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관람차가 이사 가는 날이다.
관람차를 분리하는 걸 구경하는 걸 정말 좋아한다. 거대한 원형을 이루고 있는 구조물을 하나하나 분리해서 트럭에 정리해 넣는다. 조각난 관람차가 수 대의 거대한 트럭에 담겨 어디론가 사라진다. 이 공룡 같은 관람차는 공룡 같은 원형경기장 앞에서 12월 내내 돌고 돌았다.
생각해 보니 눈앞에 두 개의 커다랗고 둥근 건축물이 있다. 참 비슷한 게 많은데 또 매우 다른 것들이다.
전자는 한 시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후자는 2000년 동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있다.
전자는 쉽게 분리되고 또 만들어진다. 후자는 반세기 동안 만들어졌으며 바람에 풍화될지언정 그 자리에서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이 두 건축물 모두 사람에 의해 사람들의 기쁨을 위해서 만들어졌다.
관람차는 어디론가 여행하다 이번 여름이 되면 다시 그 자리로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원형 경기장은 그 자리에 늘 항상 있을 것이다. 내년에도 내 후년에도 10년이 후에도 100년 후에도... 이 묘한 공존은 계속 함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