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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다리는 출렁출렁 내 다리는 후들후들

광명시 도덕산

by 맘달

# 광명시에도 국궁장이 있었다


도덕산 캠핑장에 차를 세워두고 슬슬 다녀오리라, 가볍게 출발했다. 국궁터가 광명시에도 있었구나, 운학정을 살짝 엿보고 난 뒤 계속 도덕산 방향으로 걸어갔다. 걷는 데는 선수니까 가다 보면 있겠지 하고. 고작 183m라고 얕잡아 봤다. 도덕산을 만만하게 봤다. 이정표가 보이자 반가운 마음으로 숲길로 들어갔다. 그런데 경사가 장난이 아니었다. 아는 사람은 선호하지 않을 길이었다. 기왕 왔으니 출렁다리까지는 가보리라 마음먹고 올라갔다. 가는 동안 단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그렇게 출렁다리까지 올라갔는데 어디로 올라온 건지, 사람들이 꽤 많았다.

국궁장 둘러보고 하안주공 5단지쪽으로


# 숲길이 짙고 깊다


주워들은 이야기를 적어보자면 이렇다. 숲에는 피톤치드와 음이온이 풍부한데, 피톤치드는 스트레스 완화와 항균, 살균 효과와 함께 암세포를 파괴하는 NK세포의 기능을 활성화한다. 음이온은 교감신경을 억제하고 심장박동을 느리게 해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것이 다 맞는 말이라는 것을 언제든 어디든 상관없이 숲에 들어가 있으면 마음편안해지고 머리는 맑아지는 경험이 증명해준다.

푸른 산 푸른 잎
깊은 산 초록잎

# 숲은 살아있다


숲에 가면 돌돌 말린 여러 모양의 잎사귀를 볼 수 있다. 애들 어려서 숲체험 따라가서 엿들어 알게 된 내용이다. 천적에게 알을 숨겨주어 안전하게 지킬 수 있기 때문에 잎사귀 뒷면에 산란을 한다는데 정말 그런가 하고 애들은 돌돌 말린 잎사귀를 펼쳤더랬다. 숲해설가에게 엿들은 내용이 처음에는 놀라움에서 점차 경이로움으로 커져갔다. 나는 곤충이 '멋쟁이 재단사'같다고 느꼈다. 이런 나에게 곤충들은 그저 본능적인 행동일 뿐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일지 모르지만. 본능에 충실한 것, 먹고-자고-싸고-낳고-기르는 일은 자연自然 그 자체인 것이라고. 대단하면서도 동시에 대수롭지 않을지도 모를 일, 작게 들여다보면 대단하고 크게 보면 대수롭지 않을 수 있다.

나뭇잎을 돌돌 말아 알을 감춘 것이리라

# 열매는 왜 붉을까, 그게 궁금했었다


열매는 왜 붉을까. 평소에 이게 몹시 궁금했었는데 언젠가 책을 통해 그 궁금증이 풀렸다. 그것은 새들이 좋아하는 붉은색으로 새들을 유혹하기 위한 식물들의 작전이라고 했다. 작전이란 다름 아닌 새들에게 먹혀서 멀리까지 씨앗을 퍼뜨리기 위한 종족번식을 위한 본능이라는 것이다. 숲은 이렇게 신비스러운 이야기가 가득한 곳이기도 하다. 숲이 품고 있는 이야기들을 뽑아내 글로 적어보고 싶다는 충동이 내게 일어나기도 한다. 이 또한 순간 뿜어졌다가 이내 사그라드는 충동 중의 하나.

오디와 뱀딸기

# 볼 게 많아 놓치고 싶지 않은 숲


모양도, 색깔도, 촉감도, 향기까지도 같은 것은 없다. 하나같이 다 다르다는 것이 숲의 매력이다. 그래서 숲의 매력은 바로 볼 게 많다는 것이다. 볼 게 많아서 담아 두고 싶은 것도 많다. 휘발성이 강한 기억력과 감수성을 붙들어 매고 싶다.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이 글과 사진이다, 적어도 현재의 나는.

볼 거리 많은 숲


# 출렁다리에서 인증숏하는 사람들 부러워라!


전국에 유행처럼 번진 출렁다리, 말로만 들었지 건너보긴 처음이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전국에 200개가 넘는다는데 큰돈 들여 굳이... 이런 생각도 했지만 정작 겁이 많아 찾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이왕 왔으니 건너보자,라는 마음이었다. 쇠사슬로 이어놓은 다리 난간을 붙잡고 걷는데, 다리가 '진짜'출렁댄다. 으악! 팔에 힘이 들어가고 다리는 후들후들. 간신히 사진 몇 장만 건졌다. 그리고 폭포 아래쪽 평지로 내려왔다. 땅에 발을 디디니 안심, 폭포를 바라보고 출렁다리를 올려다보니 '제대로' 안심. 쿵쾅대던 마음을 가라앉히는데 물속에 잠긴 란 꽃창포도 한몫해 주었다.

인공폭포와 출렁다리

땀 뻘뻘, 다리 후들후들. 예정에 없던 뜻밖의 경험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한적한 동네 한산한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망고젤라토를 주문해서 한 스푼 떠 입안으로 넣으니 살 것 같았다. 달달하고 시원한 게 들어가니 피곤이 싹 가셨다. 그때까지도 반나절 내 곁을 맴돌던 뻐꾹뻐꾹... 소리가 귓전에 머물러 있었고. 반나절 숲에서 보낸 여운이 가파른 산길을 보는 순간 멈칫하고 되돌아 나오지 않은 내게 잘했어, 하고 토닥여주는 것 같았다.



그 여운이 가실까 봐 지금 나는 부리나케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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