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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꼭대기에 오르지 않더라도

인천시 계양산성에서

by 맘달

다시 그곳에 갔다.



영종도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둥글넓적하고 푸근한 모양의 산이 눈에 들어왔다. 저 산이 뭐지? 계양산인가? 가까이 차를 몰고 가니 이름도 낯선 산성박물관이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날은 유난히 바람이 세게 불어 쌀쌀하다 못해 추웠다. 숲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싶었으나 비까지 내리기 시작해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전시실 앞, 나이 지긋한 남자 해설사에게 말을 거니 기다렸다는 듯 자세하게 계양에 대해, 산성에 대해, 산성박물관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산성에 대해서만 듣고 산성을 가보지 못했으니 다음을 기약해야 했고 그다음은 봄이 완연한 지난 휴일이었다. 진달래가 피면 예쁘다던데 진달래는 졌고 그 대신 연둣빛 세상이라 이국적이 풍경을 자아냈다.



# 드디어, 계양산성으로
양산은 강화도 빼고 인천에서 가장 높다는데 그래봤자 395m, 야트막한 산이다. 산 정상에서 송도신도시, 인천공항, 인천대교와 계산동이 한눈에 들어온다는데 정상까지 올라가지 않았다. 이제 산 꼭대기는 별로, 힘도 들고 굳이, 이런 생각이 든다.


계양정근처 평평한 풀밭 위에 앉아 풍경을 둘러보고 굽어보았다. 산에 와 있다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고 마치 대관령목장에라도 와 있는 느낌이었다.



여기서, 잠깐!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계양산성에 대하여 한 줄이라도 언급을 해야 하지 않을 수 없다. 성의를 다해주신 해설사에 대해 보답하는 마음으로 복습, 하하하!


# 국내 최초 산성전문박물관

계양산성박물관옆으로 등산로

삼국시대의 산성으로 둘레는 약 1,2km. 바깥은 돌로 안쪽은 흙으로 쌓았다. 계양지역을 점유한 백제가 처음 산성을 쌓고 사용하다 고구려, 신라가 차례로 차지하고 고려말까지 활용되었다고 하니 역사가 깊은 곳이다. 조선시대에 들어와 성은 폐지되고 일제강점기에는 공동묘지로 이용된 어처구니없다. 2003년부터 시작되어 2020년 국가지정문화재(사적 556호)가 되기까지의 수고가 많았을 것이다.

여기가 산 맞나 싶었다
진달래 지고 철쭉 만발
산성의 흔적들
계양정

#들꽃세상

이름을 아는 것도 있지만 모르는 게 더 많았다. 불러주고 싶어도 부를 수 없어 '너, 참 이쁘다.'라고 해주었다. 이 애한테도 저 애 한테도....

돌멩이로 둘러싸고 이름표까지 달아놓은 '계양산 할미꽃'인상적이었다.

여기도 꽃 저기도 꽃

내려오는 길에 계수나무가 여러 그루 있었는데 어쩌면 산이름에 '桂'가 들어간 이유일수도 있겠다 싶었다.

계수나무




나무가 듬성듬성, 온통 풀밭이라 볕이 뜨거우면 앉아있기 힘들겠지만 6월까지는 그래도... 모자, 양산을 필수겠다. 산꼭대기까지 올라가지 않고 동쪽 봉우리 산성탐방로 유적공원 머물렀어도 충분히 좋았다.

안내표지판
정상가는 길

이렇게 푸근한 산이 또 있을까. 전국방방곡곡 다 돌아다녀봤어도 산에 왔다는 느낌은 없으니. 풀밭에서 한나절 쉬다 온, 그야말로 힐링코스였다. 나무보다 꽃이 훨씬 빛나는 산. 갔다 왔어도 다시 가고 싶어 지는 산, 그렇게 오래 머물렀었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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