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21일 루나 디톡스: 하루를 마무리하는 감사함명상 에세이 #13
오늘은 흐리고 습한 날이에요. 온도는 높지 않은데, 습도 때문에 덥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아침 일찍 입고 나갔던 두꺼운 자켓도 이젠, 드라이를 맡겨야 할 때가 왔네요. 조금 있으면 에어컨도 켜야 하겠죠? 밖에선 이미 여기 저기서 많이 틀고 있지만. 에어컨 바람을 좋아하지 않아서, 되도록이면 틀지 않으려 한답니다.
그래도 에어컨을 아예 안 켜진 않으니, 필터 청소는 미리 해놔야겠죠. 의자를 놓고 올라가도 손이 닿지 않는 높은 위치에 있어서, AS 방문 접수 신청을 했어요. 기사님의 도움을 받으려고요.
수리 지점 일정에 따라 며칠 기다릴 수도 있다고 했는데, 어쩐지 금방 연락이 왔어요. 매년 배정 받는 지점과 기사님이 있었는데, 이번엔 다른 곳이더라고요. 낯선 사람과 만나기 전엔, 조금씩 긴장을 하게 돼요.
나이 지긋하고 인상이 좋으신 기사님이, 작은 사다리를 가지고 오셨어요. 에어컨 위치를 보시더니, 커다란 사다리로 바꿔 가지고 오셨죠. 번거롭게 해서 죄송하다고 했더니, 웃으시면서 괜찮다고 해주셨어요. 그 표정을 보니, 긴장이 풀렸어요.
"혹시, 못 쓰는 칫솔 있으세요?"
"안 쓰는 걸레 있으세요?"
먼지가 많은 상태가 아니어서, 두 개의 도구만으로 충분히 청소가 되는 모양이었어요. 기사님이 칫솔로 필터를 떼어낸 금속 부분을 닦아내면서 말하셨어요.
"여기는 손 댈 일이 생겨도 손 대지 마세요. 날카로워서 손 베여요."
"저는 손도 안 닿는데요 뭐."
"만약에 그럴 일이 생기시면요."
매년 맡기는 에어컨 청소. 처음 듣는 정보라 신기했어요. 어차피 또 맡기면 알아서 해주실테니 손 댈 일은 없을거야, 하는 생각도 하면서.
"먼지는 많이 없는데, 그래도 닦아내면서 바닥에 좀 떨어지긴 했으니 한 번 더 치워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내년엔 청소 안 맡기셔도 될 것 같아요. 먼지가 많은 지역이면 청소를 해야 할텐데, 그렇지는 않네요."
이것도, 처음 듣는 얘기였어요. 알려주면 저는 돈을 아낄 수 있어 좋지만, 사실은 안 알려줘도 되는 내용이라 생각할 수 있잖아요. 어쩌면 기사님 입장에선 알려주지 않고, 청소 요청했을 때 또 와서 청소하고 돈을 벌 수도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고객의 입장을 - 세입자라 엄밀히 따지면 제 에어컨은 아니지만 - 생각해서 필요한 부분을 친절히 일러주시는 것에 감사했어요. 간단한 청소라, 출장 와서 한 번에 많은 돈을 벌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닌데 빨리 방문해주신 것도 감사했죠.
"더운데, 와주셔서 감사해요."
베이킹할 때 쓸까, 하고 아껴두었던 오렌지 주스를 기사님에게 선물로 드렸어요. 실온에 있던 걸 냉동실에 넣은지 얼마 되지 않아 도착하셔서, 아직도 미지근하긴 했지만. 사양 않고 받아주셔서, 호의를 표현하고 작은 선물을 하는 기쁨도 누릴 수 있었네요. 주는 것은, 받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이에요. 때로는 받는 것보다 더요. 기사님도 그래서, 알려주지 않아도 되는 걸 알려주는 친절함을 나누신 거겠죠?
기사님이 건강하게, 사람들을 돕는 일에 보람과 즐거움을 느끼시면서 일하시는 매일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오늘 하루,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일에 도움을 받으셨나요? 누구에게, 어떤 도움을 받으셨는지 돌아보세요. 도와준 상대방의 표정, 행동과 말을 찬찬히 떠올릴 때, 어떤 감정이 느껴지세요?
반대로 기사님처럼 다른 사람을 도운 일이 있으셨다면, 도움을 주는 동안 어떤 생각과 기분을 느끼셨는지 돌아보세요. 또, 도움을 받은 상대방의 표정, 행동과 말을 떠올릴 때, 어떤 감정이 느껴지세요?
도움을 주고 받으며 편안히 살아갈 수 있는 사회와 환경이 갖춰지기까지, 사람들이 어떤 노력을 들였을지도 한 번 숙고해보세요. 감사함이 더욱 더 깊어질 거예요!
감사함도, 부지런히 느끼다 보면 깊어진답니다. 21일 루나 디톡스도 이제, 13일차예요. 오늘은 처음보다 깊어진 감사함으로, 한층 더 풍성한 밤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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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에 깜짝 선물 받은 꽃이 엄청 예쁘게 피고 있어요!
예쁜 꽃 같이 보아요 =)