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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으로 꽃을 살 때는 약간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꽃은 출고에 변수가 많은 상품이어서 창고에 쌓여있는 '제품'을 사듯이 큰 변수가 없는 한 결제한 다음날이면 으레 집으로 올 것이라고는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물론 이 말은 역으로, 한 일주일쯤 후에나 오겠거니 생각하고 있다가 2, 3일 뒤에 날벼락 맞듯 꽃이 가득 든 택배를 받게 될 수도 있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이런 것 또한 하나의 재미라면 재미겠지만.
거베라는 수명이 그리 긴 꽃이 아니다. 아직은 제법 씩씩하게 잘 버텨주고 있지만, 아침에 꽃병에 물을 갈고 줄기를 손질할 때 보면 슬슬 줄기가 중간 부분부터 짙은 갈색으로 변해가기 시작한 녀석들이 한두 송이씩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 또 다음 꽃을 미리 주문해 놔야 하는 타이밍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장미와 알스트로메리아는 일단 제외다. 얼마 전에 사다 꽂았으니까. 그러면 남은 것은 프리지아와 스타티스가 남는다. 프리지아 역시도 얼마 전에 한 번 사다가 꽂은 적이 있기도 하거니와, 30대나 되는 프리지아를 도대체 어디다 다 꽂아놓을 건지를 생각하니 좀 답이 나오지 않아서 그냥 스타티스를 주문하기로 했다. 스타티스는 한번 사다 꽂으면 소국만큼이나 오래, 무난하게 가는 꽃이라 한동안 꽃병에 신경 쓸 일은 없겠다 싶기도 했다. 그렇게 주문을 해놓고 예상 발송 일자를 찾아보았다. 4월 4일쯤 배송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하니 우리 집에는 4월 5일쯤에나 도착하겠고, 그 정도면 하루 이틀 정도 좀 위태위태하기는 하겠지만 딱 타이밍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던 그 순간에.
그러고 보니, 그렇게 되면 4월 8일 날도 그의 책상에는 스타티스가 꽂혀 있게 되는 건가.
그가 급작스레 내 곁을 떠난 날은 금요일이었다. 그다음 날인 토요일 아침, 나는 그야말로 숨만 붙어있는 시체 같은 몰골로 멍하니 있다가, 그야말로 발작하듯 옷을 갈아입고 황황히 뛰쳐나가 집 근처 마트의 화훼 코너에 가서 노란 프리지아 한 다발을 사 왔다. 지금도 썩 꽃 간수를 잘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때는 정말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금만큼도 몰랐다. 그래서 꽃병에 절반도 훨씬 넘게 물을 담고 사온 프리지아의 줄기 끝만 대충 잘라 꽃병에 꽂아서는 그의 책상에 갖다 놓았다. 언젠가 한 번은 그 꽃을 사주고 싶었었다. 다음에 하지. 다음에 해주지. 그렇게 미적거리는 사이에, 그는 그렇게 훌쩍 떠나버렸다. 그런 생각에 그 노란 프리지아를 앞에 놓고 한참을 목놓아 울었던 기억이 있다. 내게 4월의 프리지아는 그런 의미다.
결국 나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주문을 취소했다. 그리고 30대나 되는 프리지아를 다시 주문했다. 말이 쉬워 30대지, 아마 30대나 되는 프리지아를 복잡하지 않게 꽂아놓기 위해서는 꽃병이 최소한 세 개는 필요할 것이다. 하나야 내 책상에 갖다 놓는다지만 하나는 어디에 둘 건지, 이런 걸 생각하면 좀 머리가 아프긴 하다. 그러나 그래도 어쩔 수 없다. 4월의 첫 꽃은 무조건 프리지아여야만 한다. 적어도 아직은, 내게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