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Friday3:13_썸머
여름이 가지고 있는 싱그러움을 좋아한다.
어떤 이들에게는 여름은 무덥고 지치는 날씨라는 부정적인 이미지 일지 몰라도 나에게 있어서 여름은 그 무더운 공기 속에서 부유하고 있는 자유로움을 사랑하게 되는 계절이다.
시원함과 뜨거움을 동시에 느낄 수도, 동시에 즐길 수도 있는 계절.
싱그러운 나무, 쨍한 햇빛, 청량한 바다, 까맣게 탄 피부,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는 시기, 바로 여름휴가가 기다리고 있는 계절이기도 하다.
매일 쳇바퀴 돌 듯 같은 일상을 반복하다가 어느 시기에만 할 수 있는 일탈의 달콤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여름은 일상을 잘 견뎌낸 우리에게 제일 달콤한 순간을 선물해준다.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에는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버텨내야 했기 때문에 여행이란 여유를 생각할 수 조차 없었다. 그래서 여행의 즐거움을 몰랐다. 돌이켜보면 지난날의 젊고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었던(사회인이 되기 전 ) 나에겐 너무 아쉬운 일이다.
졸업 후 큰 기대 없이 경험한 여행은 나의 성향과 살아가는 방향성을 완전히 바꿔준 계기가 되었다. 큰 깨달음을 얻어 그 전과 180도 바뀌는 한순간의 터닝포인트가 된 것이 아닌 여행을 할 때마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삶의 태도와 삶을 즐기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되었고 그 순간들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래서 지금도 며칠의 여유가 생기면 무리해서라도 여행을 가려고 하고 여행을 더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한다. 때로는 보편적으로 때로는 색다르게 여행을 하고 새로운 즐거움을 찾는 것. 그리고 그 즐거움을 내 안에서 좋은 에너지로 바꿔서 일상을 기분 좋게 보낼 수 있게 해주는 힘이 되는 것.
여름을 기다리는 이유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필명을 Summer 여름으로 한 것도 앞서 말한 것과 같은 이유이기도 하다. 처음 친구들과 글을 쓰기로 결정하고 필명을 고민할 때 어떤 이름이 나를 제일 잘 표현해줄 수 있을까 한참을 생각하다가 문득 내가 좋아하는 계절이기도 하고 시원함과 뜨거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계절인 여름이 생각났다.
주변 사람들이 보는 나는 호불호가 확실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애써 힘들게 감추려 하지 않고 억지로 좋은 척 연기하려 하지 않는 사람이다.
물론 그런 나도 사회인으로서의 해야 하는 '어느 정도'는 한다.
그리고 20대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는 지금, 20대 초반에 만났던 사람들을 몇 년이 지나서야 더 깊게, 더 새롭게 알게 되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사람이 좋아지고 사람에게서 힘을 얻는 시기에 도달했다.
열정적으로 나만을 바라보며 달렸던 그때보다 느긋하면서도 뜨거움을 가지고 행동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된 것 같은 지금. 그런 스스로를 여름으로 칭하고 싶었다.
아홉수, 정신없이 바쁜 5개월을 보냈다.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큰 터닝포인트가 될 현재를 여유 없이 지내다가 문득 창밖을 바라봤을 때 여름이 다가옴을 느끼면 나도 모르게 두근거리고 들뜨는 마음은 어찌할 수가 없다.
그저 지금의 바쁨을 안정적이게 잘 보내고 하루빨리 일 년에 한 번뿐인 그해 여름을 즐길 수 있기만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