 공부한다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아 그저 대중 둘러대기만 했다.
"뭐... 요즘은 경제 공부하죠." 쉽게는 둘러댔다. 요즘 청년들 사이에서 꽤나 현실적인 분야라고 느껴 이렇게 대답했다.
"경제 말이에요? 어떻게 공부하세요?" 아차! 생각 못했다. 하지만 나는 또 위기를 넘겼다.
"경제 신문 보면서 조금씩 틀을 잡아가면서 공부하고 있어요. 요즘에는 다들 시험을 준비하지만 전 따로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 더 깊게 공부하고 싶어서요."
나는 나중에서야 이런 이야기를 내뱉은 것에 대해 후회했다.
'그래 어떻게 보든 솔직히 이야기하는 게 두려운 거야?'
나는 마음속으로 계속 이 말을 되뇌고 있었다.
지금은 중학교 때 수학부터 차근차근 공부하고 있는 중이다. 언젠가 내가 알게 된 수학에 대한 재미난 상식들이 생긴다면 그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 물론 그게 밥 먹여주는 학문은 아닐지라도 언젠가 내가 죽기 전 병원 천장을 바라보며 눈을 감기 전에, 그래도 해봤다는 거에 만족하고 조용히 관짝 문을 닫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게 현실적이지 않은 것 같다고 느낄 때,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이게 돈을 벌어다줘. 배부르게 해 줘? 등 따시게 해 줘? 같은 질문들을 받고 있는 것처럼 느낄 때, 나는 그럴수록 그것에 더욱 미친 듯이 몰두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인생이 길다고 말하기도 하고 짧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나는 길어도 시작하고 짧아도 시작해야 된다고 본다. 왜냐하면 나는 그 하나의 일이 오늘을 살게 해 준다면 그걸로 만족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회의 성공이나 권력이나 목적지향적인 사람이나 리더처럼 나의 값을 올리는 행위로써 내 행동의 목적을 다르게 잡을 수도 있지만, 일단 그건 어디까지나 사회에서의 나의 상품가치일 뿐이고, 그에 관한 노동시간 대비 임금의 정도일 뿐이라면, 오히려 취미활동 같은 음악. 미술관람, 문학, 그림, 과학, 공학, 컴퓨터, 수학, 제2외국어처럼 분야별로 혼자만의 시간과 은밀한 몰입에 빠지면서 관련 분야에 대한 통찰과 깊이를 통해 오는 만족감으로 인생의 한 부분을 버티고 울며, 고생한 기억들로 채우기보다는 그런 활동들을 통해서 내 개인적인 자아의 놀라운 가능성을 계속적으로 탐구하는 것이 인생에 반드시 투자해야 되는 중요한 가치들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내가 수학을 시작했다는 것에 행복감을 느낀다. 왜냐하면 이건 내가 하고 싶은 거니깐.
다만 꾸준히. 정말 꾸준히 해야 된다.
그래서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거울 앞에 서서 항상 이야기한다.
"넌 성실한 사람이다. 성실한 사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